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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이어온 저력...집밥 같은 '다큐3일'

[인터뷰] 10주년 맞은 KBS <다큐멘터리 3일> 최재복 팀장, 황범하 PD, 정병권 PD 구보라 기자l승인2017.05.22 1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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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멘터리 3일>(CP: 임세형·최재복/연출: 황대준·이완희·윤한용·황범하·정병권, 이하 <다큐3일>)이 올해로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5월 3일, '3일'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특정한 공간을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3일>이 시작했다. 특정한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전의 TV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한 장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촬영한다는 점 때문에 <다큐3일>은 방송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고, '집밥 같은 편안함'으로 10년 동안 변함없이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PD저널>은 <다큐3일>의 최재복 팀장, 이번 10주년 특집 2부작을 제작한 황범하 PD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다큐3일>팀에 합류한 정병권 PD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나 <다큐3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최재복 팀장은 “<다큐3일>에 함께한 모든 제작진들에게 감사하다. 특히나 출연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우리는 출연자들을 ‘거리의 철학자’라고 표현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삶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는 그들이 모두 다 <다큐3일>의 주인공이다. 그들이 <다큐3일>을 10년동안 이끌어왔다. 앞으로도 계속 출연자들이 <다큐3일>의 카메라를 빌려 삶의 느낀 점들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10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 지난 21일 오후 10시 40분에 KBS2TV에서 <다큐멘터리 3일> 10주년 특집 2부가 방송됐다. ⓒKBS

<다큐3일>, 2007년 그 특별한 시작....10년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일상 곳곳을 담고, 시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다큐3일>

2007년 당시 <다큐3일>의 창립멤버 중 한 명이었던 황범하 PD는 “그 당시엔 휴먼다큐가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한 시점이었다. 같은 공간 속에서 3일이라는 시간 제한을 두고 촬영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면 좀 더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 <다큐3일>은 다른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매력으로 10년을 이어져오고 있다. <다큐3일>이 그동안 찾아다닌 장소만 해도 500여 곳이고, 5000여명의 사람들이 출연했다. 제작에 참여했던 PD가 67명, 작가 24명 그리고 VJ는 78명에 달한다.  

아이템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최재복 팀장은 “<다큐3일>의 정체성이 일상을 담는 거다. 그렇기에 소시민들, 시청자들, 이웃들의 잔잔한 일상을 담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인 현상들을 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PD는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그 시대의 기록이다. 잃어가는 장소 그리고 새롭게 나타나는 장소도 잘 기록하려 한다”, 황 PD는 “<다큐3일>은 주로 아날로그,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리고 시대 정신을 녹여낼 수 있는 곳도 많이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09년 5월 16일에 방영한 KBS <다큐멘터리 3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옥탑방 -옥수 13 재개발 구역 72시간' ⓒKBS
▲ 지난 11월에 방영한 KBS <다큐멘터리 3일> '2016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 ⓒKBS

그동안 <다큐3일>은 재개발 역풍 속 사라지는 공간들, 2008년 촛불집회, 대선 또는 총선 격전지의 풍경을 담았다. 기억남는 편을 묻자 황 PD는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을 촬영한 편이 기억에 남는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이 나간 다음이었기에 장례식 조문객들이 KBS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큐3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에도 봉하마을 3일(2008년 5월 3일 방송)을 촬영하기도 했기에 많은 분들이 호의적이었고, 인터뷰에 응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관련 방송: <대통령의 귀향-봉하마을 3일간의 기록>(2008년 5월 3일 방송), <바보 노무현 - 봉하에서의 두 번째 만남(노무현 추모특집)>(2009년 5월 30일 방송)

이에 최재복 팀장은 지난 11월에 방영한 <2016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광화문 광장>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생생한 촛불집회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방송이 나가는 그 날 아침까지 촬영을 했다. 작년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다큐3일>이 진정성을 가지고 이 시대와 호흡하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이 알아주신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큐3일> 제작진이 생각하는 <다큐3일>만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52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여러 개의 휴먼 다큐이자 공간 다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기에,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다. 그게 매력이 아닐까.”(KBS 황범하 PD)

“<다큐3일>은 집밥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고 그 일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다큐3일>을 꾸준히 사랑해준다고 생각한다.”(최재복 PD)

이처럼, 72시간 동안 영상을 모으고, 그 영상으로 담백하게 차려내는 맛있는 집밥이 될 수 있었던 건, <다큐3일>이 기존 휴먼 다큐멘터리에서의 촬영, 편집과는 다른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촬영은 72시간 동안 하고, 특정 장면을 위한 연출을 절대 하지 않는다"

 
 

