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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 편찬위원회’는 전북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미디어 현장] ‘전북인의 삶’에 주목하고 공감, 전주 MBC 간판 프로그램 하수영 기자l승인2017.04.03 09: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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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공감토크쇼, <개인사 편찬위원회!>, 그 희로애락의 역사를 기록합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만드는 오늘의 역사, 지금 또 하나의 히스토리를 시작합니다.”

(전주 MBC <개인사 편찬위원회> 오프닝 코멘트 발췌)

2010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소설책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이 세상에 상실된 것이 많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여기서 상실의 객체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특히 ‘공감’의 상실은 남녀노소와 인종‧지역을 불문하고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는 혐오범죄, 세대갈등, 그리고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까지….

여기, 오직 나만이 중요하고, 내 가족만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현대인들, 삶이 팍팍해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감’의 화두를 던져 줄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전주 MBC의 공감 토크쇼 <개인사 편찬위원회>다(연출: 유장욱‧조형진/ 작가: 안소민, 양주현).

▲ 전주 MBC '개인사 편찬위원회'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6시 25분까지 방송된다. 1부와 2부 나눠서 방송된다. ⓒPD저널

‘맛과 전통의 도시’ 전주에서 PD 2명, 작가 2명 총 4명의 제작진이 오순도순 제작하고 있는 <개인사 편찬위원회>에선 ‘덜 유명한’ 사람이 주인공이다. 반드시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녔다거나, 높은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전주 혹은 전라북도 출신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쓰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개인사 편찬위원회> 주인공 자격 ‘OK’다. 실제로 그 동안 ‘익산 패셔니스타’ 이정미 씨, ‘백화점 판매왕’ 홍성순 씨, ‘흙집 짓는 동네 목수’ 김석균 씨 등 제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우리동네 유명인사’들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PD저널>이 녹화 현장을 방문한 지난 달 28일,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주인공은 자연건강법 강사이자 ‘시골교회’ 목사인 임락경 씨였다. 전북 순창 출신으로 현재는 강원도 화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이날 <개인사 편찬위원회>에서 지역민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임 목사는 심지어 지상파의 유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출연을 다 거절하고 오직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러브콜’에만 응답한 것이었다. 임 목사는 “(고향인) 전북을 떠나서 객지에 사는 사람들 위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출연하러) 왔다”며 “객지로 떠났다가 다시 고향에 와서 방송하니 ‘금의환향’한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 전주 MBC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패널(편찬위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진권 위원, 옥심이 위원, 신은미 위원, 임지웅 위원. ⓒPD저널

이런 소박하면서도 알고 보면 거창한 게스트답게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MC‧패널 역시 소박하지만 거창한 라인업이다. 노련미 넘치는 프로 방송인 정진권, 훈남 아나운서 임지웅, 개그 요정 옥심이, 그리고 최근 새롭게 합류한 미모의 한국화가 신은미까지, 강호동‧유재석이나 송은이‧김숙 부럽지 않은 쟁쟁한 패널들이 ‘편찬위원’으로서 <개인사 편찬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다.

<개인사 편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유장욱‧조형진 PD도 편찬위원 군단에 대해 자부심이 상당했다. 유장욱 PD는 “인지도가 (유명 MC들에 비해) 낮아서 그렇지, 실력으로 보면 굉장히 잘 하는 사람들”이라며 “특히 우리 패널 가운데는 방송을 많이 안 해본 분들도 있는데, 방송 경험이 많고 노련한 정진권 씨가 잘 끌어가고 있다. 질문도 날카롭게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출자들의 자부심을 증명하듯, 현장에서 본 편찬위원 군단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활기와 재치는 넓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우기 충분했다. 방송 경험이 많은 위원이 앞에서 끌고 경험이 적은 위원이 뒤에서 밀어주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가히 전주 MBC의 ‘드림팀’이라고 할 만 했다.

프로그램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된 신은미 위원은 “고정으로 방송을 출연하는 것이 처음이라 질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 분위기가 좋아 잘 적응하고 있다”며 “어떤 방송 팀은 방송 할 때와 안 할 때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는 다르다. 항상 화기애애하다”고 밝혔다.

정진권 위원과 옥심이 위원도 “(프로그램 특성상) 게스트의 삶의 궤적들을 쫓으면서 깊이를 드러내야 한다”며 “진중하게만 가면 보시는 분들이 지루할 수 있어서, 한 쪽 발은 재미, 한 쪽 발은 교양에 담그고 있다. 그런 걸음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팀의 호흡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에 연령대가 높은 게스트들이 많이 출연하는데도 분위기는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 못지않게 통통 튄다. 상대적으로 젊은 패널인 옥심이 위원이 70대의 임 목사에게 ‘목사라기보다는 농부 같다’며 가벼운 농담도 던진다. 심지어 이 날은 게스트인 임 목사가 “어린 시절 딸에게 ‘의사는 한 가지 병을 고치는데 아빠는 여러 가지 병을 고치니까 '돌파리(突破理, 이치를 몸소 부딪혀 깨달은 사람)'라고 했는데, 딸이 학교에 가서 ‘우리 아빠가 돌파리’라고 자랑을 했다”고 하는 등 ‘유머’까지 발휘해 녹화장에선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 PD는 “최대한 딱딱하지 않게 하려고 해서, 패널들이 재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예능적 재미를 주면서도 그 사람(게스트)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자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 PD저널은 지난 28일,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에 위치한 전주 MBC의 '개인사 편찬위원회' 녹화 현장을 찾았다. ⓒPD저널

“지역방송 힘들지만…지역 주민들 위해 지역 방송사로서 앞으로도 할 일 할 것”

지난해 10월 시작한 <개인사 편찬위원회>는 어느 덧 방송 50주 차를 앞두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50주의 시간 동안 <개인사 편찬위원회>도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제작진이나 패널도 조금씩 달라졌다. 실제 팀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를 ‘사관’이라고 해서 패널로 방송에 출연시켰다가 ‘패널을 줄이고 게스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전주 MBC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뺀 일도 있었다.

