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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조연출 사망 사건...누가 죽음으로 몰고갔는가

대책위원회 “잘못된 관행과 제작 구조 속에 벌어진 사회적 죽음” 구보라 기자l승인2017.04.18 17: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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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 사건에 대해 유가족과 대책위원회가 CJ E&M(대표 김성수)의 공식 사과와 책임 인정,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의 조사 결과 <혼술남녀>를 제작하던 故 이한빛 PD 사망 사건에는 △심각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유발한 <혼술남녀>의 제작 환경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부여 등 심각한 노동강도 △고 이한빛 PD에게 가해진 언어폭력과 괴롭힘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은 ‘신입사원에 대한 tvN (CJ E&M)의 사회적 살인”이라며,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 구성원을 도구화하는 드라마 제작환경과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발생했다”고 피력했다.

"CJ E&M, 아들의 죽음에 대한 사과 없이 개인적인 문제로만 몰고 갔다“

<혼술남녀>가 마지막으로 종영한 지난해 10월 26일 이한빛 PD는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마지막 촬영이었던 10월 21일 그가 촬영현장에도 나타나지 않고, 25일 있었던 종방연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혼술남녀> 팀원들은 그를 걱정하거나 찾지 않았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故 이한빛 PD의 어머니는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26일) 선임 PD를 만났다. 그 PD는 나를 만나자마자 한 시간 넘게 아들이 ”회사에서 불성실했고, 비정규직을 무시했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그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의 소식을 들었다. 아들이 유서에 남긴 글을 보고 나서야 선임 PD가 철저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그들은 아들의 실종신고가 들어가자 책임이 없다는 걸 말하고자 엄마에게 아들한테 폄하한거다. 저는 어떻게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분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저는 장례식 때에 CJ E&M 측의 조문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앞으로 또 다른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개인적 문제였다’는 말과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태도였다”고 분노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CJ E&M 측은 유가족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내부적인 자체 조사를 고집하면서 유가족 측에 자료 제출만을 재차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근무 강도와 출퇴근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등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故 이한빛 PD에게 적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주변 인사의 주관적 진술만을 토대로 故 이한빛 PD의 근무태만 등을 강조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이에 유가족은 회사 측의 진상규명과 문제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대책위를 구성하여 사건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고인이 남긴 증거자료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진상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보고서도 직접 작성했다는 게 유가족의 설명이다.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동현 변호사가 발표한 진상 조사 보고서는 '<혼술남녀>의 제작 과정에는 △심각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유발한 <혼술남녀>의 제작 환경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부여 등 심각한 노동강도 △故 이한빛 PD에게 가해진 언어폭력과 괴롭힘 △사측 대응의 문제점' 등 4가지를 지적한다.

故 이한빛 PD는 신입 조연출로서 팀 내에서 의상, 소품, 식사 등 촬영 준비, 데이터 딜리버리, 촬영장 정리, 정산,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애초에 반사전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혼술남녀>가 촬영이 1/4 이상 촬영됐던 8월 12일, 돌연 외주업체와 소속 스태프를 대거 교체했다고 알려진다.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계약금 반환 등의 문제를 맡은 것도 신입 조연출이었던 그의 몫이었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특히 CJ E&M은 다른 방송사와는 달리 촬영 현장에 FD가 존재하지 않아, 현장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신입 PD가 투입되어 FD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이처럼 故 이한빛 PD에게 과도한 업무를 주고, 이를 제시간에 해내지 못 하면 ‘근무태만’으로 몰아가고 언어폭력과 괴롭힘이 가해졌다며 “(회사가) 이러한 촬영장에서의 갈등을 이유로 다음 드라마 촬영에서 배제하고 기획팀 발령을 결정하면서, 드라마 PD의 꿈을 품고 입사를 했던 故 이한빛 PD는 깊이 좌절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故 이한빛 PD의 어머니는 “CJ E&M에서는 정규직에 ”취업하기도 힘든 요즘 공채로 들어온 것에 감지덕지하고 시키는대로 해라”, “나도 그렇게 살았다. 뭔 이의제기가 있냐”, ”다른 부서로 매치하면 끝난다”거나 계약직에는 “너희들, 우리가 얼마든지 자를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했더라.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과연 누구를 위한 작품인가. 그 구조에서 우리 아들이 희생된 것”이라고 분노했다.

故 이한빛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유서에는 “가혹한 촬영현장의 노동조건과 자신이 그러한 ‘노동 착취’의 행위자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 좌절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CJ E&M은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대책위는 “이한빛 PD의 죽음을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약한 개인의 자살로 이야기 하며 책임없음을 주장하는 CJ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사망사건과 관련한 회사 측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그리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드라마계의 관행’이라는 말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잘못된 조직문화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故 이한빛PD 사망은 개인의 죽음이 아닌, 드라마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제작 구조 속에서 벌어진 사회적 죽음이며, 회사 내에서 가장 약하고 지위가 열악한 신입사원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대책위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 (▷링크)△CJ E&M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4월 18일~4월 28일)(▷링크) △故 이한빛 PD 페이스북 담벼락 추모 글쓰기 △tvN 혼술남녀 페이지 추모 및 항의 댓글 남기기 △상암동 CJ 본사 앞 릴레이 1인 시위 진행(4월 19일부터 낮 12시~1시) △ 상암동 CJ 본사 앞 故 이한빛 PD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 추모제(4월 28일 금요일 저녁 7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사회적 제도개선을 위해 5월 초까지 드라마제작 종사자 제보센터를 운영하고(▷온라인 신고센터 링크),  오는 5월, 드라마제작 종사자 문제해결을 위한 당사자 증언대회 및 국회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18일 오전에 열린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책위 활동을 하며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남일 같지 않다”였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사안이니만큼 이 사건의 책임자인 CJ E&M은 이번 일에 대해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동생 이한솔 씨는 “11월에 사실 저는 무기력했다.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도 없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문제제기했을 때에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기에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기력함과 싸우는 과정이었다. 막막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이처럼 누군가를 억울하게 떠나보내는 일을 보고싶지 않아서 나서게 됐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며 말을 마쳤다.

한편, CJ E&M 측은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지금은 공식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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