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회의? 공영방송 회의록 공개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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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회의? 공영방송 회의록 공개해야 하는 이유
[위클리 포커스] “시청자 알 권리...회의록과 속기록 작성과 공개 의무화”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4.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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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관계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회는 반쪽만 공개되고 있다. 

방송관계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방송관계법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이 신설됐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투명한 운영 그리고 공영방송과 공영방송 이사회에 대한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방송관계법은 회의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 공개는 '반쪽짜리'다.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를 방청하는 것도, 의사록/회의록과 속기록을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2014년 방송관계법 개정 이후, 내부 회의를 통해 공개 방식을 규정했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회의를 공개하고 있다. 

먼저 KBS이사회와 EBS이사회 모두 회의가 시작하기 24시간 전에 방청 신청을 해야만 회의 방청이 가능하다. 의사록을 작성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속기록도 작성하나, 홈페이지에 공시하지는 않는다. KBS이사회의 속기록을 보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야한다. 내부 규정에 따라 이사회가 공개 여부를 정한다. 공개가 결정되더라도 속기록을 파일로 받을 수 없다. KBS이사회 사무국에 가서 직접 열람만 가능하다.(▷KBS이사회 홈페이지 링크)

EBS이사회는 신청자에 한해서 속기록을 제공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자에게 PDF 파일로 된 속기록이 전달된다. 단,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3조에 따른 비공개 안건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제출한다. 두 이사회  (▷EBS이사회 홈페이지 링크)

방문진 이사회는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으며, 회의록 작성을 위한 속기록 형태의 회의 자료를 작성한다. 회의의 간략한 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홈페이지 링크)

▲ 2001021_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_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 중 화면캡처 ⓒ국회

하지만 KBS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 홈페이지에는 의사록과 회의록을 첨부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KBS이사회의 경우 지난해 12월 7일에 열린 제 862차 임시이사회 이후로,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일에 열린 제21차 정기이사회 이후로 의사록이 없다. 이에 대해 KBS이사회 사무국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차의 의사록은 올라가지 않는다”며 “공개된 회차는 올라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영방송 이사회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하려면?

2014년 방송관계법에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정했지만, 공영방송 이사회는 법률에 명확하게 '공영방송 이사회는 의사록/회의록과 속기록을 작성하고 공개해야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회의 공개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최민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 공개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했다.

그 결과 입법조사처는 “KBS와 EBS,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진 등은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상 행정 정보의 공표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이라며 “이사회 회의 공개의 의미는 회의 자체 공개는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인호 KBS 이사장은 2014년 10월 22일 국회 미방위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방통위와 마찬가지로 회의와 의사록, 속기록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 공개 방식은 그대로다. 지난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69인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발의한 방송관계법 일부법률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회의 속기록, 녹음기록, 영상녹화기록 등을 첨부한 회의록의 작성 보존을 의무화, 비공개 사유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위반할 시에는 1년 이하 징역 3000만원 벌금형에 처한다는 규정도 추가했다. 

비공개 사유를 제한하여, 회의 공개 원칙도 강화했다. 현재 방송관계법에서는 ‘1. 다른 법령에 따라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2. 공개하면 개인·법인 및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3.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에 따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서는 2번 ‘개인·법인 및 단체’를 ‘방송사업자나 종사자를 제외한 개입법인 및 단체’로 수정했다. 또한 “다만, 비공개 사유가 소멸되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로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 16인이 ‘공영방송 이사회 속기록 작성 의무화 및 공개’를 위해 지난 1월 18일에 공동 발의한 방송관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도 비공개 사유로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만 해당하도록 명시했다. 비공개 사유를 대폭 축소시켰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69인이 공동 발의한 방송관계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회의 공개에 대한 부분. ⓒ국회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국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물론 공영방송 이사회 입장에서는 회의록을 공개하는 게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다. 예를 들어 경영전반에 관련된 영업상의 비밀이나 내부 인사에 대한 문제들을 논의할 때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현행법에서도 특정한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의를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비공개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특정한 어느 정당 한쪽이 ‘이 안건은 무조건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다수결을 통해 해당 안건은 비공개로 의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KBS이사회는 이사회를 열기 전,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의사일정’을 통해 각 안건들의 공개, 비공개 여부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회의가 진행된 이후 회의날짜와 안건 등이 적힌 '의사일정'을 등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방청 신청에 참고하기 위해, '의사일정'이 언제 올라오는지 문의할 경우, "회의의 공개 여부를 정한 뒤 올릴 예정"이라고 답한다. 방송법에 따르면 비공개 여부는 회의가 열리기 전이 아닌, 열린 자리에서 ‘이사회 의결’로 결정해야 한다. 

이밖에도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4인은 지난해 10월 31일 ‘공공기록물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통해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록과 속기록 작성 의무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2016년 5월 20일 <PD저널> 기사에 따르면 “방문진이 방문진법에서 속기록 작성 대상이 아니기에 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방문진을 녹취록 작성 대상에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대로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방문진에서도 속기록 작성과 공개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회의록, 속기록 공개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당연한 의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회의뿐 아니라 의사록, 속기록도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회의는 공개한다'는 규정만 있지만,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회의를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방청 방식 또한 회의실에서 회의를 직접 볼 수 있는 '직접 방청'이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별도로 정해진 공간에서 ‘간접 방청’(TV 모니터를 통해 회의 시청)만 가능하다. 국회 또한 ‘국회법’에 적힌 ‘회의는 공개한다’라는 법률에 근거해 방청을 허용하고 다양한 방법(영상회의록, 속기록 등)을 통해 회의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의 공영방송 사례를 살펴보면, NHK경영위원회(NHK의 관리·감독기구)는 홈페이지에 의사록을 공개하고 있다. 의사록에는 우리나라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공개하는 의사록과는 달리, 회의 일시와 장소, 참석자, 의제와 의제에 대한 논의 과정과 결론이 담겨있다. '속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기사: 2014년 10월 17일 ‘KBS 의사결정 못 보지만 NHK는 볼 수 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공영방송의 의미를 언급하며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 내용과 결과는 ‘당연히’ 공개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엄정한 의미의 공영방송 이사회는 시청자들을 대표하는 기구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이사회도 여당이나 야당이 아닌,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들을 대표하는 최상위 기구"라며 "공영방송 이사회는 수신료를 납부하는 대의체기 때문에, 수신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이사회 회의를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지난 1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공영방송은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방송사다. 시청자 또는 국민이 공영방송사 이사회에서 어떤 얘기가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과정들을 보면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자기가 남 앞에서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막 한다. 이사회 속기록이나 회의록이 공개될 수 있다고 하면 그런 부분들이 자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그런 발언들이 이사회에서 줄어들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사회 속기록은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 회의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링크)

언론장악방지법은 지난해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방해로 국회에 오랜시간 계류됐다. 이에 국회 미방위 소속의 야당 의원들은 지난 1월 언론장악방지법을 처리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로 해당 안건을 긴급 회부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에서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 안건조정위 소위 구성도 되지 않은채 멈춰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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