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쇼’ 정봉주는 어떻게 시사 라디오 새 장을 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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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쇼’ 정봉주는 어떻게 시사 라디오 새 장을 열었을까
“정치 문턱 없고, 정치인이 불편하지 않아야” [인터뷰]
  • 표재민 기자
  • 승인 2017.04.0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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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1시대는 즐거운 음악과 함께 하는 오락성 라디오가 방송되는 게 라디오 편성 관례인데 SBS와 정봉주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해 시사 라디오 시장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불모지에서 출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SBS

“그렇게 말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어려운 이야기 말고 쉽게 이야기 해봐요.”, 정치인이자 방송인 정봉주가 SBS 라디오 러브FM 130.5 MHz <정봉주의 정치쇼>(연출 김삼일 손승욱, 작가 정희선 지선영)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쏟아내는 이야기다. 한껏 치켜세운 목소리, 채널A <외부자들>과 TBS <정봉주의 품격시대>를 진행하는 진중한 모습과 다른 친근하고 유쾌한 모습이다.

 

매일 오전 11시(4월 10일부터 오전 10시 30분 확대 편성)부터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 시사 라디오와 다르다. 보통의 시사 라디오가 정치에 관심 많은 사회인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포진돼 있는 것과 시간대부터 엇나가있다. 오전 11시대는 즐거운 음악과 함께 하는 오락성 라디오가 방송되는 게 라디오 편성 관례인데 SBS와 정봉주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해 시사 라디오 시장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불모지에서 출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달 6일 첫 방송을 한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방송인 팟캐스트에서 다시 듣기 조회수가 상위권에 안착했다. 재밌고 쉬우면서도 정치 현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송으로 입소문이 났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진중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틀을 깬 정치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정치 만담 프로그램이다. “정치 1도(하나도) 모르는 사람들 정치 고수로 만들어드리는 정치쇼”라는 이 프로그램의 단골 소개대로 정치 문외한도 정치에 쉽게 접근해 우리 사회와 이웃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론 형성의 장이 되고 있다. ‘정치 입문자를 위한 시사 라디오’라고 <정치쇼>를 소개할 수 있겠다.

 

정치인 정봉주는 정치 고수다. 그런데 진행자 정봉주는 행여나 청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를 어렵게 느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어떻게든 쉬운 화법으로 정치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정치가 어려운 담론이 아닌 일상의 한 조각으로서 별 것 아니라는 친근한 화법, 청취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유쾌한 웃음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기에 좀 더 많은 청취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이 같은 ‘정치 족집게 과외’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리하는 ‘머슴’ 국회의원을 긴장하게 하고,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기 정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정치인을 넘어 방송인으로서도 자질을 인정받은 그는 <정치쇼>라는 지상파 방송 외에 <정봉주의 전국구>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채널A 시사 예능프로그램 <외부자들>, <정봉주의 품격시대>를 통해 정치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갖도록 만든다. 오늘 하루도 정치, 그리고 대중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봉주와의 대화를 풀어놓는다.

 

방송 시작 한 달 정도 됐는데 어떤 성과가 있는 것 같나.

 

정치 라운드가 1에서 9까지 있다면 우리 프로그램을 듣는 청취자들은 9라운드 외곽에 계신 분들이 많다.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던 사람들, 정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꽤 많다. 1에서 3까지는 정치 도매상이고, 3에서 5는 도매상과 소매상을 함께 하는 거다. 7은 소매상이고 8에서 9는 굳이 사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정치 소비 냉담층’ 이런 분들이 우리 방송을 듣는 거다. 1에서 3까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여러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어서 취사선택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접근하지만 한 번 영향을 받으면 잘 바뀌지 않는다. 정치인들 중에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오전 11시대가 시사 라디오가 방송하기 좋지 않다고 하지만 정치에 새롭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려면 이 시간대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확장성 역할을 하는 건가.

 

<나는 꼼수다>를 진행할 때 정치를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우연히 우리 방송을 들었는데 채널을 바꾸지 않고 듣고 있다는 분들이 많다. 정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이런 분들은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팟캐스트는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 그들은 정치와 시사 정보 도매상이다. 자신이 방송을 듣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유통도 한다. 우리 프로그램 청취자들은 정치의 마지막 소비층인데 채널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니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진행을 할 때 쉽게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정치는 한 번만 비틀면 모를 수 있다. 많은 평론가들이 정치 프로그램에서 이야기를 할 때 확실하게 하지 않고 애매하게 말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고 주관을 정하지 못할 수 있다. 다 들었는데도 ‘내가 뭘 듣고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는 우리 프로그램 패널들에게 두괄식으로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을 한다. ‘지켜볼 일이다’, ‘귀추가 주목 된다’, ‘예의 주시해야 한다’ 등의 표현이 아니라 족집게 과외처럼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렇게 결론을 미리 내면 균형성을 잃지 않나?

