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주요 후보 정보인권 공약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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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대선 후보의 답변과 정책공약을 토대로, 대선 후보들의 정보인권 정책을 비교, 분석하였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에게 질의를 하였고, 이 중 홍준표 후보는 두 차례 모두 답변을 하지 않았다. ⓒ 뉴시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소비자 단체(1차) 및 언론·미디어 단체들(2차)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제19대 대선의 주요 후보들에게 정보인권 정책공약을 제안하고, 주요 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질의하였다. 그리고 각 대선 후보의 답변과 정책공약을 토대로, 대선 후보들의 정보인권 정책을 비교, 분석하였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에게 질의를 하였고, 이 중 홍준표 후보는 두 차례 모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래 표에서 ‘기타→ 찬성’으로 되어 있는 부분은 소비자 단체들의 질의에서는 ‘기타’로, 언론·미디어 단체들의 질의에는 ‘찬성’으로 답변이 변경된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 후보들이 동의하는 공약

 

차기 정부에서는 인터넷 검열이 없어지고, 주민번호 체제가 개혁될 수 있을까?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답변을 한 모든 후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인터넷 행정심의를 폐지하고, 정치적, 상업적 및 기타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기구로 통신심의 권한을 이양하는 것에 찬성하였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유출된 주민번호의 변경을 허용하고, 번호체계를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의 일련번호로 변경하며, 주민번호는 행정 목적으로만 최소한도로 수집하는 방향으로 주민번호 체제를 개혁하는 것에 찬성하였다. 인터넷 검열과 주민번호 체제는 행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이 공약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용자의 가입자 정보인 통신자료를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제공할 때 영장에 의해서 하도록 하는 영장주의 도입에 대해서도 모든 후보가 동의하였다. 유승민 후보는 애초에 유보적 입장이었으나, 미디어 단체 질의에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방심위 통신심의 폐지

찬성

기타→ 찬성

찬성(?)

찬성

답변없음

방통위 삭제명령권 폐지

찬성

찬성

기타

찬성

 

현재 방심위는 불법정보 뿐 아니라 유해성·건전성 등 모호한 기준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폭넓게 심의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게시물에 대한 삭제·차단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모든 후보가 방심위의 통신심의 폐지에 찬성하였으나, 유승민 후보는 디지털혁신부 산하에 ‘인터넷콘텐츠심의위원회’를 두겠다고 밝혀 사실상 행정심의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고에 따라 심의를 하고, 형사고발까지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인터넷 상 표현에 대한 삭제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보호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독립성과 권한 강화

찬성

찬성→ 기타

기타

찬성

답변없음

행자부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폐기

찬성

찬성

기타

찬성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혁

기타→ 찬성

찬성

찬성

찬성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침해 위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개인정보 이용행태를 개인이 감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감독을 담당할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설립되었으나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행정자치부의 개인정보 감독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여 민간과 공공부문의 통합적인 감독권을 부여하고, 인사권과 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해 명실상부한 개인정보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문재인, 심상정 후보는 찬성하였다.

 

그러나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의 유승민 후보는 이에 반대하였으며, 과학기술 및 ICT를 포괄한 혁신부총리 산하에 개인정보 담당기구를 두겠다고 밝혀 개인정보 보호가 산업진흥을 명분으로 약화될 것이 우려된다.

안철수 후보는 소비자 단체의 질의에서는 찬성 입장을 표했으나, 미디어 단체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후퇴하였다.

 

한편, 행정자치부의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통신·금융·의료 등 빅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비식별 조치’하면 동의 없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3자 제공을 허용해 정보주체인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의 폐지에 대해서는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모두 찬성하였다. 유승민 후보도 확실하게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주민번호 체제 개혁에 대해서는 유승민 후보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찬성하였다.

 

전반적으로 심상정 후보가 개인정보 보호 의지가 가장 강했고, 문재인 후보가 주민번호 체제 개혁에 대해 애초 유보적 입장에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표한 것은 유감스럽다.

