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다운 회사 다니고파” OBS 투쟁문화제 강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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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문화제 불허‧정문 폐쇄…방문객, 정문 밖 토크콘서트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이하 OBS)가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이하 OBS 지부)와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가 공동 개최한 ‘정리해고 분쇄와 OBS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를 불허하고 OBS 직원을 제외한 문화제 방문객의 OBS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OBS 사측은 6일 오후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위치한 OBS 사옥 정문 앞에 경고문을 설치하고 OBS 지부와 언론노조가 ‘우리 하나되어 이기리’라는 제목으로 이날 저녁 7시 개최 예정이었던 투쟁문화제를 불허했다. 사측은 경고문에서 “본 시설물(사옥)은 국가 주요시설로, 금일 노동조합에서 개최하는 투쟁문화제에 대해선 회사의 시설물 보호 및 방송업무 진행을 위해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OBS 직원 외 출입 승인이 없는 외부인 및 투쟁문화제 참여를 위해 방문하신 분들은 출입이 불가하다”며 “강제로 출입을 시도할 경우 시설관리권 침해 및 건조물 침입으로 고소‧고발을 할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

▲ 6일 저녁 'OBS 정리해고 분쇄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사측은 OBS 사옥 정문 앞에 'OBS 투쟁문화제를 불허하고 방문객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경고문 팻말을 게시했다. ⓒPD저널

사측의 조치로 인해, OBS 직원과 이날 오후 2시에 OBS 지부에서 열린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인원을 제외한 투쟁문화제 참석자들은 OBS 사옥 안으로의 진입이 통제됐다.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이자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 임순혜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치권‧언론계 인사와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OBS를 찾았지만, 굳게 닫힌 철문으로 인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사측이 문화제를 불허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문화제는 저녁 7시에 예정대로 개최됐다. 문화제는 철문을 사이에 두고 안쪽에는 OBS 직원들이, 바깥쪽에는 외부 참석자들이 나뉘어 배석한 채로 진행됐다. 

이날 최동호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OBS를 방문했으나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는 권미혁 의원은 “이렇게까지 해서 문화제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OBS는 방송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만든 방송이고 이들은 밤을 새워 1500만 경인 시청자들을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의 OBS는 참담한 모습”이라며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그걸 정리해고라는 가장 낮고, 나쁜 수로 풀어가려는 걸 용인할 수 없다. 많은 언론 노동자들이 주시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같이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 6일 저녁 'OBS 정리해고 분쇄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사측은 문화제를 불허하고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 때문에 OBS 직원들은 정문 안, 문화제에 참가하려는 외부 방문객은 정문 밖으로 나뉘어 서 있다. ⓒPD저널

민진영 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처장은 “이훈기 전 OBS 지부장은 iTV가 정파된 이후 3년 동안 풍찬노숙할 때, 목동 방송회관에서 3년간 매주 회의를 주재하고 시청자와 함께 하는 방송 만들겠다고 땀 흘리고 눈물 흘렸던 사람인데, 그가 지금 밖에 있다”며 “이런 현실을 보며 경기‧인천의 시청자로서, 그리고 새방송경기창사집행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성토했다.

민 사무처장은 “김성재 현 OBS 부회장은 이전에 회장이었다가 사임했는데,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OBS 대주주)을 추천하면서 ‘방송에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백 회장은 OBS 사업권을 딸 때는 ‘1500만 시청자와 함께 하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시청자와 함께 하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아직도 사측은 시청자들에게 ‘경기‧인천의 종합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백 회장이 지금 직원들에게 ‘너희가 불쌍해서 거지같은 너희들을 받아주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하고 있다”며 “사측은 퇴직금 일부를 양보하겠다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줄이고, 나아가 방송 인원까지 줄이고 있다. 경기지역 시청자들이 끝까지 함께 연대해서 매서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6일 저녁 'OBS 정리해고 분쇄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렸다. ⓒPD저널

언론노조, 1만 2천 조합원이 1만 원 씩 투쟁 지원 기금 결의하기로…“끝까지 책임 물을 것”

이날 문화제에는 권 의원과 민주노총 경기본부 외에도, 언론노조, 언론노조 MBC아트 지부, 인천평화연대, 참여연대,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지역일반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 등 수많은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 단체가 참석해 OBS 지부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과 OBS 방송 정상화를 지지하는 연대 발언을 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OBS 전신인 iTV 폐업 이후) 2006년 방송회관에서 날마다 농성하며 밤을 새우던 동지들이 아직도 생각나는데, 그런 일이 또 반복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며 “정작 책임지고 떠나야 할 것은 대주주와 경영진인데,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강행한다면 우린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언론노조에 소속된 약 1만 2천 명의 조합원들은 최근 OBS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1인당 1만 원씩의 투쟁기금을 모으기로 결정했다”고 귀띔해 주기도 했다.

