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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녀' 피임과 제모까지, EBS 파격적인 젠더 토크쇼

속시원한 주제와 접근 방식, 맥락화 놓치지 않기를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4.12 09: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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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이나 여성이나 정형화된 성 정체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는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시선 뒤에 가려진 맥락을 들춘다. ⓒ 방송화면 캡처

“가슴이 뻥 뚫리는 용감한 프로그램”, “어려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시청자의 게시판과 SNS 채널에 올라온 EBS <까칠남녀>에 대한 후기이다. ‘젠더 토크쇼’를 표방하는 <까칠남녀>는 지난달 27일 방송을 시작한 지 불과 3주째 접어들었지만, 누리꾼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젠더’를 앞세운 만큼 패널의 발언과 토크의 흐름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이라고 비판하거나 일부 패널의 황당한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는 등 극명하게 갈리는 호불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EBS가 방영해온 교양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까칠남녀>가 화제성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까칠남녀> 제작진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라고 기획의도를 앞세우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첫 방송부터 파격적인 주제로 시작했다. ‘공주도 털이 있다’편에서는 ‘제모’에 관해 파헤쳤고, ‘오빠 한 번 믿어봐, 피임전쟁’편에서는 방송 매체에서 다루기 부담스러워하는 ‘피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0일 방송에서는 최근 하나의 흐름으로 떠오른 ‘졸혼’에 감춰진 은밀한 속사정을 파고들었다. 이처럼 <까칠남녀>는 뉴스에서나 볼 법한 시의성 있는 이슈를 ‘토크’라는 형태로 쉽게 풀어내는 동시에 우리 사회 기저에 깔려있는 이슈를 들추고, 드러냄으로써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까칠남녀>의 볼거리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슈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패널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방송인 서유리, <이기적 섹스>의 저자 은하선, 서민 단국대 교수, 봉만대 영화감독, 방송인 정영진 등은 이슈에 대한 남녀의 입장을 표명할 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친숙하게 이슈에 다가가 찬반양론의 기저를 살핀다. 이어 패널은 교육방송이라는 엄숙함을 깨려는 듯 솔직하고, 수위 높은 발언을 내놓아 시청자의 귀를 붙잡는다.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진행자 박미선이 오랜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입장을 비춰볼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타협점을 이끌어낸다.

예컨대 ‘공주도 털이 있다’편에서 해외 유명 여배우가 공식석상에 겨드랑이털을 제모하지 않은 채 등장한 사례를 물꼬 삼아 여성이 제모하는 이유, 성별에 따라 제모를 바라보는 시각, 미에 대한 사회적 관념까지 다양한 층위로 접근한다. 정영진이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화장은 억압이 아닌데 겨드랑이털 제모 자체를 억압으로 볼 수 있느냐”고 의문을 표하자 철학자 이현재 교수가 “억압을 만드는 것은 미의 정형화이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정형화된 성 정체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는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시선 뒤에 가려진 맥락을 들춘다.

아직 방영 초기이지만, <까칠남녀>의 첫 발걸음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간 예능과 드라마에서 성차별적인 내용과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경우가 난무했지만 실제로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까칠남녀>는 사소한 데서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차이를 발견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까칠남녀>가 풀어가야 할 과제도 있다. ‘젠더 토크쇼’의 특성상 성에 따른 의견 대립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패널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부연 설명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등 ‘맥락화’를 놓치지 않는 게 필요해 보인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로 한 만큼 ‘악마의 편집’이 아닌 ‘발언의 맥락’을 좀 더 밀도 있게 전달한다면, <까칠남녀>를 매회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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