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직원 13명, 오늘 밤 정리해고…마지막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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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경영 위해 해고 불가피" vs “무부채‧흑자 기업이 해고?”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이하 OBS)가 노조에 통보한 정리해고 기일인 14일,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와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이하 OBS 지부)가 ‘OBS 방송 사유화 저지와 정리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정리해고 조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요일(12일) 고용조정협의회에서 조합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퇴직금을 출자 전환하겠다’고 최종 결의했지만, 사측은 해고대상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임금삭감 등을 강행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를 강행하겠다’고 협박했다”며 “노조 탄압이고, 방송 사유화 음모인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노동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14일 오전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철회와 방송 정상화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OBS 사측은 지난달 14일 이훈기 전 OBS 지부장을 포함한 18명의 직원에게 ‘한 달 뒤인 4월 15일 해고를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해당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개별 통보했다. 사측은 이러한 정리해고 조치가 ‘심각한 경영 위기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3월 두 차례 배포한 ‘‘OBS 혁신경영(OBS Re-Engineering)’ 설명자료를 통해 ‘OBS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정책 실패와 그로 인한 방송광고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영혁신 및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노조 입장은 이와 정반대다. OBS 지부는 14일 오전 발표한 ‘OBS 투쟁특보 10호’에서 “(사측은) 경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작년(2016년) 흑자는 61억 원에 달하며 심지어 부채도 없다”며 “ 사측은 그동안 CPS(재종신 매출) 대응팀 해체, 프로그램 축소, 전 직원의 10% 대기발령 조치 등 이해하기 힘든 결정들을 해 왔고, 동시에 업무추진비를 없애 나머지 90% 직원들의 활동 폭도 좁혔다. 수년 동안 정리해고 위협으로 직원들 임금을 삭감해 회사를 운영해 놓고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것은 불법,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연대 발언에 나선 박영직 언론노조 MBC 아트 지부장은 “OBS는 지역 시민들과 조합원 동지들이 만든 지역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동지들이 스스로 ‘마지막 내 퇴직금 털어서 회자에 투자하겠다. 그러니 주주들도 증자하라’고 했는데, 사측은 이것도 마다하고 받지 않는다. 정말 회사가 절박하고 어렵다면 이걸 받았을 것”이라며 ”4월 14일 정리해고를 강행하겠다는 사측에게 아직 12시간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터에 나와서 열심히 일해야 할 시간에 아스팔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경영진은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하라. 정리해고 즉각 철회하고 OBS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오태훈 언론노조 KBS 본부 부본부장은 “지난주(6일) OBS 투쟁문화제 앞에 대주주란 사람이 와서 ‘이 땅은 내 땅이니 나가라. 내가 돈을 얼마나 투자했는데, 이만큼 손해를 봤다’고 하던데, 대주주는 자기 돈이 아까웠다면 경영을 똑바로 하라고 경영진을 압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 있는 OBS 조합원들이야말로 OBS를 살리겠다고 모진 고생해 가면서 애쓰고, 투쟁하고, 헌신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돈이 어떻고, 땅이 어떻고 할 수가 있느냐”며 “OBS를 망친 건 조합원, 직원들이 아니다. 이제라도 김성재 부회장과 최동호 대표이사를 물러나게 하고, 진정한 주인인 OBS 조합원들과 함께 OBS를 재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욱 미디어발전협의회 의장 겸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 지부장은 “후안무치란 말이 있는데, 이들(경영진&대주주)에겐 후안무치란 말조차도 아깝다. 인간이길 포기한 것 같다”며 “유진영 OBS 지부장에게 ‘사측이 임금 삭감, 무급 휴직 제안하면서 어떤 조치에 동참했느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책임져야 할 경영진들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비열한 짓을 하는 김 부회장, 최 대표가 당장 OBS를 떠나라”고 성토했다.

