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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는 왜 국민의회가 아닌 PC방으로 돌아왔을까

[김교석의 티적티적] 7주 휴지기, 에너지 회복과 자신감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4.03 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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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 지난 회를 요약한 다시보기를 편집해 넣는 것처럼 지난 3주간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그들의 역사와 현재를 압축해서 보여준 것 같았다. ⓒ MBC

<무한도전>은 늘 큰 그림을 그린다. 제작진, 출연진, 시청자 모두 알고 있다시피 그 영향력은 예능 장르의 차원을 이미 벗어났다. MBC라는 채널 브랜드 인지도를 넘어선 지도 까마득히 오래 전이다. 그런데 이들은 7주간의 오랜 휴식 후 아무도 예상치 못한 PC방의 온라인 게임 대결로 돌아왔다. 2주 동안 중학생 친구들끼리 할 법한 소소한 내기들을 열심히 하더니, 그 다음 주 ‘무한도전-국민의원’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국민의원 200명을 뽑아 국민이 주체가 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여야 5당을 대표한 다섯 명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 기간부터 스튜디오의 사이즈와 캐스팅의 수위까지 과거 몇몇 변호사들과 모의 법정극을 벌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에 거쳐 온·오프라인을 통해 '2017년 국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지,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꼭 있었으면 하는 약속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1만 여 건의 국민 의견을 모았다. 정치와 국회에 대한 상식을 알려주는 것부터 열악한 노동 처우 문제 등이 언급되고, 실제 입법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대선을 맞이해 <100분토론> 시청자 특집에서나 할 법한 이벤트가 주말 예능에서 펼쳐진 것이다.

 

방송 전, 박근혜 전 대표가 소속된 자유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징계 중인 김현아 의원이 당을 대표해 출연한 것을 놓고 '편파 섭외'라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무한도전>의 답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방송”이었다. ‘국민의회’란 타이틀을 내건 만큼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에 초점이 있었다. 웃음과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이 사회적 의제를 내던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시청률이 오른 것은 물론 당연히 화제가 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7주간의 휴식 이후 화제성과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질 것이 확실시되는 ‘국민적’ 기획으로 복귀하는 대신 2주간 멤버들끼리 PC방을 가고, 오락실을 가고 당구를 치고 풋살을 하고 사격 대결을 하고 식당에서 밥 먹고 브루마블 게임하고 ‘놀았다’는 점이다. 이를 어색하게 여긴 시청자들이 있었다. 재밌었다는 의견과 함께 기대와 달라 실망했다는 의견도 적잖게 나왔다. 논란이라기보다 너무나 소소한 모습에 갸우뚱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이런 의외의 행보는 지난 3주간 <무한도전>은 그들이 어떻게 성장해서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장수했는지 주마등처럼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지난 회를 요약한 다시보기를 편집해 넣는 것처럼 지난 3주간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그들의 역사와 현재를 압축해서 보여준 것 같았다.

▲ 그래서 지난 10년간 매주 토요일 저녁을 함께 즐겼던 친구처럼, 앞으로의 10년도 토요일 저녁마다 만나는 좋은 친구로 남아주길 다시금 기대하게 한다. ⓒ MBC

캐릭터쇼로 출발한 자신들의 뿌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멤버들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면서 재충전하며 예열을 했다. 그 다음 특정 캐릭터들로 구성된 일반적인 리얼 버라이어티를 넘어선 <무도>만의 지위에 걸맞은 큰 판을 마련했다. 캐릭터쇼라는 뿌리로부터 성장했지만 울창하게 뻗어나간 나뭇가지에는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이야기, 사회적인 올바름이란 태도와 메시지에 대한 기대가 매달려 있다. 이것이 <무도>를 다른 예능들보다 더 철저한 검증과 관심이 따르는 이유이자 가장 충성도 높은 예능 브랜드인 까닭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당연하게도 그 관심과 기대를 외면하지 않았다. 굳이 예능에서 다룰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정치사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위해 국민 예능(일제 잔재에서 파생된 말이라 쓰기 싫지만)으로서 시대정신에 부응한 것이다. 이는 웬만한 자신감과 호응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기획이다.

 

일종의 로드맵을 갖고 돌아온 <무도>는 지쳐보이던 이전과 달리 자신감에 차 보인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고, 그간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잊지 않았다. 시청자 여론을 너무 의식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역풍의 우려가 있는 큰 이야기들을 피하지 않는다. 그간 지쳐 보이는 것은 물론, 너무나 조심스런 행보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눈치 보던 모습들이 아쉽기도 했는데, 지난 3주간 자신들의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딛은 행보에서 믿음이 다시 생겼다. 돌아온 <무도>를 보니, 박명수를 필두로 고갈되었던 에너지도 어느 정도 회복된 듯하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매주 토요일 저녁을 함께 즐겼던 친구처럼, 앞으로의 10년도 토요일 저녁마다 만나는 좋은 친구로 남아주길 다시금 기대하게 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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