 

어떤 사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청취자의 몫이다. 우리가 말하는 ‘결론을 내려준다’는 것은 정치 관점이 생길 수 있도록 근거를 확실히 알려주자는 거다. 청취자를 어느 한 방향으로 끌고가자는 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처럼 근거 제시도 애매하게 하지 않겠다는 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 "자신이 방송을 듣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유통 도 한다. 우리 프로그램 청취자들은 정치의 마지막 소비층인데 채널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니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 SBS

진행자로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인 건가.

 

내가 열린우리당 출신이기 때문에 나와 반대 성향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전달하려고 한다. 내가 아무리 균형을 맞추려고 해도 청취자들이 우리 방송을 진보 성향의 방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성향의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기계적인 중립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대 성향의 이야기에 설득력을 실어주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청취자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보수 성향 의원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하는 말이 있다. 그 분들이 방송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우려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고 하시더라. 장제원 바른 정당 국회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출연 후 꼭 다시 불러달라고 하셨다.

 

아직 방송 초반인데 반응이 뜨겁다. 비결이 있다면?

 

정치는 문턱이 없어야 한다. 내 생활에서 정치가 들락날락거려야 한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격의 없이 진행한다. 조금이라도 권위적인 진행을 하면 청취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첫 방송부터 생각했던 것은 청취자들이 우리 방송을 듣고 ‘정치, 아무 것도 아니네?’ ‘정치가 결국 술 마시면서 옆자리에서 하는 이야기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였다. 우리 청취자들이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정보 전달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정치쇼>에서 홍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라고 전달할 수 있는 ‘매체 전달자’ 역할은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쇼> 재밌어. 한 번 들어봐”라고 말하는 게 정말 더 큰 힘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 문턱을 낮춰야 하고, 권위 없이 진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문턱이 낮아지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나아가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의미인 건가?

 

정치인들은 권위적이다. 국민이 자신들이 구중궁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으면 하는 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다. 그런데 문턱이 낮아지고 권위주의가 없어지면 정보가 분배되고 분산된다. 정치인들이 무슨 잘못을 하는지,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서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볼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정치인이 불편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치인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국회의원을 할 때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명함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놨다. 지금은 아마 국회의원 중 반 정도는 적어놨을 거다.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으면 공인을 하면 안 된다. 국회의원의 사생활은 공개돼야 한다. 물론 술에 취한 사람들이 전화를 하는 등의 부작용은 있지만 정치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면 정치인이 부패할 겨를이 없어진다. 국민과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이기도 하고, 국회의원 자신도 감옥에 갈 일이 없어진다.

 

다양한 방송을 진행하는데 프로그램마다 목소리가 다른 것 같다.

 

방송을 보고 듣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방송에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게 한다. 또 방송 형식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정치쇼>는 라디오라서 내가 약간 거칠게 말을 해도 참을 수 있는데 만약에 내가 <품격시대>에서 그렇게 진행을 하면 불편할 수 있다. 끊임 없이 생각을 한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정치쇼>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편안하고 재밌는 방송이다. 그러면서도 세월호와 같은 묵직한 문제도 가볍지 않게 다룰 수 있는 방송이다.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그때 그때 바꿔가며 진행한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노력파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해야 비슷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철저하게 공부를 한다. <외부자들>의 다른 패널들이 처음에는 대충 하려고 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그 방송을 위해 자료 조사원을 5명을 꾸렸다. 방송 작가들도 있지만 외부 자료 조사원들의 도움을 받고 변호사들에게 ‘원포인트 레슨’도 받는다. 그렇게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방송에 나간다. 대충 방송을 하면 안 된다. 나는 보통 방송을 할 때 초반 5회까지는 방송 3~4일 전부터 밤을 샜다. 첫 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쇼>는 <전국구>와 다르게 패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팟캐스트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설을 이야기해도 된다.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은 적당히 자신들이 판단해서 듣는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은 아니다.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 시간이 1시간이라서 그런지 패널들이 길게 이야기를 하면 강단 있게 자르던데 혹시 기분 나빠하지 않나.

 

나는 출연하는 패널들을 정말 존경한다. 패널들도 그 점을 알고 있을 거다. 다만 패널들이 말이 많으면 일정 시점에서 끊어줘야 한다. 다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시간을 준다.

 

동료 정치인들에게 날선 질문을 할 때 조심스럽지 않나.

