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다큐 방영하라” KBS PD 릴레이 피켓시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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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야 할 방송, 불방 이해할 수 없어”

▲ KBS PD들은 4일 오전 11시 40분 즈음 KBS 신관 로비에 피켓을 들고 도열해 있다. ⓒPD저널

“촛불 민의도 방송 못하나? KBS에 봄은 오지 않았다!”
“어디까지 참아야하나? 무너진 PD정신 되살리자!”
“방송불방 취소하고 제작자율성 존중하라”
“사장 눈치볼래? 시청자 눈치볼래? KBS 스페셜 즉각 방송하라!”
“촛불이 대선과 무슨 상관? KBS 스페셜 당장 방송하라!”

KBS PD들이 들고 일어섰다. 촛불시위 과정을 담은 KBS <KBS스페셜> '광장의 기억' 편이 불방 조치된 것에 대한 움직임이다.

KBS PD들은 4일 오전 11시 40분 즈음 KBS 신관 로비에 피켓을 들고 도열했다. 점심시간 오고가는 사람들로 분주한 곳에서 묵묵히 피켓을 들어올렸다.

KBS PD협회(회장 류지열)는 “즉각적인 방영을 촉구하며, 지금부터 PD협회 차원에서 강력 투쟁한다”고 밝히며 “조속한 방송을 위한 협상은 병행한다”고 투쟁지침을 알렸다.

▲ KBS PD들이 4일 오전 11시 40분 즈음 KBS 신관 로비에 피켓을 들고 도열해 있다. ⓒPD저널

피켓시위가 끝난 후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PD저널>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2개월 정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쭉 해왔다. 그래도 탄핵이 인용되면 그건 시대정신이고, 법적으로도 촛불시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니 방송을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되니까 당황스러운 것”이라며 “지금도 사실 늦었다. 그래서 빨리 방송을 하라고, 지지부진하게 끌고 갈 순 없다는 판단 하에 피켓시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어 “PD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민감한 사안의 폭로나 심층 탐사도 아니고, 시대를 담담히 기록하고 그걸 보면서 교훈을 얻는 다큐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KBS PD들의 피켓시위는 촛불 다큐가 불방 됐다는 단편적인 이유에서만 출발하지는 않았다. 류 회장은 “피켓시위를 시작하고 항의를 하는 것의 출발은 ‘광장의 기억’ 불방 때문이지만, 거기에 PD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대가 형성됐던 건, 딱 드러난 건 없지만, 그동안 제작과정에서 끊임없이 무력화 시켜왔던 제작 자율성과, 프로그램에 대한 상상력을 담아내는 것의 제한, 이런 것들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이 일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KBS PD들이 4일 오전 11시 40분 즈음 KBS 신관 로비에 피켓을 들고 도열해 있다. ⓒPD저널

KBS PD들은 여전히 ‘윗선’이 도대체 왜 촛불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이유조차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됐다고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 시대에 뒤떨어지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목련도 피고, 개나리도 피고, 여의도가 화사하지 않나. 그런데 KBS만 갈라파고스에 갇힌 느낌이다. 저들은 왜 자꾸 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하는지...회사가, 간부들이 가진 생각이 설령 광장의 생각과 똑같진 않다 치더라도, 그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라면 피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사측이 PD협회와의 대화 당시 대선 이후 다큐를 방영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KBS PD들은 앞으로 대선 전날인 5월 8일까지 피켓 시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시사교양 PD뿐 아니라, 예능, 드라마, 라디오 등 전 분야 PD들이 함께 동참한다.

류 회장은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큰 문제의식보다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게 파장은 훨씬 더 크다. PD사회가 그동안 여러 이유로 침체돼있고 의기소침해있었는데, 이런 계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송자율성, 제작 자율성을 지켜낸다면 좋겠다”라며 “설령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다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PD들이 한 번 더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야성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PD협회는 지난달 28일에도 성명을 내고 <KBS스페셜> '광장의 기억' 편을 방송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KBS PD협회가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측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KBS PD들이 4일 오전 11시 40분 즈음 KBS 신관 로비에 피켓을 들고 도열해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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