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보다 앞서가는 여론조사? 방송 보도 신중해야 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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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13%P 앞선다고 보도한 KBS. ⓒ 방송화면 캡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가 조사 업체와 주관 언론사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여론 조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보간 지지율 경쟁은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다만 후보들의 정책을 분석하고 인물 적합도를 검증하기보다는 경마를 중계하듯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여론 조사를 이용해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일부의 방송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론 조사가 의도적인 문항 설계로 조사 결과를 사실상 조작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 민심을 대변하는 여론을 반영하는 조사가 아니라 ‘여론을 만드는 조사’라는 불신이 가득하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주관 언론사와 업체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방송사는 지난 9일부터 유력 신문사와의 합동 조사 혹은 개별 조사를 통해 5자 구도나 양자 가상 대결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거나, 안철수 후보가 양자 가상대결은 물론이고 다자 구도에서도 앞서고 있다고 보도하는 방송사도 있었다.

 

KBS, MBC와 TV조선, MBN, 채널A 등 연일 문재인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문제적 방송사들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안철수 띄우기에 열중인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이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방송사마다 상반된 결과를 발표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측은 조사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세대와 직업의 조사가 가능한 무선전화 비율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유선 전화 조사 방식보다 무선 전화 조사 방식이 좀 더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9일 보도된 여론조사 상세 비교 ⓒ 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측은 “표본 추출의 크기와 ‘비적격 비율’, 사용한 국번의 개수도 눈 여겨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표본 추출 틀의 크기는 기관이 여론조사를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건 대상의 수를 말한다. 비적격 사례는 그 중 결번, 사업체번호, 팩스, 대상지역 아님 등의 사유로 접촉에 실패한 경우다.

 

이들은 일부 조사가 더 적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도 비적격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 의심을 살만 하다면서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왜곡된 결과가 나와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현재의 조사 방식의 문제를 꼬집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양자 가상대결을 질문할 때 필수 요건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단일화를 설명하지 않아 여론 향방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방송으로 민심을 만드는 소위 '정치 방송'을 위해 여론 보사에서 가장 중요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도적으로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이유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측은 “여론조사 구성 자체가 ‘안철수 중심 단일화’를 호의적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강론을 외쳤고 최근 지지율까지 상승한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이런 허술한 질문으로 꾸며진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무조건 보도하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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