▲ 14일 오전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철회와 방송 정상화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18명 중 5명 정리해고 철회했지만…OBS 지부 “노조 이간질‧분열 시도” 비판‧13명은 예정대로 해고

지역 시민‧언론단체 “정리해고 강행? OBS 허가권 반납하게 할 것”…전 조합원 총파업 돌입

이날 기자회견 도중 OBS 지부는 최 대표가 조합 앞으로 보낸 대표이사 명의의 서신 내용을 공개했다. 서신에 따르면, 사측으로부터 정리해고를 통보받았던 18명 중 이훈기 전 지부장을 포함한 5명이 14일 자로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들 5명 중 일부는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며, 일부는 자택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이에 대해 OBS 지부는 “사측은 끊임없이 노조를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려는 책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은 원래부터 방송 필수 인력으로서, 자택대기를 시키면 안 되는 직원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자택대기 발령을 냈나. 아니면 알면서도 이런 장난을 친 것이냐”며 반문했다.

OBS 지부는 또 최 대표가 서신에서 ‘올해는 창사 10주년으로,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시기다. 지역 여론을 반영하고 민주주의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OBS 지부는 “대표이사가 이런 말도 하실 수 있는 분인 줄 몰랐다”며 “그분이 한 말 중 10분의 1만 실천했어도 OBS가 지금 이렇게 안 됐다. 직원들이 10년 동안 했던 이야기를 그렇게 무시한 결과가 오늘의 OBS다. 대표이사는 당장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 전 지부장은 “OBS는 노동자, 시청자, 자본 3자가 만들었다. 한때 백 회장과 저는 창업 동지처럼 지냈는데, 그때 내가 ‘이런 사람과 방송할 거냐’고 항의하는 진보 진영 분들을 어렵게 설득했다”며 “그렇게 해서 방송을 만들었는데, 백 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방송을 만든 세력을 부정하고, 해고를 들이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전 지부장은 “백 회장이 제발 12시간 안에 정신을 차리고 (정리해고 철회)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예전의 동지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OBS의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해고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고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방송으로서 공적 책무를 저버리고 해고를 하는 건 파국일 뿐이다. OBS가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1만 2천 언론 노동자들이 같이 연대하겠다. 힘내시라”고 당부했다.

▲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위치한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전경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지역 시민단체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OBS 개국 이후 10년 동안 대주주가 OBS에 한 푼도 투자 안 했다. 시민들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태도였지만, OBS 노조와 OBS의 방송 주체들이 ‘다시 한번 지역방송을 살려보겠다’고 그 뜻을 전해왔고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참아왔던 것”이라며 “작년 12월에도 OBS는 경영전략이나 방송 정책상으론 (방통위로부터) 방송허가를 받을 수 없었지만, 정치계‧시민‧시청자들, 그리고 OBS를 만든 주체와 노동자들의 뜻으로 재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1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면, 인천의 시청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은 OBS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허가권을 반납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당장 회사에서 불법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정리해고를 중단해야 한다. 동시에 OBS를 망치고 혁신경영의 이름으로 시청자 주권마저 뺏으려고 하는 김 부회장, 최 대표, 모두 책임지고 퇴진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사측에 엄중히 경고한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노동자는 사측이 말도 안 되는 거짓으로 노동자를 폄훼‧멸시하고 탄압한 행위들을 기록해서 반드시 기억할 것이고, 책임도 물을 것이다. OBS 동지들과 함께 승리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유진영 OBS 지부장은 “지금 OBS가 침몰하고 있는데, OBS를 책임져야 할 선장인 김 부회장, 최 대표는 오히려 OBS가 가라앉지 않도록 투쟁하는 구성원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며 “OBS는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닐뿐더러 누군가의 피를 빨아먹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의 달라진 OBS를 만들기 위해 단단히 뭉치겠다.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정리해고 대상자였던 18명 중 정리해고 취소 처분을 받은 5명을 제외한 13명은 14일 오후 사측으로부터 정리해고 개별 통보를 받았다. 최 대표는 14일 노조에 보낸 서신에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에 대하여는 최종 해고통보와 함께 4월 15일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14일 자정이 지난 15일 0시부터 13명은 OBS에서 해고된다.

이에 대해 OBS 지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4일 오전 6시를 기해 선도파업에 돌입함으로써 맞서고 있다. 또 OBS 지부 전 조합원이 총파업 투쟁에 참여할 예정이다. 3월 15일부터 OBS 사옥 앞에서 이어오고 있는 24시간 농성 투쟁도 정리해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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