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 난타전, KBS·SBS 두 번의 TV토론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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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토론 시청률 26.4%,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

▲ 자정까지 이어진 토론 방송의 시청률은 전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높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6.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드라마를 꺾었다. KBS 2TV <추리의 여왕> 7.7%, SBS <사임당, 빛의 일기> 6.9%, MBC <자체발광 오피스> 4.4%를 나타냈다. ⓒ 방송화면 캡처

대통령 선거 사상 첫 스탠딩 토론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가운데, 일부 후보에게 집중된 질문으로 인한 공정성 논란, 주적 논쟁 등 해묵은 색깔론이 난무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선의 두 번째 토론 방송이었지만 첫 번째 토론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정책 검증 없는 토론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KBS 1TV가 생중계 한 <2017 대선후보 초청 토론>은 대통령 선거 본선 토론 사상 처음으로 후보들이 앉지 않고 격론을 벌이는 스탠딩 토론 방식으로 열렸다.

 

자정까지 이어진 토론 방송의 시청률은 전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높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6.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드라마를 꺾었다. KBS 2TV <추리의 여왕> 7.7%, SBS <사임당, 빛의 일기> 6.9%, MBC <자체발광 오피스> 4.4%를 나타냈다. 첫 번째 대선 TV 토론이었던 지난 13일 SBS 방송이 1부 11.6%, 2부 10.8%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 사이 대폭 늘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은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문제를 두고 후보간 9분씩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총량제로 진행됐다. 질문과 답변 합쳐서 9분씩 주어졌다. 지지율 1위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는 바람에 정작 문 후보는 다른 4명의 주자들의 협공에 답하느라 상대 후보들에게 질문을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게 십자포화를 맞았고, 이 같은 1위 후보를 향한 집중적이고 일방적인 공격이 불편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또한 사전 원고 없이 후보들이 서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는데 후보들이 앉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기존에 앉아서 논쟁을 벌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자유로운 토론 형식과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전 원고가 없다 보니 후보들이 펼쳐놓는 논거의 수치가 부정확해서 시청자가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지 못하는 오도 우려가 있었다. 사전 원고 없는 토론의 경우 실시간으로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거나 철저한 사후 검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아직 두 번의 토론밖에 펼쳐지지 않았지만 이번 TV 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방송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방송화면 캡처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는 인식 속에 보수 후보들의 주도하는 색깔론과 시대착오적인 사상 검증은 지리하게 펼쳐졌다. 정작 중요한 정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SBS 1차 토론과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대북송금 공방이 계속 펼쳐지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 뭘 할지 물어봐야지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 재탕 삼탕 하면 무능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물론 준비된 원고가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식' 난상 토론이 벌어지는 바람에 후보들의 숨은 민낯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주제와 일정 부분의 사전 원고가 마련돼 있었던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1차 토론이 비교적 예측 가능한 정갈한 구성 속에서 후보들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었다면, 이번 원고 없는 스탠딩 토론은 여러 문제가 노출되긴 했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높이는 방식이었다는 평가다. 1차 토론의 경우 다양한 주제로 치고 박고 싸우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존 TV 토론의 체계적인 구성에 덧입힌 주도권 토론이 구미를 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차례의 토론 모두 진일보한 구성인 동시에 개선할 점이 있는 것. 아직 두 번의 토론밖에 펼쳐지지 않았지만 이번 TV 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방송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남은 토론은 일부 후보에게 질문이 쏠리고 그 후보가 정작 답변하느라 다른 후보에게 질문을 하지 못하는 불공정성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게 보인다. 자유롭게 오고가며 설전을 벌일 수 있는 현재의 주도권 토론 방식을 유지한다면, 상대 후보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데 매달릴 게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정책 검증 토론을 벌일 수 있는 후보의 열린 자세가 기존의 딱딱하고 재미 없는 TV 토론 방식을 벗어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좋은 TV 토론 방식을 아무리 많이 끌어다 쓴다 해도 지금의 상호 비방에 치중하는 후보들의 구시대적인 토론 자세는 TV 토론이 후보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TV 토론 무용론’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될 터다.

 

한편 오는 23일 오후 8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상파 3사가 마련한 정치 분야 시간총량제 자유 토론이 벌어진다. 25일 오후 9시에는 JTBC 주최 시간총량제와 실시간 사실 확인 토론회가 진행되며, 28일 오후 8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상파 3사의 경제 분야 정책 토론회가 펼쳐진다. 다음 달 2일 오후 8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상파 3사의 사회 분야 시간총량제 스탠딩 토론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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