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의제”를 “언론장악”으로 공격하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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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데스크는 스트레이트를 전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전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1/3은 이해당사자인 자사의 입장을 다뤘다. 게다가 세 리포트 모두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유력한 대선 예비 후보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눈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정책 이슈는 무시했다. ⓒ 방송화면 캡처

도구화된 뉴스...최소한의 준칙과 상식마저 무시


지난 22일 100분 토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후보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정책 과제로 토론한 이후, MBC 보도국이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뉴스를 동원해 문재인 후보 측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선보도 감시단은 해당 기사들을 모니터한 결과. 이같은 행태가 언론의 기본을 저버렸을 뿐더러 전파를 사유화하고, 회사에 해까지 끼치는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22일 저녁, 보도국 정치부 (부장 김기현)와 문화레저부 (부장 김태래)는 뉴스데스크에 3개의 리포트를 제작했다.

① 후보 검증 토론회서 공영방송 비난 (육덕수)

② “공영방송 압박…언론 통제 · 장악 의도” (장성호)

③ MBC 공식 성명…”문 전 대표 사과해야” (김정환)

안희정 후보의 페이스북 발언을 인용해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민주당 예비 후보들의 갈등을 강조한 리포트와, 문재인 후보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자유한국당 연설회 리포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특정 후보를 표적으로 한 리포트는 5개였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 2월 국회 환노위에서 김장겸, 안광한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자 뉴스를 동원해 경영진을 보호하려 애쓴 ‘전파 사유화’가 판에 박은 듯 다시 벌어졌다.


기사 3개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자.

①번은 [100분 토론]의 발언을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로 전하긴 했다. 하지만 앵커 멘트에서 “공영방송을 압박하는 발언”이라는 문장을 쓰는가 하면, 기사 본문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약 3분동안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발언을 이어간 것에 대해 “토론의 형식을 무시한 돌출 행동”이라고 묘사했다. 모니터 위원들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만 억지로 부각시킨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진 ②번 기사는 문재인 후보의 토론 발언을 “언론장악 의도”라고 주장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을 중점적으로 전달했다. 법학 교수의 인터뷰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 인사는 얼마 전 MBC가 언론장악방지법을 비방하는 2월 14일 뉴스데스크에 등장시켰던 인터뷰이와 동일 인물이었다.
‘언론장악방지법’의 취지는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정부 여당의 영향력을 줄이고, 진정한 의미의 협의를 통해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출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미방위원장과 박대출 간사가 어깃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장악 방지법을 비방하면서 “언론장악 의도”늘 강조하는 역설중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③번 리포트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MBC 사측의 성명을 그대로 요약해 내보냈다. 그러면서 “경영진 선임을 대선 이후로 미루라는 것”이라는 토론에서 나오지 않은 말까지 등장시켰다. 또 “언론노조 출신으로 낙하산 사장과 경영진을 선임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마치 독심술까지 하는 듯한 모습으로 발언을 해석하며 일방의 주장을 전달한 것이다.

공정성 문제를 다루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2항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더해 4항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은 객관성 조항에서 “선거의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한 여러 종류의 상이한 관점이나 견해를 객관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는 스트레이트를 전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전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1/3은 이해당사자인 자사의 입장을 다뤘다. 게다가 세 리포트 모두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유력한 대선 예비 후보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눈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정책 이슈는 무시했다.

마치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주로 인용된 의견은 언론장악방지법을 가로막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목소리였다. 다시 말해 오히려 MBC 경영진이 이 문제를 정파적으로 바라보고 악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방식은 23일 뉴스데스크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결과가 유출된 것은 사실이고 다뤄야할 가치가 있는 뉴스였다. 그러나 이 사안을 전하는 뉴스데스크의 방식은 완전히 닮은꼴이었다. 과거 민주당의 경선갈등을 언급하면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입을 빌어 민주당을 비난한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정권 담당 능력에 의문’이라는 표현을 했고, 국민의당은 ‘계획된 유출’이라는 당내 반응을 강조했다. 기자의 유도 멘트는 ‘논란의 배후를 지목했다’였다.

이같은 기사 편집은 직접적으로 방송 심의 규정 9조 4항을 공정성 조항은 물론 선거방송심의 특별 규정의 객관성 조항도 위반한 소지가 크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단순히 경영진과 수뇌부를 보호하기 위한 전파 사유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 규정들을 근거로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정정이나 중지,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언론사에 대한 주의 또는 경고 등의 제재조치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다. 방통위가 이 조치를 이행하면 벌점까지 매겨지고 이는 방송평가 및 재승인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영진과 수뇌부들이 당장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MBC의 사업 지속에 장애가 되는 명백한 해사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표적 취재 왜곡 보도


심의 규정뿐 아니라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왜곡까지 벌어졌다.


