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다큐 불방’ 억지 해명…“절차 문제, 방송 보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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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다큐 불방’ 억지 해명…“절차 문제, 방송 보지도 않아”
PD협회장 "매우 비상식, 그야말로 구차한 변명"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4.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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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탄핵 다큐 불방’ 사태에 대해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절차에 문제가 있어 불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본부장 승인도 없이 4천만 원의 예산을 써 이미 프로그램 제작을 마친 것 △절차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제작이 거의 진행된, 시의적으로도 의미 있는 다큐를 불방 시킨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6일 오후 정기 이사회를 가지고 ‘탄핵 다큐 불방’ 건에 대해 논의했다.(▶관련기사 '‘MBC스페셜’ 탄핵 편 돌연 ‘불방’…담당PD 전보조치'') 이날 이사회에는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이 출석해 상황을 진술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당시 부장과 김현종 전 본부장 측 의견만 들었을 뿐, 국장에게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 부분에 대해 파악한 후 다음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탄핵 다큐를 최종 불방 조치했던 김도인 본부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승인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당시 담당PD가 기획안을 내고 부장, 국장까지는 기획안이 보고됐지만, 책임자였던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은 기획안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본부장은 2월 말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본인도 승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2012년 ‘생방송 금요와이드’라는 프로그램도 금요일이 방송인데 목요일 오후 4시에 이런 아이템이 나간다고 보고해서 당시 부장과 국장이 불방 지시를 했고,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까지 났었다”라며, 프로그램 주제가 ‘탄핵’이라서 불방 조치한 것이 아니라 절차에 문제가 있어 불방 조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MBC <뉴스데스크> 3월 10일 보도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중대한 법 위반 있었다"' ⓒMBC 화면캡처

이에 이완기 이사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현종 전 본부장이 ‘보고받지 않았다’라고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보고는 받았는데 승인하지 않았다’라고 말을 바꿨다고 하더라”라고 의문을 제기하자 김 본부장은 “(김 전 본부장이 12월 경) 부장과 대화 중 ‘탄핵’ 다큐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 ‘탄핵이 되면 그때 가서 보자’고 이야기 한 거라고 하더라”라며 부장과 김 전 본부장 사이에 구두로는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으나 문서로는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일부 이사들은 절차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탄핵 다큐가 시의적으로 의미가 있고 이미 제작이 거의 마무리됐는데 방송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불방까지 시켰어야 하는 것이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유기철 이사는 “TV에는 계기특집이라는 게 있다. 삼일절 특집,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하는 특집 등등. 미리미리 준비해서 해야 하는 특집의 경우 구두 보고를 일단 하고 진행에 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라며 “탄핵 정도라면 인수인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방 조치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본부장에게 기획안이 올라가지 않았을 정도라면...(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강욱 이사가 “담당PD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단계에서 제작 과정에 돌입하느냐. 부장이 오케이하면 하는지, 국장이 오케이하면 하는지, 본부장까지 승인이 나면 하는지. 어떤 게 관행이고 원칙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그동안 라디오 분야에서 일 해왔던 김 본부장은 “(TV제작 부분) 관행이 어떤지는 모르겠고 원칙은 본부장 승인이 나야 한다”고 밝혔다.

1시간여에 걸친 논의 끝에도 결과적으로 부장, 국장에게까지 보고된 기획안이 왜 본부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진위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이에 이완기 이사는 “감사를 해야 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국장은 기획안을 승인한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물은 후, 김 본부장이 “국장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없다”고 밝히자 사실관계 파악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해당 안건을 다음 이사회로 회부했다.

이날 이사회를 마친 후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첫째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부분이 파악한 사실과 다르고, 백보 양보해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탄핵을 다룬 다큐를 방송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회장은 “그쪽 주장대로 백보 양보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소재이고 내용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미 들어간 비용이 있기 때문에 그걸 완성시켜서 시사하고, 그 단계에서 판단하는 것이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고 방송할 수 없다고 하는 건, 매우 비상식적이고 그야말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문재인 대선 후보가 지난달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MBC의 여러 문제를 지적한 것을 두고, 이인철 이사가 “방문진 차원에서 해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이사인 이 이사는 “문재인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며 “MBC가 무너졌다고 폄훼하고, 태극기 집회 보도 내용을 문제 삼고, 방문진이 적법하게 사장 선임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해) 방문진 업무 자체에 대해 공격했다. 방송 공공성 침해에 유감을 표한다. 방송을 특정 정치 입장의 소유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문 후보가 사실관계를 이야기한 거다. 개인입장을 얘기한 게 아니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여론에 나온 걸 그 자리에서 대변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보도통제라고 하는 건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때와 같이 보도지침을 내리고 은밀하게 하는 것 등을 말하는데 (문 후보의 공개적 발언을) 통제라고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1시간여에 걸쳐 야당 측 이사진과 여당 측 이사진의 공방이 이어지자 고영주 이사장은 “이 건이 안건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그치고 정리를 좀 해야겠다”며 해당 사안을 마무리짓고 다른 논의사항으로 넘어갔다. 다음 방문진 이사회는 오는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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