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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벌었지만 실패한 ‘사임당’, 무엇을 남겼나

[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사임당’으로 이영애가 갖게 된 큰 부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5.10 09: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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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국에 의해 억지로 꿰어 맞춘 100% 사전제작이 가진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했다. 애초에 다 만들어놓은 작품이지만 결국 중국 방영은 실현되지 않았다. ⓒ SBS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무엇을 남겼을까. 애초 이 30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28회로 끝을 맺었다. 시청률은 한 자릿수대. 6%에서 8%를 오가는 수준이었고 지상파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겨우 2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대진운’이 좋아서였다. <사임당, 빛의 일기>가 시작될 때 수목시간대의 꼴찌 시청률을 기록해준 건 다름 아닌 졸작으로 남은 <미씽나인>이었고, 그 후속작인 <자체발광 오피스>도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이런 ‘대진운’이 아니었다면 자칫 <사임당, 빛의 일기>는 200억이 넘는 대작드라마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꼴찌’ 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

평가는 바닥이었다. 그것은 하필이면 이런 시국에 사임당이라는 소재가 주는 불편함에서부터 비롯되어, 차츰 작품의 떨어지는 완성도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 작품은 왜 주인공을 굳이 사임당이라고 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주제의식 같은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워킹맘으로서 또 예인으로서의 당당한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면 처음부터 그것을 보여주는 편이 나았지만, 드라마는 어찌 된 일인지 고려지를 만드는 이야기에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했다. 그건 역사적 사실도 아닐뿐더러 드라마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하고도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사임당, 빛의 일기>는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중국 시장은 사드로 얼어붙었지만 그 이외의 해외 판매는 거의 완료되었다. 특히 이영애는 이 작품을 통해 꽤 많은 수익을 얻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은 결국 이영애라는 이름 석자를 통해 투자가 된 것이고, 그렇게 해서 제작과 판매까지도 이어졌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사드 정국이 아니었다면 중국 시장까지 포함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을 게다. 그런데 드라마가 수익을 가져갔는데도 불구하고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상황은 과연 드라마에도 또 이영애라는 배우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결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영애라는 배우에게 남은 부담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장금>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배우지만, <사임당, 빛의 일기>는 그 명성에 상당한 오점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해외 팬들은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번 작품으로 인해 상당수의 국내 시청자들은 그녀에 대한 기대감을 접게 되었다. 물론 이건 온전히 작품의 완성도 문제일 수 있지만, 결국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이영애로 시작해 이영애로 끝난 작품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국에 의해 억지로 꿰어 맞춘 100% 사전제작이 가진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했다. 애초에 다 만들어놓은 작품이지만 결국 중국 방영은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중국에 맞춰진 작품이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정서적인 호응을 얻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100% 사전제작된 작품을 편집을 통해 재구성해 내놓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작품을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그런 편집으로 얻어갈 수 있었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임당, 빛의 일기>의 실패는 그래서 향후 중국발 사전제작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이영애의 복귀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지만, <사임당, 빛의 일기>는 마치 과거 스타 캐스팅으로 제작비를 끌어 모아 급조해 만들었던 한류 초창기의 실패를 고스란히 재현한 듯한 작품으로 남았다. 스타 배우의 시대는 가고 스타 작가의 시대가 열린 현재, <사임당, 빛의 일기>는 그래서 한 10여 년 전의 드라마를 본 듯한 잔상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런 잔상은 이영애에게는 앞으로 배우로서의 삶에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되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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