①번 기사를 다시 살펴보자. 해당 기자는 먼저 리포트 제작을 위해 표적 취재를 했다. 육덕수 기자는 ‘100분 토론’ 방송 다음날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하고 나온 문재인 후보를 쫓아다니며 언론개혁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인터뷰의 일부분을 방송에 썼다.

 

질문을 편집해 인터뷰 취지를 왜곡


“과거 자신이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 비판 언론을 상대로 한 ‘언론 대못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질문: 참여정부에 계실 때는 언론 문제 개혁을 추진 하셨는데……
답변: 과거 이야기하실 것 없고요. 지금 공영방송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


기사와 편집 영상, 인터뷰로 보면 기사의 흐름이 기자가 과거 기자실 통폐합과 관련한 질문을 하고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질문과 답변을 교묘히 왜곡한 결과물이었다. 실제 해당 기자의 질문과 문재인 후보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질문 : “과거 참여정부 계실 때는 조선일보 뭐 이런 문제 언론문제 개혁을 추진하셨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입장은 어떤 것들이 있으실 지…”
답변 :  과거 이야기하실 거 없고요. 지금 공영방송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제대로 해달라 촉구한 것입니다.


방송에 내보낼 때는 "조선일보 뭐 이런 문제" 라는 부분을 편집으로 들어내고, 대신 기자의 리포트로 “비판 언론을 상대로 한 ‘언론 대못질’ 등에 대해서” 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이다. ‘언론 대못질’ 부분에서는 당시 기자실 통폐합 화면을 편집해 넣었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실제로는 조선일보 등에 대한 언론 개혁 문제를 물어 놓고, 마치 ‘언론 대못질’에 대한 답변을 문 후보가 회피한 것처럼 묘사했다.

이런 왜곡은 앞서 아침 시간 뉴스투데이에서 방송된 같은 기자의 리포트에서도 벌어졌었다.

④ “탄핵정국 속 인사 강행” 작심 발언 (육덕수)

(기사본문)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망가졌다는 원색적인 표현도 사용했고, 보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정권의 방송으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를 찬양하기도 하고…


이에 안 지사는 정파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거리를 뒀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 다들 자기가 집권하면 공영방송은 정부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다 공영방송을 틀어쥐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야당 되면 다 또 공정해야 된다고…”
 

두 후보의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의견에 거리를 뒀다고 표현했다. 정말 그랬을까? 당시 안희정 후보의 발언 전문이다.

안희정 후보 :
예. 문후보님 4분 주도권 토론에서 3분을 말씀하시고 1분을 저한테 주셨는데 시간 배분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조금...
저는 언론 민주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다들 자기가 집권하면 공영방송은 정부를 위해서 일해야 된다고 다 공영방송을 틀어쥐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야당 되면 다 또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니까 공정해야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공영방송과 관련한 법안 하나를 우리가 합의를 못해서 제도개혁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새로운 리더십으로 우리의 이 국가 개혁과제인 언론의 개혁을 향해서 우리가 이제는 여야를 뛰어넘어서 합의를 해봐야 되는 것 아닐까요? 자기가 여당일 때에는 하자고 했다가 야당이 되면 무조건 안된다고 또 반대합니다. 이런 식의 논의와 정치 구조를 가지고는 개혁 과제를 해결을 못하더라...
그래서 저는 꼭 이번 기회에 이런 언론 개혁의 정파를 뛰어넘는 합의를 통해서 언론의 제 기능을, 민주화를 마무리하자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후보 :
네, 뜻이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언론 개혁에 동감하고 언론의 제 기능 회복에 공감하며 여야를 뛰어넘어 합의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도 뜻이 같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 토론을 해당 기자는 ‘거리두기’로 곡해했다.


안희정 캠프 측은 "안지사도 MBC 등 공영방송의 보도행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재인 후보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고 "공영방송을 정권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하며 이를 위해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MBC의 시사보도프로그램 제작의 실무 준칙은 “인터뷰 전체의 맥락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발언 내용의 일부를 자의적으로 발췌하는 등 인터뷰 대상의 전반적인 의도와 다르게 편집해서는 안 된다. “고 규정하고 있다. MBC의 선거방송 준칙은 “공정성, 객관성, 정확성”을 강조하고, “부정적 선거 행태를 철저히 감시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굳이 이런 준칙이 아니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보도를 하거나, 인터뷰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22일 MBC 뉴스 프로그램들은 반복해서 이런 준칙과 상식을 어겼다.

 

언론노조 MBC 본부 대선보도 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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