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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이상해’가 보여주는 홈드라마의 미래

[방송 따져보기] 가부장제 무너지고 수평적 구조 현실 보여줘야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3.30 09: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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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방영된 <아이가 다섯>에서는 기존에 잘 다루지 않았던 재혼 부부의 삶을 다뤄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가족의 해체를 드라마의 극적 갈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다가 결국 ‘가족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등 어설프게 봉합하는 측면도 있지만, 세태를 반영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 KBS

홈드라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까. 주말극 1위로 시청률 25%를 돌파한 KBS 2TV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는 아버지 변한수(김영철 분)와 왁자지껄한 네 남매의 좌충우돌을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 초기 방영분에서 ‘먹튀’, ‘백퍼’, ‘갑질’, ‘낄끼빠빠’, ‘최애캐’ 등 신조어와 줄임말이 대사로 자주 등장했다. 인물의 대사로 뜻을 전달하기 어려울 땐 자막으로 신조어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아버지가 이상해>는 세대 간극을 좁히는 시도뿐 아니라 건물주와 세입자 간 갈등, 공무원 준비생과 취업 준비생을 통해 청년의 모습을 담아낸다. 세태를 반영한 현실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뿐 아니라 홈드라마는 예나 지금이나 대가족 중심의 서사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가족 간 또는 가상의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극대화해 보여줌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족 중심의 서사가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공고화한다는 지적을 내놓지만,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기 위해 세대 불문한 소재가 ‘가족 중심의 서사’인 것도 사실이다. 날이 갈수록 과거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면서 홈드라마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방송가에서 꾸준히 편성되는 홈드라마, 과연 시대착오와 세태 반영의 사이,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먼저 홈드라마의 전형으로 ‘김수현 표’ 드라마를 꼽을 수 있다. <사랑이 뭐길래>(1991)를 필두로 <목욕탕집 남자들>(1996), <부모님 전상서>(2004), <엄마가 뿔났다>(2008) 등을 선보였다. 최근작일수록 동성애·이혼·비혼을 비롯해 희생만을 강요당한 엄마가 안식년을 요구하는 등 파격적인 소재로 변화를 꾀했지만, 가부장제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 그밖에 시청률이 높았던 <솔약국집 아들들>(극본 조정선)은 장가를 못 간 아들 넷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와 그들을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웃 공동체’를 유사 가족 관계로 확장시켰다. 1990년대~2000년대 중반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홈드라마는 나름 유의미한 변화를 꾀했지만 이야기의 축은 부모와 자식, 고부 관계 등 수직 구조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홈드라마는 가족극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마지막 보루’ 같았던 홈드라마에서 다양한 가정 형태와 결혼 제도 바깥의 개인 삶을 주목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족의 형성과 해체, 그리고 재결합 등을 다루며 가족 구성원 간 갈등과 충돌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경우다. 작년에 방영된 <아이가 다섯>에서는 기존에 잘 다루지 않았던 재혼 부부의 삶을 다뤄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가족의 해체를 드라마의 극적 갈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다가 결국 ‘가족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등 어설프게 봉합하는 측면도 있지만, 세태를 반영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TV 홈드라마의 세계>에서 조광국 교수는 “우리나라의 TV 홈드라마는 우리 주변의 가족,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준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꿰어나가는 쪽으로 나아간 서사 구도가 바로 대가족의 서사 구도”라면서도 “홈드라마의 대가족은 가부장의 권위와 위신이 그리 크지 않고 통제력은 훨씬 약화되고 그 대신에 자녀들 이야기를 담아내는 수평축이 확대되는 경향을 띤다”고 분석한다. 그만큼 드라마는 현실과 끊임없이 길항한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이 홈드라마 안으로 조금씩 들어선 것처럼 현실에서의 변화들은 드라마에서 하나의 징후로서 표현된다.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신조어가 쏟아지는 이유도 세대 간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빗댄 게 아닐까.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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