 

내가 현역 국회의원일 때도 전략 분석을 많이 했다. 지금도 국회 보좌관이나 정치부 기자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 정치 관련 방송을 하고 있다. 정치 정보 접근성이 다른 정치인보다 높다. 내가 알고 있는 문제를 청취자들을 위해 모르는 척 질문을 하면 혹시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나는 알고 있지만 청취자들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모르는 척 질문을 한다. 청취자 눈높이에 맞춰 진행을 해야 한다. 나와 친한 국회의원들은 내가 깊게 알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자꾸 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안민석 의원이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내가 말을 끊는다. 청취자들은 못 알아들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출연하는 국회의원 폭을 넓힐 거다. 내가 정치를 할 때 사나운 면이 있어서 같은 소속인데도 가까이 안 하셨던 의원들이 있었다. 그런 분들도 나오게 하겠다.

 

<전국구> <품격시대> 등에 나왔던 패널들이 <정치쇼>에도 나오는 ‘돌려막기’ 느낌이 든다.

 

<정치쇼>는 시간이 짧다보니 분야별로 검증된 전문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새로운 패널들을 발굴하려고 하지만 <정치쇼>는 전문적이면서도 쉬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나오는 게 맞다고 본다.

▲ "정치인들이 무슨 잘못을 하는지,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서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볼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정치인이 불편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치인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SBS

방송에 많이 출연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앞으로 정치인 정봉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나는 꼼수다>를 할 때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감옥에 다녀온 후 잠복됐다. <외부자들> 하면서 다시 많이 알아보신다. <외부자들>은 본방송 시청률이 4~5% 나오고, 재방송 시청률도 1~2% 나온다. 재방송을 6번씩 하니깐 많이들 보시는 것 같다. 정치인은 인지도가 중요한데 방송은 독 묻은 사과 같다. 독이 적당히 묻으면 사과의 단 맛이 더 강하게 난다. 그렇다고 인기에 연연하다보면 청산가리 묻은 사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다. 정치인은 팬이 아닌 중도층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 4개월 촛불 시민들이 새로운 역사를 썼는데 지켜본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바다에 있었다. 젊었을 때 학생 운동, 재야 운동, 시민 운동을 하면서 앞서 나가면 계몽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시민들이 이렇게 깨어 있었던 거다. 개개인이 내재돼 있는 힘이 있었던 거다. 그 힘이 촛불 집회를 통해 뭉치고 폭발했다. 촛불 집회 때 무대에 올라오라고 여러차례 요구를 받았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할 발언이 없었다. 두려웠고 자신이 없었다. 촛불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바다에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누군가 끌고가는 게 아니라 위대한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 역사의 현장에 있어서 감격스러웠다. 나는 2017년 노벨 평화상은 촛불 시민들이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세계 인류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1980년에도, 1987년에도 시청 광장에 있었다. 30년이 지난 후 그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90% 이상 떨어져나갔을 때 다시 그 자리에 섰다. 그리고 30년 전 친구들을 다시 광장에서 만났다. 그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들이 촛불집회 때 뒷풀이를 많이 하는데 다들 운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었다는 감동을 받은 거다. 위대한 역사가 가벼운 트릭으로 후퇴하는 걸 우리는 봤다. 이제는 후퇴할 수 없는, 트릭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왔다.

 

역사학자들이 그런다. 완전히 다 부서진 상황에서 다시 보면 위대함을 볼 수 있다고 그런다. 역사가 된 거다. 올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쪽에서 박 전 대통령을 신의 경지로 올리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촛불 시민들이 그걸 꺾었다. 촛불 시민 1600만 명이 대한민국 역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할 것인가, 2년 전 그 광장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신 백남기 어르신을 추모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2017년 11월 14일이다. 촛불 시민들은 백남기 어르신을 택한 거다. 세월호 희생자를 택한 거다. 그 순간 대한민국은 친일과 독재의 뿌리가 죽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다. 촛불이 만든 감동의 현장을 감히 인간의 새치 혀로 표현하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우리가 평가를 하지 않는 게 맞는 거다.

 

마지막으로 <정치쇼>를 아직 듣지 않는 이들에게 한 마디.

 

술집에서 술 한 잔 하고 있을 때 어느 한쪽에서 정치 이야기를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재밌게 풀어간다. 개그 프로인가? 듣다 보니 <정치쇼> 이야기인 거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정치를 이야기하면 담을 쌓아놓고 다가오지 못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게 <정치쇼> 콘셉트다. 보통 정치를 이야기할 때 중학교 2학년이 판단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이 어렵다고 하면 방송을 그만둘 때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2학년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방송을 만들겠다. <정치쇼>를 듣든, 누가 <정치쇼>를 듣는다고 말하든, <정치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든 전국민의 60%가 아는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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