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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반토막난 방심위…이렇게 끝이 나네요

[미디어 현장] 기울어진 운동장‧정치심의‧봐주기 심의…이제 그만 하수영 기자l승인2017.05.13 08: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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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 이하 방송소위)가 한 달째 야당 추천 위원들 없이 ‘반쪽짜리’로 열리고 있다. 여권 추천 위원 3인만이 참석한 채로 열리는 방송소위에서 심의위원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야권, 여권, 문 전 대표 등의 표현은 모두 박근혜 정부 기준) 등 야권 인사들에게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는 반면 박 전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에게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선 ‘방송사가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심위원 9인 중 5인이 참여하는 방송소위는 여권 위원 3인, 야권 위원 2인으로 구성돼 있다(김 위원장도 여권). 이 중 야권 추천의 장낙인 상임위원과 윤훈열 심의위원은 4월 6일 방심위 전체회의 이후 방송소위와 방심위 전체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4월 6일 전체회의에서 JTBC <뉴스룸>의 태블릿 PC 보도에 대한 의견진술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의견진술은 통상적으로 법정제재를 전제로 해서 사전에 행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야권 위원 2인이 끝까지 반대했으나 관철되지 않았고, 이에 반발해 야권 위원들이 ‘앞으로 회의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 제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앞줄 가운데) 위원들 모습. 이들의 임기는 오는 6월 마무리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 방심위 위원들은 제3기 방심위원들로, 이들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야 마땅하다. 그러나 야권 추천 위원들은 아예 참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방송소위를 ‘반쪽짜리’ 회의로 만들었고, 여권 추천 위원들은 ‘반쪽짜리’ 회의를 ‘기울어진 운동장’ 삼아 편파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10일 오후 열린 방송소위에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대부분이 19대 대선을 앞두고 방영됐던 시사‧토론프로그램들의 발언을 문제삼은 민원 때문에 올라온 것들이었다. 그런데 방심위원들은 이 가운데 문 전 대표를 비판한 방송들에는 대부분 행정지도 중 가장 약한 ‘의견제시’나 그보다도 약한 ‘문제없음’을 주고,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방송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를 옹호하는 듯한 방송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0일 방송소위에 올라온 안건 중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방송은 TV조선 <엄성섭‧유아름의 뉴스를 쏘다>(이하 ‘뉴스를 쏘다’) 1월 26일 방송과 SBS 플러스 <캐리돌 뉴스> 3월 15일 방송, 총 2개였다.

먼저 ‘뉴스를 쏘다’ 1월 26일 방송은 엄성섭 앵커가 ‘박 전 대통령이 정규재TV와 인터뷰한 내용을 주제로 패널과 대담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 측에선 당연히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좀 있는 것 같다’고 한 부분에 대해 ‘진행자가 편향적 발언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돼서, 그리고 캐리커처 형식으로 표현한 정치인 인형을 사용해 정치인에 대한 성대모사와 풍자를 하는 <캐리돌 뉴스>는 ‘풍자를 내세워 전직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난했다’는 민원으로 인해 안건으로 상정됐다. ‘뉴스를 쏘다’에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항, <캐리돌 뉴스>에는 제14조(객관성)와 제9조(공정성) 조항이 붙었다.

최 씨가 ‘(특검이) 딸‧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던 ‘뉴스를 쏘다’ 1월 26일 방송에 대해선 방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여권 추천 하남신 위원은 “토론 프로 특성상 ‘진행자는 철저하게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그런 당위성은 있고 그게 바람직하지만, 진행자도 토론 주제에 흐름에 흐름을 의식해서 일정부분 일정수준 자기 견해는 이야기 할 수 있다 본다”며 “(민원인이) 문제 삼은 부분들(‘박 대통령이나 최 씨가 억울했겠다’)은 당시 정황, 분위기, 사실 관계를 비춰볼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 본다”고 말했다.

최 씨의 해당 발언은 최 씨와 최 씨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으로, 특검은 전면 부인한 부분이다. 특검이 최 씨를 조사하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고는 누구의 주장이 맞다고 확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공정한 진행을 해야 할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 쪽 편을 들고, 방심위원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남는다.

▲ SBS플러스 '캐리돌 뉴스' 3월 15일 방송 캡처 ⓒSBS플러스

<캐리돌 뉴스> 심의에 대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캐리돌 뉴스> 3월 15일 방송(1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닮은 인형이 스스로에 대해 ‘나도 지은탁(드라마 <도깨비> 등장인물)처럼 목에 점도 있고,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해서 어르신들이 불쌍하게 보고 그러는데…’라고 하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닮은 인형이 ‘우리 집 가훈은 정직’이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 인형이 ‘으이구!’라며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왔다.

