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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거짓말, 알면서 속아준 ‘그들’

[위클리 포커스] ‘본받아야 할’ TV조선 개선계획? 방통위원들은 정말 믿는걸까 이혜승 기자l승인2017.03.29 09: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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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승인 ‘점수 미달’ TV조선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제해준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개선의지를 높이 산다”는 것.

JTBC, TV조선, 채널A 등 종편3사에 대한 재승인 의결이 있던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 회의에서 여권 추천 김석진 위원은 “(TV조선이 내놓은) 추가개선계획을 보면, 그렇게만 해준다면 어떤 종편보다 막말, 오보, 편파 방송을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희망조건을 스스로 내놓았다”며 심지어 “모든 종편이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그동안 TV조선이 ‘개선의지’를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을까.

▲ 종편채널 4사 개국축하쇼

TV조선 출범 사업계획서 ‘유명무실’

지난 2010년 방통위가 종편사업자를 선정하던 당시 <조선일보>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외부 중견 언론인을 ‘오디언스 에디터’로 선정해 뉴스센터 내부에서 공정보도 지원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팩트 체커제’와 ‘공정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방송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국내외 100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소셜 미디어 에디터를 신설해 ‘양방향 여론수렴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역시 스스로 내놓은 사업계획서였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는 총점 1000점 중 834.93점을 받아 종편사업자에 선정됐다. 당시 케이블연합 종편(753.11점)과 <한국경제>(770.18점)는 기준점수 800점에 미달해 탈락했다.

하지만 출범 1년 후, TV조선 앵커는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야당을 만족시키려면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언론사 지분을 팔아) 안철수 재단쯤에는 줘야 할 것 같다”, 정치 소재 영화 개봉과 관련해서는 “하나같이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들로, 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선거운동”이라는 ‘막말’과 ‘편파’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 2011년~2014년 8월 종편4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현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공정성 부문만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TV조선은 사업계획서에 재방 비율 계획을 26.8%로 적어냈으나, 2012년 실제 재방 비율은 56.2%에 달했다. 콘텐츠 투자계획 역시 사업계획서 상에는 159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투자액은 606억 8500만원뿐이었다. 외주제작 방송 프로그램 편성비율 역시 종편사업자중 ‘유일하게’ 32.3%만을 편성해 승인조건 35%에 미달했다. 지역 균형발전 방안에 있어서도 TV조선은 △국내 제작주체 협력시스템 C스퀘어 운영 △지역민 대상 미디어교육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종합편성’ 채널에 걸맞게 보도프로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 편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종편과 관련해 중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다. 이 부문에 있어서도 TV조선은 사업계획서상에는 3년 동안 연평균 24.8%만을 보도프로그램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2012년 38%를 편성했다. 2013년에는 무려 48.2%를 보도프로그램으로 채웠다.

방통위 시정명령 역시 ‘유명무실’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종편 출범 3년 후, 2014년에 첫 재승인 심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TV조선을 포함한 종편 3사 모두 ‘턱걸이 합격’이었다. 추후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가 여야 추천 13:2구조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편향성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방통위는 이때도 재승인을 허가해주면서도 ‘조건’과 ‘권고사항’을 부과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받았지만, 이후 3년간 결과는 변함없었다.

재승인 1년 후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종편 3사 모두 ‘방송의 공적책임 및 공정성 확보 방안’을 제출한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여기서부터 허점이 발견된다.

종편에 대한 오보·막말·편파 심의 제재는 오히려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측이 운영했다고 주장하는 ‘공정방송 에디터 회의’ 등의 내부기구만을 점검하는 안일한 이행실적 조사 때문이다.

▲ 2014년~2016년 종편PP의 오보, 막말, 편파 방송 법정제재 현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히 TV조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오보·막말·편파 보도로 심의제재를 받은 건수는 2014년, 2015년, 2016년 각각 95건, 127건, 161건에 달했다. 동기간 JTBC는 16건, 7건, 29건, 채널A는 54건, 67건, 74건의 제재를 받았던 것과 2배 이상의 차이다. TV조선은 3년간 법정제재 조치도 18건, 21건, 14건을 받았다.

방통위가 인정한 사업자의 ‘공적책임 및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콘텐츠 투자 계획에 있어서도 2014년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은 508억 64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마저도 476억 200만원만을 달성했다. 동기간 JTBC와 채널A 역시 계획안대로 투자액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각각 1306억 6000만원, 600억 7200만원을 투자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도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도, TV조선은 타 채널과 달리 압도적으로 많은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 11월 2주간 TV조선은 5100분을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할애했다. 같은 기간 KBS1이 2975분, JTBC는 2725분만을 편성하고 있었다.

방통위 존재가 ‘유명무실?’

이미 방통위는 수차례 면죄부를 줬다.

2014년 재승인 심사 이후에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3사 모두에 대해 2014년에는 3750만원을, 2015년에는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종편 3사 매출은 2015년 기준 5321억에 달한다. 과징금이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PD저널>은 이미 “재승인을 위해 약속한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데 따르는 패널티의 값이 매출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으로 과징금 처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송법 제18조 1항 9호에 따라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방송사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 또는 ‘승인 유효기간 3개월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 불편 야기’ 등을 이유로 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15년도 방통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5.01.27. ⓒ뉴시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앞서 2015년 새해 업무계획 발표 당시 스스로 “기존의 ‘조건부 재허가’는 법의 취지를 정확히 살리지 못했다. 재허가 심사에서 650점을 못 넘기면 임시허가를 해주고, 일정 기간 내에 조건을 달성할 경우에만 면허를 갱신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의 발언 역시 거짓말이 됐다. 650점을 못 넘긴 TV조선은 임시허가도 아닌 ‘3년 재허가’를 받았다. 타종편에 비해 조건이 더 엄격하고, ‘6개월마다 이행실적 점검’이 이뤄진다지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또다시 ‘시정명령’과 ‘청문’ 절차가 까다롭게 이어질 뿐이다. 

이번 재승인 의결 당시 방통위원 중 유일하게 TV조선을 재허가해줘서는 안된다는 개인적 의견을 밝혔던 고삼석 방통위원은 “2014년 이미 한차례 기회를 줬다”고 적시하며 “채널A, JTBC와 동일하게 재승인해준다면 재승인 제도를 할 필요가 없다. 재승인 제도 무용론이 제기되고 법의 체계를 스스로 경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3학년, 안희정은 5학년’과 같은 명예훼손 발언에 대해 ‘바로 옴부즈맨’을 이용해 책임 회피하는 3월 2일자 TV조선 <뉴스를 쏘다> 방송 화면 ⓒTV조선 화면캡처

재승인 의결 직전날인 23일, TV조선은 무단으로 유출된 민주당 경선 투표 결과를 그대로 공개했다.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유출 자료를 보도하면서도 모두 ‘블러’(화면을 흐리게 해 내용이 보이지 않게 하는 장치) 처리를 했다. JTBC는 아예 유출 자료를 화면에 띄우지도 않았다. 선거 결과 사전 유출은 선거법에 저촉되고 유출된 내용이 사실 확인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이 이번에 내놓은 추가개선계획이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방통위원들이 굳게 믿은, 타종편이 '본받아야 할' TV조선의 개선의지가 저런 보도였을까.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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