박영직 언론노조 MBC아트 지부장은 “(사측의 정리해고 조치는) 백화점이 망해 가는데 매대만 계속 빼는 꼴이다. 구멍가게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많은 (OBS) 직원들은 나와 내 가족의 생존권을 위해 일하면서도 (회사를 위해) 인원 조정, 임금 삭감에 합의했다. 모든 골육을 다 짜내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사측은) 각계에서 (OBS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시고 더 이상 남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6일 저녁 'OBS 정리해고 분쇄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사측은 문화제를 불허하고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 때문에 방문객들이 정문 밖에 선 채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정권이 교체되며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OBS는 정리해고를 하면서 세상을 거꾸로 타고 있다”며 “OBS 지부 이름이 ‘희망조합지부’ 아닌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노조다. 회사가 노조와 힘을 합쳐서 방송을 살리는 쪽으로 가는 것이 시류를 제대로 타는 것이다. 백 회장은 노동자‧지역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구조적 문제를 돌파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고 촉구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강주수 상임대표는 “작년부터 1600만 국민이 최순실 국정농단을 바로잡고자 광화문에 모였다. 드디어 3월, 박 전 대통령을 퇴진시켰고 구속까지 됐지만, 박 전 대통령 한 사람 구속된다고 우리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적폐들을 없애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방송이다. 지난 10년간 공정 방송들이 사라졌다. 공정 방송을 바로 세우는 길이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OBS 노조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 공정 방송을 바로 세우는 길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인천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공정 방송을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문화제에서는 사측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내세웠던 ‘경영난’을 반박하는 중요한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말 기준 OBS는 부채를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고, 따라서 정리해고는 명분이 없는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률 회계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임금 삭감 등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측이 2016년에만 60억을 벌었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OBS의 투자실적은 총액으로 10억이 안 된다. 평균치가 아니다. 방송설비도 제가 알기로 1~2억 안팎이다. 저희 집 전셋값보다 못한 장비로 방송을 하고 있다”며 “투자하는 데 쓴 것도 아닌데, 그럼 사측이 그럼 60억을 어디에 썼을 것 같나. 사측은 그 60억을 빚 갚는 데 썼다. 2016년 말 기준 OBS는 무(無)부채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리해고 해야 되나. 지금의 정리해고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 6일 저녁 'OBS 정리해고 분쇄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서 상영된 '우리가 꿈꾸는 OBS' 영상 캡처.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철문 사이로 두고 열린 문화제…토크 콘서트‧노래 공연‧풍선 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 열려

비록 열악한 환경에서 안과 밖으로 나뉜 채 진행된 문화제였지만, 정리해고 문제와 OBS 방송 정상화를 염원하는 뜻은 안이나 밖이나 다를 바 없었다. 철문을 기점으로 안과 밖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철문 사이로 악수를 나누거나 따뜻한 커피, 과자 등을 주고받았다.

문화제인 만큼 토크콘서트, 노래 공연, 영상 상영, 조합원 편지 낭독, 희망 풍선 날리기 행사 등 다양한 코너들도 함께 했다.

상영된 영상 속에서 OBS 지부 조합원들은 ‘내가 꿈꾸는 OBS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원하는 OBS의 모습은 ‘회사다운 회사(보도국 김수진 PD)’,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친구들이 방송국에 견학 왔을 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회사(기술국 조성만 감독)’, ‘걱정 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회사(편성제작국 이선오 PD) 등 이었다.

이어진 조합원 편지 낭독 순서에서도 OBS의 현재 상황을 염려하는 조합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입사 7년 째인데 아직도 막내라는 제작팀 장성은 PD는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저번 달이 들어온 지 7년차에 접어드는 때 였는데,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왜 아직 안 나가고 있냐’는 말만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장 PD는 이어 “‘삼국지’에 보면 유비가 여포한테 쫓기다가 산골에 들어간 일화가 있다. 그 때 촌부가 유비가 왔다고 해서 충성심을 보여주는 의미로 늑대고기를 대접했는데, 알고보니 그 늑대고기는 촌부의 아내를 죽여 만든 고기였다”며 “유비는 그 얘기를 듣고 ‘충성심이 있다’며 감동했다고 하는데, 지금보면 내가 마치 이 유비 일화에서의 사람 고기가 된 것 같다. 저는 사람이고 싶지 사람고기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후배 조합원들의 편지 낭독 이후 마이크를 잡은 김력균 OBS 지부 조합원은 “인천의 문제를 다룬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시청률이 0.2~0.3% 나왔다. 0.2~0.3%라고 하면 타방송사에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경기‧인천 시청자수 대비 생각해보면 약 2만 3천 명의 시청자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라며 “나는 그래서 0.2~0.3%가 부끄럽지 않다. 이전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영희 선생에게 ‘언론인 후배에게 명예롭도록 끝까지 싸우다 죽으라’는 편지를 받았다는데, 나도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6일 저녁 'OBS 정리해고 분쇄와 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OBS 방송 정상화를 위한 희망날리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PD저널

이후 마지막 순서로 OBS 방송 정상화를 염원하는 희망 풍선 날리기 행사가 이어졌다. OBS 지부 조합원들과 지역 시민단체, 언론단체 등 문화제 참가자들은 OBS 정리해고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서 하루 빨리 경인지역을 대표하는 방송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각자 형형색색의 풍선을 하나씩 날렸다.

유진영 OBS 지부장은 “언론인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시청자가 방송사에 자유로이 드나들지 못하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이렇게 싸움하고 있다”며 “밖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저희를 믿어 달라. 회사가 비록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방송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그래, 제대로 해 봐’하는 이야기 들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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