 

통신비밀 보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수사기관에 의한 사이버 사찰이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시민들의 일상적인 소통수단으로 자리잡은 반면, 그만큼 개인의 사적인 데이터와 통신이 정보·수사기관에 노출될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특정 장소 주변 기지국의 통신내역정보를 싹쓸이해서 가져가는 ‘기지국 수사’는 집회 참가자를 추적하는데 이용되고 있고, 카카오톡과 같은 SNS 압수수색으로 범죄 혐의와 관계없이 민감한 통신 내역과 내용이 정보·수사기관의 사이버 사찰의 수단이 되고 있으며, 수사 편의를 위해 통신사가 보관하고 있는 가입자 정보가 영장도 없이 제공되고 있다.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는 무차별 감시와 사이버 사찰을 통제하기 위해, 정보·수사기관의 수사 관행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대체적으로 모든 후보가 찬성하였다. 다만, 유승민 후보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취득이나 이메일 압수수색 등과 관련하여 사실상 현재보다 통신비밀 권리를 후퇴시킬 수 있는 입장을 가진 것이 우려스럽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통신자료 제공시 영장주의 도입

기타→ 찬성

찬성

기타→ 찬성

찬성

답변없음

기지국 수사 제한

찬성

찬성

기타

찬성

 

사이버 보안

 

현재 국내 사이버 보안은 민간 영역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관할하고 있으며, 국가정보통신망은 국가정보원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은 ‘국가사이버안전규정’에 따라 전반적인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정보보안에서부터 인터넷 상의 사기나 해킹 등 민간 부문의 사이버 보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국정원이 사이버보안을 담당하는 것은 자신의 직무범위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민간과의 협력을 저해하고 은밀한 감시와 사찰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비밀정보기관이 사이버 보안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나라는 없다.

 

국정원 개혁과 함께, 국정원의 사이버보안 권한을 일반 행정부처로 이관하자는 제안에 대해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찬성하였다. 유승민 후보는 국정원, 국방부, 미래부, 행자부, 한국인터넷진흥원, 경찰 등으로 분산된 사이버 보안업무를 통합하는 ‘사이버보안청’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을 뿐 안철수 후보가 전반적인 국정원 개혁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의 국정원 개혁 부분에서 ‘테러 및 사이버 보안업무와 관련해 정보기관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국회 통제장치 강화’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사이버보안 업무를 계속 국정원이 담당하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보여, 우리 질의서의 답변과 모순된 점이 있다. 공공 및 민간영역의 사이버보안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국정원의 사이버보안 권한 일반 행정부처로 이관

찬성

기타

찬성

찬성

답변없음

 

총평

 

심상정 후보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을 단지 산업진흥 측면만이 아니라, ‘인권·노동·안전·환경 중심의 ICT 통합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사회정책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권 보호 등 정보인권 보호를 10대 공약에 포함할 정도로 정보인권 보호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다만, 임시조치 제도, 사이버보안 체제 등의 이슈에 대해, 원칙적인 방향성을 넘어 대안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도 대체적으로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특히, 기존 소비자단체들의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던, 통신자료 제공시 영장주의 적용 및 주민번호 체제 개혁 의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한 것은 긍정적이다.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 역시 높이 평가한다. 다만,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 권한은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보다 정교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통신비 인하 외에 전반적인 정보통신 공약이 아직 제시되지 않아 종합적인 평가는 힘들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인터넷 행정심의 폐지, 통신자료 제공시 영장주의, 주민번호 제도 개혁 등에 찬성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보호, 사이버보안 등의 공약에서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며,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의 보호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능정보사회의 발전에 따라 가장 위협받을 수 있는 권리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고 할 때, 안철수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의 적임자를 자임한다면 정보사회에서 정보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유승민 후보도 인터넷 표현의 자유나 통신비밀 보호 등에서 원론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표했지만,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는 친기업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월 9일이 지나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폐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 국가정보원 개혁과 사이버보안 권한의 일반 행정부처로의 이관 등은 새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반영해야 할 의제이다. 이는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주요 대선후보 소비자정책 비교․분석결과 발표

19대 대선 미디어정책 분석 평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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