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선후보 토론, 긴장 속 날선 공방과 검증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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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SBS‧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대선후보토론회

▲ 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토론 시작 30분 전. 스튜디오와 기자실 모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선 후보자와 제작진, 기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대선 후보자들은 카메라 위치를 살펴가며 정책PT 리허설에 열중했다. 그동안 TV토론 기회가 없었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다른 분들은 많이 해보시지 않았나. 저는 처음이라...”라며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13일 오전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열렸다. 녹화중계로 이뤄진 이번 토론회는 같은날 오후 10시 SBS에서 편집없이 방송될 예정이다.

각 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처음으로 5명의 후보가 한 자리에 모인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결연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스튜디오 밖 100석 규모의 기자실은 남는 자리 없이 각 분야 기자들로 들어찼다.

예정된 시간이었던 10시가 조금 지나 김성준 SBS 앵커가 카메라 앞에 섰다. 토론은 각 후보 정책PT와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1부,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주도권 토론’ 2부로 나눠져 진행됐다.

▲ 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최종적으로 결정된 5명의 당 후보가 공방을 펼치다보니 그동안 각 당 경선에 앞서 이어졌던 TV토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정책 검증’에 집중한 1부는 그동안 ‘검증에 정책이 빠져있다’는 언론에 대한 비판을 조금이나마 불식시켰다.

일례로 유승민 후보의 정책 발표 차례 때 홍준표 후보가 ‘강남좌파’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자, 김성준 앵커는 이를 제지하며 “정책에서 한 걸음 벗어난 것 같다.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그 시간을 드리기 위해 2부에 주도권 토론을 준비해 놨다. 이 시간(1부)은 유권자가 시청하면서 각 후보의 구체적 정책에 대해 세세한 것들을 알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질문과 답변이 30초, 혹은 1분 30초로 제한돼있어 각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는 역부족이었다. 기자들도 토론회가 끝난 후 “대체적으로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150분이 넘는 토론 시간 동안 사회자, 전문가 등의 개입을 배제한 채 서로에 대한 거침없는 질문이 오가는 과정은 각 후보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안보, 경제, 교육 등 각 후보가 중점으로 내건, 혹은 그동안 약한 모습을 보였던 분야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과 공방이 이어졌다. 후보자들도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비교적 성실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 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2부 주도권 토론은 ‘자질 문제’ 등 정책에서 한 걸음 떨어진 질문, 과거 언행에 대한 질문 등이 오가다보니 다소 격양된 순간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던 기자실에서도 시시각각 반응이 나왔다.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실소가 터져 나왔던 순간은 안철수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지지자들의 대통령인가, 국민의 대통령인가”를 물었을 때였다. 홍 후보가 답변 대신 안 후보에게 “좌파인가 우파인가”라고 되묻자, 안 후보가 “저는 상식파”라고 답하는 동시에 고개를 다른 후보 쪽으로 돌려 다른 질문을 이어갔다. 한 기자는 “마치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하다”며 웃었다.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만큼 토론회 말미에는 후보자들의 언론관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다른 토론에서는 좀처럼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던 주제다.

이영섭 KBS 기자협회장이 대표로 나와 “대선 후보로서, 한 명의 시청자로서,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는지, 사장과 이사진이 잘 이끌고 있는지 점수로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이겠는가”와 “지난 8년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한 기자들이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았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물었다.

▲ 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후보는 “빵점”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 공영방송 장악에 항의하다가 쫓겨나거나 징계 받은 언론인들을 전원 복직시키고 명예회복 시키겠다”며 “지난 대선 때 이미 약속했다. 이번엔 반드시 당선돼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방송장악금지법을 만들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낙제점”이라고 답하며 “해직언론인은 언론의 독립성을 주장하다 해직된 분들이다. 다음 정부에서 복직시켜야 한다고 본다. 정치권력과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상정 후보 역시 공영방송 독립과 해직언론인 복귀에 대해 의지를 보였다. 심 후보는 “언론통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해직자 복직, 명예회복 기구를 만들겠다”며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이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다. 독립적 미디어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는 국회에서 임명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솔직해져야 한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잘한 것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KBS, MBC 좌지우지 한 건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후보는 “진보, 보수를 떠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 독립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오랜 철학을 얘기해왔다”며 “해직자 복직 문제는 법원 판결이 잘하고 있다고 본다.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들 후보에 비해 홍준표 후보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홍 후보는 “해직자 문제는 대법 판결을 기다려 법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답한 후, “양대 공영방송이 불편부당하게 보도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KBS 이사회 등 모든 공영방송에 정치권 추천 인사는 하지 못하도록, 정치권에서 자유로운 방송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토론회에 앞선 오전 9시 SBS프리즘타워 앞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후보자들에게 언론 문제를 물어보며 정책 제안서를 건네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대체적으로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홍준표 후보만 이들이 건네는 제안서를 거부하고 돌아섰다.

▲ 국회사진기자단 =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서울방송과 한국기자협회 공동 개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어느 분이 되든 약속하신 것 모두 실천에 옮기면 우리나라 다 잘될 것 같다”

김성준 앵커의 마지막 말이다. 새 대통령이 뽑히기만 해서는 그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후보자들 모두 토론회에서 있었던 자신의 말, 다른 후보자의 뼈있는 조언과 비판을 잊지 말길 바란다. 또 이 자리에 함께 했던 기자들을 포함한 언론인 모두 이들의 공약을 잊지 말고 감시와 비판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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