유 PD는 “제작진이 넷 밖에 안 되는데, 녹화 날 바쁜 작가가 방송 출연까지 해야 해서 힘들어 했다”고 털어놨다. 조형진 PD는 “당시 누구 한 명을 패널로 추가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마땅치 않아서 그렇게(작가를 패널로 앉히게) 된 것이었다”며 “예산 문제로 (PD와 작가) 총 네 명이서 85분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로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지역 방송사들과 그 프로그램들, <개인사 편찬위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때는 좀 더 유명한 게스트, 좀 더 유명한 패널을 섭외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역시 예산 문제로 쉽지 않았다.

유 PD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예산이 아마 서울과 비교해서 1/10이나 1/20 수준일 것”이라며 “비싼 출연료를 드려서라도 프로그램에 전북 출신 유명인을 모셔오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다. 그 사람들은 서울의 (출연료) 기준과 비교를 할 텐데, 그렇게 보면 당연히 이 곳의 출연료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PD는 “그러나 지역방송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시청자를 위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중앙의 지상파 방송사들만큼 화려한 게스트, 화려한 세트를 갖추진 못했지만 대신 더욱 알찬 내용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유 PD는 “어떻게 하면 그 사람(게스트)의 이야기 중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좀 더 잘 뽑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패널들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부족한 예산이지만, 조금 더 효율성 있게 제작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 PD는 출연료에 관계없이 <개인사 편찬위원회>를 찾아주는 유명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 이야기를 다루자’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 콘셉트니까 처음에는 일반인들 위주로 게스트를 구성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약간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도 섭외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출연료가 한정돼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진식 배구선수, 김성한 야구선수, 트로트가수 소명,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배우 최일화 등 많은 전북 출신 유명인들이 프로그램에 나와 줬다. 이 분들은 모두 출연료를 안 따지고 나와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섭외한 전북 출신 유명인들 덕분에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준 적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출연했던 강언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대통령의 글쓰기’ 저자)과 영화 ‘재심’의 실제 모델인 박준영 재심전문 변호사 편의 경우에는 지역의 각계 인사로 구성된 전주 MBC 시청자위원회로부터 ‘감명깊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예산이나 인력 문제 등 어려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작은 호평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두 PD는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 PD는 “지역방송은 지역 도민들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건데, 지역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야만 유지가 된다. 지역 사람들이 지역 방송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지역방송은 그들을 위한 방송을 할 수 없고, 결국 피해는 시청자들이 보게 된다”며 “조금 재미가 덜하더라도, 우리 동네 사람들 얘기니까 지역 방송을 꾸준히 봐 주신다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심이 제작진들로 하여금 ‘으쌰으쌰’ 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또 비록 전북에 살지는 않지만,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들도 전라도에 관심과 애향심을 갖고 시청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전주 MBC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패널(편찬위원)들과 PD, 작가, 카메라감독, 게스트가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유장욱 PD, 다섯 번째가 조형진 PD다. ⓒPD저널

이제 프로그램이 50주차를 넘겼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사실 이것은 모든 방송 프로그램과 그 연출자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일부 방송사들은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앞을 모른 채 그저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유 PD는 “프로그램이 약 6개월 정도 됐는데,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우리는 시청률 때문에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좋다. 시청률에 신경을 쓰지만, 거기에 구애되지는 않는다”며 “지역 방송사가 해야 할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기획 의도는 ‘고단한 삶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상실의 시대’에 전주와 전북의 주민들, 나아가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충분한 존재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조 PD는 “‘사람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사 편찬위원회>는 한 사람의 인생을 40~50분 짧은 시간 안에 들여다보며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 읽고 나면 양서가 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책을 한 권 한 권 채워서 나중에는 지역의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날 녹화를 마치면서 임지웅 위원은 임 목사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선생님의 인생은 아직 전집 중 1권입니다”라고. <개인사 편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개인사 편찬위원회>가 써 내려가야 할 책이 무궁무진하다. 모든 전북 도민이 <개인사 편찬위원회>의 주인공이 되는 그 날까지,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 편, 공감 토크쇼 <개인사 편찬위원회>는 매주 토요일 5시부터 6시 25분까지 약 85분 간 전주 MBC에서 방송된다. 1부와 2부가 각 50여 분, 30여 분 씩 나눠서 방송된다. TV를 통한 방송 시청은 전라북도 권역에서만 가능하다. 방송 시간을 놓친 시청자나 전북 권역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시청자는 전주 MBC 유튜브 채널(▶링크)이나 전주 MBC <개인사 편찬위원회> 홈페이지 ‘다시보기’ 코너(가입 필요, ▶링크)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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