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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9년, 잃어가는 지역방송 되살릴 방법

[위클리포커스] 새 정권, 지역방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혜승 기자l승인2017.04.26 14: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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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집권‧시장 경쟁 주도의 정부, 방송 환경의 전반적인 악화, 공영방송의 몰락 등이 맞물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지역방송은 더 약화돼왔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2014년 각고의 노력 끝에 마련한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으나, 시행 후 2년 여가 지난 지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지역방송협의회, 지역언론시민단체, 지역방송사 구성원, 언론노조 등 각계 관계자들은 새롭게 탄생할 정권 안에서 실질적으로 지역방송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난하게 이어져 온 이슈지만 특별히 구체적인 정책과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BC, 울산MBC, 대구MBC, KNN

■ 지역방송발전특별법-지역방송발전위원회 정상화 시급

우선적으로는 오랜 토론 끝에 탄생했던 특별법과 지역방송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를 본래 취지에 맞게 정상화시킬 방안이 논의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혹은 새 정권 하에서 탄생할 수 있는 방송 관련 조직에 지역방송 관계자가 최소 1명 이상 선임되고, KBS 이사회 등 공영방송 이사회에도 지역방송 관련 인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발위 위원으로 참여해왔던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지발위 역할이 사후 심의에 한정돼 있어 무기력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역방송발전계획을 3년마다 새롭게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때 지원계획은 지발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보장돼있지만, 방통위에 지역관련 인사가 없어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 맞춰 방통위 위원 5명 중 최소 1명 이상을 지역 대표성을 가진 인사로 위촉하고, 해당 방통위원이 지발위 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방법이 제안된다. 또 한편에서는 역으로 지발위 위원장을 방통위 위원으로 위촉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는 결국 지발위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관련 인사가 방통위에도 최소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공영방송 이사회에도 지역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KBS 이사회,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도 지역관련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현재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구조 ⓒ언론노조

■ 본사 입김 줄이고, 지역자율성 높이고

이어 지역MBC는 본사MBC의, 지역민영방송사는 SBS‧대주주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역방송 '자체 제작 비율'을 정책적으로 강제하는 방향이 논의된다. 현재는 자체 편성 비율만을 강제하고 있어, 지역사 자체 제작 방송물이 아닌 값싼 외주제작물과 구매 프로그램으로 편성 비율을 채우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자체 제작 비율을 정해둬야지만 경영진도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중을 높이고, 질 높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 KBS 지역총국의 경우에도 수신료 규모에 비해 자체 편성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 역시 자체 제작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불어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지역방송 사장까지 선임하는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으로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에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따로 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지역방송사도 마찬가지로 사장 선임에 있어 별도의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야지만 지역과 아무 연관성이 없는 본사 인사가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오는 관행을 방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역민영방송사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에는 대주주가 주식의 40%만을 소유할 수 있게 돼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방송사끼리 교차소유, 친인척 주주 등을 통해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대주주가 지나치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독립적 경영에 뜻이 있는 사장이 오더라도, 대주주가 사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어 공정방송만을 보고 가기가 힘들다. 따라서 대주주 소유 지분을 현실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방송사가 광고를 통해 지역방송에 개입하는 일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도권 민영방송사가 타 지역 민영방송사 광고 판매와 관련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보도, 편성에 대한 개입이 비공식으로 이뤄져왔다는 지적이다.

▲ 지난 2011년 4월 25일 서울 태평로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지역MBC 강제통합에 반대하는 언론사회단체의 결의대회 모습. ⓒ PD저널

현재 방송법상에도 방통위가 재허가 심사를 통해 이를 관리·감독할 수는 있지만, 재허가 심사가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져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방통위 재허가 심사를 더 엄격한 기준에 맞춰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이에 더해 특히 지역MBC의 경우 각 지역MBC를 일방적으로 통폐합하고 광역화하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폐합, 광역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지역MBC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전 과정이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 재원 마련 뒷받침돼야

지역에서 질 좋은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수익이 생겨 또 다른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재원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네트워크 방송사 간 전파료‧광고 배분 기준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금은 2000년 방송법 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어 현재 방송 환경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최근 들어 방송사가 광고 이외로 콘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점을 감안해, 콘텐츠 판매 수익 기반의 방송영업수익을 측정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사업자들의 홈쇼핑 수수료 수익을 추가로 징수하고, 출범 당시 혜택을 줬던 종편 사업자의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을 높이는 방안이 나온다. 이에 더해 인터넷, 모바일 광고 수익이 수직 상승하고 있는 포털 사업자를 징수 대상에 포함하고, IPTV 징수율도 현행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 지역방송발전기금을 별도로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다. 2014년 특별법 입법 당시 원안에서 삭제된 지역방송발전기금을 재설치 하자는 입장이다. 지역방송발전기금은 정부 출연금, 타 기금 전입금, 기부금, 기금 운용 수익금, 대통령령 수입금 등으로 조성될 수 있다.

▲ 전주MBC ‘생방송 뷰’ ⓒ전주MBC

■ ‘지역성’은 선택 아닌 필수

근본적으로는 지역성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이를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로 바라봐야 지역방송을 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지역방송 관련 정책은 의무가 아닌 시혜적인 측면에서 이뤄져왔다는 비판이다.

박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사람들이) 지역방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대체적으로 ‘여유가 되면 챙기자’는 의식들을 가지고 있다”며 “(지역성은) 배타적 책무가 아닌, 전체가 추구해야 할 공익적 가치”라고 밝혔다.

따라서 방송법상에도 방송의 공적책무로 지역성을 '명문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행 방송법상에는 지역성에 대한 명확한 개념규정 없이 공익성의 한 부분으로만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역성의 개념규정이 명문화돼야지만, 지역성을 정책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향과 목표가 명확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방송 살리기 '정책 제안' 이어져

각 언론 관련 단체들은 서로 조금의 이견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공통의 문제의식 속에서 구체적인 지역방송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지난 19일 ‘제19대 대선 미디어 정책 제안’을 공개하며 그 안에 지역방송 정책에 관한 내용을 일부 담았다.

이어 한국지역언론학회, 전국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방송협의회는 공동으로 토론회를 주최한 뒤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들은 각 대선 후보들에게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는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방송의 공적책무로 지역성 명문화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법정 방송통신기구의 지역대표성 보장 △공영방송 이사회 지역대표성 보장 △지역민방 지배주주의의 부당한 방송개입과 전횡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 마련 △지역방송사 사장 선임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및 지역사회 의견청취 의무화 △네트워크 전파료 및 광고배분구조 수평적으로 조정 △지역방송발전기금 설치 및 지역방송발전위원회의 권한 실질적으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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