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노조 농성장 강제철거…‘대규모 정리해고’ 열흘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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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낫‧커터칼 등 동원해 무력 철거…위협 느껴”

OBS 경인TV(대표 최동호)가 직원 13명을 정리해고한 가운데,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이하 OBS 지부)가 설치한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4월 14일 13명의 방송인이 대량 해고된 지 열흘 만인 24일 새벽, OBS가 (대주주) 영안모자 직원들로 하여금 OBS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기 위해 농성장을 급습하게 했다”며 “이런 막무가내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멈추고 대주주부터 OBS에서 정리하고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사측이 철거했다는 농성장은 지난 3월 14일부터 OBS 지부 조합원들이 사측의 정리해고 조치에 반발해 정리해고 철회와 방송정상화를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던 곳으로, OBS 지부에 확인한 결과 언론노조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성장에 있던 OBS 지부 조합원 2명이 촬영한 영상 자료도 남아있었다. 유진영 OBS 지부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24일 새벽 5시 반에 영안 쪽에서 정비, 청소, 경비하시는 분들 오셔서 (농성장을) 철거했다”며 “철거를 하기 위해서 낫하고 사무용 커터칼을 들고 와 (농성장을 지지하는) 쇠파이프를 절단하고 구조물을 훼손했다. 안에 사람이 있었고,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유 지부장은 “농성장에 2명이 있었는데, 그렇게(장비를 가지고) 들어온 이상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영상) 촬영을 했다”며 “한 명은 촬영을 하고, 한 명은 112(경찰)에 신고했다. 농성장뿐만 아니라 노트북이라든지 일부 농성장 물건들이 훼손됐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로도 (법적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농성장은) 조합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인데, 흉기를 들고 와서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야만적”이라며 “요새 그런 사업장이 없다. 특히 지역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방송사에서…. (이번 일로) 대주주의 방송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다”며 개탄했다.

유 지부장에 따르면, OBS 지부는 농성장이 철거된 그 자리에 다시 농성장을 마련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5월 2일에는 OBS 지부,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으로 ‘OBS경영위기와 정리해고의 진실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 지난 24일, 사측에 의해 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된 뒤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조합원들이 정리해고 철회와 방송정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정리해고, 여기서 끝 아니다?…노조 “방송사로서 제작 포기하는 것” 비판

사측은 지난 3월 14일, 한 달의 유예기간을 둔 후 4월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자정부터 18명을 정리해고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들 중 5명은 지난 14일 정리해고 철회 통보를 받고 현장 복귀 혹은 대기발령 상태에 들어갔으나 13명은 예정대로 15일 자정부터 해고자 신분이 됐다.

그러나 ‘해고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소문이 노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추가로 몇 명의 인원이 더 정리해고 대상자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전에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대기발령’ 형태로 정리해고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유 지부장은 “회사가 공문을 통해 ‘5월 2일에 유휴인력을 점검해 대기발령’을 내겠다고 통보해 왔다. 5월 1일부터 인사발령을 내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유휴인력은 이른바 ‘남는 인력’이다. 사측이 정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들을 지칭한다. 유휴인력으로 분류되면 사실상 정리해고의 전 절차나 다름없는 대기발령 상태가 된다.

OBS 지부는 사측의 계속된 정리해고 조치가 ‘제작 축소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측이 ‘남는 인력(유휴인력)’, 즉 ‘비(非)필수인력’으로 규정하는 이들은 PD, 카메라, 기술, 미술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인데, OBS 지부는 이들도 ‘방송에 꼭 필요한 필수 인력’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유 지부장은 “지금 (OBS가 자체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엄청 줄여놨는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직원들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사람이 없어서 내부적으론 파견회사나 도급회사를 통해 사람을 구하러 다닌단 이야기가 있다”며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고 남은) 이 정도 인력이 적정 수준’이라고 하는데, 모순적이다. 사람이 없어 심지어 알바(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한다. 지금 중계차 운전하시는 분도 아르바이트 인력이다. 그런데 유휴인력이 있을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OBS 지부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OBS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부적절한 조치다. ‘자체제작 비율이 타 지역방송사보다 현저히 낮은데, 이런 상황에서 인력까지 줄이는 것은 방송사로서 제작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OBS 지부의 입장이다.

OBS는 타 지역방송사와 달리, SBS 네트워크에 들어가 있지 않다. SBS 네트워크에 들어가 있는 타 지역방송사의 경우, 통상 7대 3에서 많게는 8대 2(많은 쪽이 SBS)의 비율로 네트워크 계약을 맺고 나머지 3에서 2 정도만 방송사에서 자체편성을 하지만, OBS는 100% 자체편성을 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OBS는, 자체편성비율은 타 방송사보다 현저히 높으면서 자체제작 프로그램 개수는 전국 지역방송사 가운데 가장 적다. 지역 방송사 다수가 5~6개 정도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 OBS보다 더 적은 시청자를 가지고 있는 모 지역민영방송사가 3개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보유한 데 반해, OBS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은 단 2개다.

유 지부장은 “그렇다보니 OBS는 최근에 극장에서 상영됐던 영화도 아닌, 몇 십 년 전 나왔던 영화를 다시 틀거나 (OBS) 초창기에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재탕’, ‘3탕’한다. 심지어는 종합편성채널(종편) 드라마를 사 와서 그걸 ‘재탕’, ‘3탕’하는 수준”이라며 “이렇게 하면 시청자가 OBS를 보겠나. 시청자들이 OBS만 바라보는 건 아니지 않나. 여기(경인지역)서도 종편 다 보고, 그 밖에 여러 채널이 다 있다. 그러면 OBS는 전파낭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OBS는 지역정서, 지역문화를 표출시킬 수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역 보도에 집중한 지역의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지난 24일, 사측에 의해 농성장이 강제철거된 뒤의 모습.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OBS 사측과 대주주는 정리해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OBS 지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OBS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방송 취소’ 결정을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 지부장은 “(지난해 말 방통위가 결정했던) 재허가의 여러 가지 조건을 (OBS가) 이행하지 않았다. 최근에 행해진 부당해고, 현수막 철거, 농성장 철거‧훼손까지…이런 행위 자체가 ‘부당노동 행위’다. 방송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해 지역 시청자들이 감시‧감독 기능을 부여한 방통위나, 대주주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대주주도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구성원을 자를 수밖에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올해 초 시작된 사측과 구성원들 간의 갈등은 벌써 4개월째,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지부장을 포함한 OBS 지부는 정리해고 해결을 비롯해 OBS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 지부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OBS 문제가) 대선 이슈에 묻히기 때문에 회사가 무자비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며 “대선 끝나고 정부 주체가 확립되면, 책임 있는 정부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점을 찾는 실마리가 마련돼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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