<캐리돌 뉴스>에 대해 최종적으로는 낮은 단계의 행정 지도인 ‘의견제시’가 결정됐지만 위원들은 대체로 ‘방송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하 위원은 “풍자‧해학‧패러디‧비판, 신랄하게 하는 건 좋지만 (방송을 보면)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치는 것 같다”며 “거기 나오는 소재는 어디꺼지나 팩트(사실)에 근거해서 그 범주 안에서 해야지 항간(에 떠도는) 낭설, 유언비어, 이것을 팩트인 양, 팩트로 받아들여 그걸 전제로 해서 말하고, 대사가 진전되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보는 사람들이 곧이 곧대로 여과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면 특성 감안해서 좀 더 폭넓게 표현의 재량을 주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제작진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 JTBC '뉴스현장' 3월 2일 방송 캡처 ⓒJTBC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야당(박근혜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 방송에 대해선 어땠을까. 박 전 대통령 사례와는 정반대로 모두 ‘문제없음’ 결정이 났다. 문제없음은 행정지도보다도 낮은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10일 방송소위에는 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관련 방송 4건도 안건으로 상정됐다. ‘뉴스를 쏘다’ 2월 23일 방송, 채널A <뉴스특급> 2월 23일 방송, MBN <뉴스와이드> 1월 19일 방송, 그리고 JTBC <뉴스현장> 3월 2일 방송이 그 것이다. 이들 방송에는 모두 방송심의 규정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이 붙었다.

헌재가 민심과 동떨어진 다른 결정을 하리라고 믿지 않는다’는 문 전 대표 발언에 대해 ‘정치 리더십 자질 부족하다. 수시로 말을 바꾼다’고 주장한 ‘뉴스를 쏘다’ 2월 23일 방송에 대해서 함 위원은 “공정성(방송심의 규정 제9조)이나 객관성(제14조), 명예훼손(제20조) (위반)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고 제13조 5항(대담‧토론프로그램 등)에만 해당이 된다”며 “이 정도 이야긴 할 수 있다고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탄핵 기각 시 혁명’이라고 한 발언을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김평우 변호사의 ‘헌재탄핵 인용 시 서울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발언과 동일시한 채널A <뉴스특급> 2월 23일 방송에 대해서도 함 위원은 “어느 언론매체나 문제를 삼았던 부분이고, (방송에서) 그 수준을 벗어나는 건 없는 것 같다”며 “민원인은 (이 방송이)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는데 그건 아니고, 이 정도 의견은 수용해야 한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13 총선(2016) 때도 손님 실수로 (국민의당이) 38석 얻은 거거든. 민주당의 문 전 대표가 고집을 피워가지고’라고 주장한 MBN <뉴스와이드> 1월 19일 방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위원들이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런 말을 한 데 대해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원 일치로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하 위원은 “차 의원이 전직 여당의원 입장에서 애교 섞인 농담조로 한 건데, 토론 프로그램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특정인 폄하다’, ‘폄훼했다’고 하는 건…(아닌 것 같다)”며 “특별한 의도나 저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표현의 문제, 지엽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이는 기존에 방심위에서 개인의 생각을 농담조로 이야기한 것이더라도 ‘친구간의 대화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보는 방송이기 때문에 다르게 봐야 한다’거나 ‘발언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재를 했던 것과 대비된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26일 방송된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에서 출연자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후보들에 대해 ‘누가 되든 차이 없으니 제비뽑기를 하라’고 농담조로 말한 것에 대해서는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하 위원은 이 방송에 대해 “다짜고짜 제비뽑기 하자고 사회자가 그러고, 맞장구치고 그러는 건…(안 된다)”며 “건전한 사회에 기여해야하는 방송이 명색이 제1야당 행사를 이렇게까지 노골적 비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우리가 마치 민주공화국이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고 발언한 JTBC <뉴스현장> 3월 2일 방송에 대해서는 함 위원이 “뭐가 문제가 된다는 건지?”라고 반문했다. 하 위원은 “말이 좀 너절하긴 하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며 방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인 언행을 비판한 건데, 이 정도는 비판을 허용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하며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음’ 조치를 주장했다.

▲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 6대3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 시정해야…새 정부 논의 과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일은) 쭉 일상적으로 반복되던 행태였다. (방송소위의) 3대2 구조 속에서 숫자싸움이 벌어지는데, 2(야권)가 있어도 3(여권)이 결국은 이기게 된다. 그리고 그 3이 본인들이 생각하는 정치적 입장에 맞춰서 의견을 주는 행태는 굉장히 오래된 관행같이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이어 “물론 (야권 위원들이) 강하게, 끝까지 집요하게 이야기했다면 제재수위가 달라지거나 그럴 순 있겠지만, 법정제재에 관해서는 협상이 잘 안 되는 편이라 이런 일이 야권 위원들이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방심위의 이런 ‘이중 잣대’ 심의를 해결하려면 방심위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방송소위는 3대2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방심위 전체회의는 6대3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래도 여권이 야권의 2배에 달하는 현재의 구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대선 기간에 언론계 안팎에서 꾸준히 논의돼 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조 개선 문제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

심의위원들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도 요구된다. 특정한 정치색을 가진 집단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정치적 입장을 띠고 그를 대변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당연히 그렇다’는 식의 관행 때문에 방심위가 ‘정치심의’, ‘청부심의’, ‘봐주기 심의’ 등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오는 6월 새로 임명될 방심위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오는 17일 열리는 방송소위는 제3기 방심위 마지막 방송소위다. 25일엔 마지막 전체회의가 열린다. 현 방심위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오는 6월 새로 구성될 새 방심위는 부디 ‘편파‧왜곡 심의’라는 오명을 벗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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