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미션 임파서블? 파서블!⑨] 지역 라디오 콘텐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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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매체? 라디오라 가능한 일들

▲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그리고 음악으로 교감하는 것. 라디오 콘텐츠 제작 제1장 1절(혹은 2절?)은 다른 매체보다 뛰어난 라디오만의 매력이다. ⓒ pixabay

요새는 뜸하지만 청취자로부터 가끔 편지가 올 때가 있다. 요새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받는다는 것 자체도 감동인데, 이런 사연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기가 막힌 경우도 종종 있다. 각색이 필요 없고, 소설이 따로 없다. 또 어떤 분들은 거의 시를 쓴 경우도 있는데, 라임까지 딱딱 맞춰 ‘야~ 이거 노래로 만들면 히트다 히트!’ 싶은 아까운 사연들도 더러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더 빈번했을 터, 홍서범과 조갑경이 불러 히트한 ‘내 사랑 투유’(1990)가 바로 이렇게 라디오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노래이다. 좋은 사연과 여기에 어울리는 노래. 이것이 라디오 콘텐츠 제작의 정석, 제1장 1절(혹은 2절?) 아니던가.

 

이러던 차에, 청취자 사연으로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그게 우리 지역의 공간을 담아내는 이야기라면 또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구체적인 공간과 생생한 사연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지역 라디오 방송을 하다 보니, 청취자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는 지점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과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제작 과정 자체가 지역성을 담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겠구나. 그나저나 제작비는 어떡하지?

 

마침 올해 초 인천시에서 ‘인천가치재창조’라는 공모가 있었는데, 인천의 가치를 높일 콘텐츠를 모집하는 사업이었다. 이 같은 제안이 통과되어 올해 나는 거창하게도 ‘300만 인천시민이 함께 만드는 인천의 노래’를 제작하게 되었다. 인천 인구가 300만에 이르렀으니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하는 도시 공간을 담을, 새롭고 젊은 노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라디오니까 이런 것이 다른 매체보다 쉽지 않겠느냐. 거기에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2012)처럼 노래의 힘을 통해 관광 사업까지 확장해보면 어떻겠느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노래에 맞는 인천의 매력적인 공간을 영상으로 담아 내가 사랑한 인천의 골목과 풍경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싶었다. 타이틀이 어딘가 ‘관’스럽고, ‘건전’해질 것 같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지만, 시민들이 보내준 저마다의 사연에 그것을 맡을 뮤지션 스타일을 제대로 살린다면 나름 괜찮은 음악이 탄생하리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유머와 재치는 얼마나 창의적이고 다양했던가.

 

그러고 보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들이 있는데 부산하면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목포하면 ‘목포의 눈물’(이난영) 그리고 인천하면 ‘연안부두’(김트리오)가 그렇다. ‘연안부두’ 외에도 인천이란 공간을 담은 노래들도 많은데, 얼마 전 화마가 덮친 소래포구를 배경으로 했던 손현숙의 ‘소래포구’(2004), 환상의 짝꿍 김희갑/양인자 커플이 만들고 김국환이 노래한 ‘수인선 협궤열차’(1995) 같은 노래는 아깝게 묻힌 노래들이다. 이런 노래들을 발굴해서 요즘 시대에 맞게 리메이크하는 작업도 이 프로젝트의 나머지 절반이다.

 

실행에 앞서 저작권 문제 등 고민이 많지만, 라디오 매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

그동안 무언가 새로운 걸 해보려 할 때마다 나의 매체 라디오는, 동네 바보 형 마냥 참으로 부족하고 안타까운 존재였다. 보여줄 수 없어서, 올드 매체라, 요새 누가 들어요? 등등의 푸대접을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자괴감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는 의지까지 스스로 꺾게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그리고 음악으로 교감하는 것. 라디오 콘텐츠 제작 제1장 1절(혹은 2절?)은 다른 매체보다 뛰어난 라디오만의 매력이다. 라디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 지금도 여전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사연이 올까. 그러면 어떤 뮤지션에게 노래를 부탁해야 하지? 그런데 싫다고 하면 어쩌지. 리메이크를 하면 누가 원곡을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그러면……. Radio is a 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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