법원, '세월호 보도 통제 항거' KBS 전 노조 집행부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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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공영방송 제자리로 돌리려는 정신 훼손할 수 없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보도 통제에 항의하며 ‘KBS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던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 권오훈 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8명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단독(재판장 김병철)은 23일 오후 2시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오훈 전 위원장에게 벌금 1,000만 원, 함철 전 부위원장과 김성일 전 사무처장에게는 700만 원을, 다른 5명의 조합원에게는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2014년, 권오훈 전 위원장을 포함한 조합원들은 2014년 5월 19일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길환영 당시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차량 일부가 망가졌다. 또한 해당 사태에 대해 팀장급 이상 전 사원이 참여하는 ‘사장과의 대화’를 개최하려 했으나, 조합원들로 인해 행사를 취소했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관련기사 ‘KBS 길환영 사장 출근 못해…기자회견 취소’)

재판부는 이들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피고인들은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당시 발생한 폭력 행위가 피해자(길환영 전 사장)의 부당한 언론통제를 막기 위해 정당한 행위였고, ‘당시 차가 조합원들에게 돌진했다‘며 (폭력 행위를) 합리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영상을 보면 차는 천천히 움직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왜곡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리 피해자의 업무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의 폭력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장과의 대화’에 참여하려는 피해자에게, 피고인들은 ‘조합원 전체를 들여보내지 않으면, 사장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든다. 물론 언론의 자유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기에 피고인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 힘을 빌려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인적 피해가 없었던 점 △피고인 모두 형사 초범 또는 벌금형 전과 한두 차례 △치밀한 계획을 한 거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들의 당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한 이유가 당시 KBS 이사회에서 길 사장을 해임한 이유와도 일부 일치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벌금형에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 지난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보도 통제에 항의하며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던 언론노조 KBS본부권오훈 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8명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PD저널

판결에 대해 권오훈 전 위원장은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오늘, 선고가 있었다. 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있었던 5월 19일의 사장 출근 저지 투쟁도 어쩌면 그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시작된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2014년 5월 20일에는 새노조 조합원들이 안산 분향소에 가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약속했다. 반드시 KBS를 되살리고 세월호의 진실이 잊혀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아직도 그 약속은 완성되지 못 한 채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비록 저희들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014년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국민의 방송 KBS를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투쟁의 정신이 이 판단으로 절대 훼손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완전히 지키지 못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KBS의 독립과 공정방송을 위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은 “재판장이 얘기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우리 현재의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선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소 좀 아쉽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성 위원장은 “당시 길환영 사장의 범죄는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는 것을 막아왔던 부역같은 행위였다. 그런 범죄가 지속되고 있는 공영방송 안에서,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절박하고 급했다. 정상적인 대화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법원의 고려가 없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5월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당시 KBS 이사회는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 사장으로서 직무수행능력 상실, 공사 경영 실패와 회사 재원 위기 가속화 등의 이유로 길 전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6월 10일 길 전 사장을 해임했다. 길 전 사장은 같은 해 8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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