황범하 PD는 “다른 다큐는 오히려 뻔할 수 있다. 왜냐면 정해진 주제를 논증하기 위해서 촬영을 하고, 그 영상들을 모아서 보여준다. <다큐3일>은 그렇지 않다. 다음에 어떤 점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현장을 통제할 수 없다. 사전 섭외 없이, 촬영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장의 힘'을 느낀다. <다큐3일>도 촬영 가기 전에 PD, 작가, VJ가 어떤 일이 일어날 걸 예상하고 아주 대략적인 개요를 짠다. 하지만 언제나 제작진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일이 현장에서 생긴다. 그런 의외성들이 더욱더 현장감 넘치게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우연성에 기댄다는 게 쉽지 않은데, 하다보니 ‘사전섭외 없이 가도 된다’리는 신뢰도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의외성이 넘쳐나는 현장은 PD들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기에 쉽지 않다. 어떤 내용이 찍힐지, 찍은 뒤에도 어떤 점들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큐3일> PD들은 그 과정에서 PD로서 새로운 점들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동안 주로 시사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정병권 PD는 "<다큐3일>을 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큐3일>이 주로 섬이나 골목, 시장을 많이 다녔는데, 그렇다보니 '이젠 새로운 시장을 가더라도 이야기들이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큐3일> 연출하며 저는 시장을 잘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남광주 도깨비 시장(5월 6일 방송) 촬영했는데,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스토리가 모두 다르듯이 시장마다 이야기가 다 다르단 걸 새삼 깨달았어요. <다큐3일>은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72시간의 촬영이 끝나면, 편집 전 모든 촬영 원본들을 살펴보는 프리뷰 작업에 들어간다. 황 PD는 “모든 VJ가 다 72시간을 촬영하는 건 아니지만, 각자 촬영한 걸 모으면 최소 50시간 80시간까지 나오는데, 그걸 다 보고 추려내는 프리뷰 작업이 만만치 않다. 머리에 쥐가 나는 작업”이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채집한 그 자료에서 그 공간만의 이야기들, 재미있고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다큐3일> 편집을 할 땐 “반드시 촬영된 시간 순으로 편집하고, 인서트(화면의 특정 동작이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한 화면) 편집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황 PD는 “편집을 하며 오디오와 영상을 바꾸지 않는다. 원래 영상 나오면서 인터뷰가 실리잖나. 인터뷰는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 나간다. 훌륭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편집할 때에 PD가 개입해서 '더 예쁜 그림을 근사하게 넣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개인기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다큐3일> 연출 초창기에는 출연자가 인생을 회고하는 장면에서, 석양 컷을 넣은 적도 있었다. 그 때 선배가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간혹 촬영을 하면서 카메라가 막 흔들려서 그림이 날아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도 ‘상황이 괜찮다면 그대로 써라’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다큐3일> 제작자로서의 고민도 있다. 정병권 PD는 “‘힘든 상황을 극복해서 밝게 웃는 모습이 <다큐3일>만의 미덕이지만 <다큐3일> 너무 인생을 따스하게만 인생을 그리는 것 아니냐’. 비록 돈은 없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는 내용으로만 마무리가 되다보니까 그게 오히려 각박한 현실을 리얼리 100퍼센트로 그려내는 게 아니다’라는 의견들도 있더라. 아무래도 정말 힘든 사람들은 인터뷰를 거부하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는 많이 담기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힘든 이야기보다는 따뜻한 부분들이 주로 나간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그래도 삶이 힘든데, 똑같이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싶지 않다'며 썩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연출을 하며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황 PD는 "‘제도적인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해도, 제대로 돈을 벌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제언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큐3일>이 절대로 삶을 미화하려는 건 아니다. 마무리 부분에서 각박한 현실에 대한 제언이나 조언을 하는 건 우리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본래의 색깔과는 안 맞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며 ”연출할 때 고민하는 지점이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 팀장도 ”제작진도 이런 문제의식을 지니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되, 전달하는 방식은 <다큐3일>처럼 하려 한다“고 밝혔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웨딩홀에서 열린 <다큐3일> 10주년 기념 '10년의 기억'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황범하 PD, 김희근VJ, 박지현VJ, 이수민VJ, 최재복 팀장. ⓒKBS

지난 10년을 추억하며... 특집 2부작 

황범하 PD는 이번 10주년을 맞아 2부작으로 특집을 연출했다. 10년동안 찾아갔던 장소와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황 PD는 “처음에는 500회 특집에서 지난 10년을 반추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듣고, 어떻게 500회를 모두 정리할지 막막하기도 했다”며 “이번 기획은 시청자들이 <다큐3일>에 대해 어떤 기억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 출연자들에게도 할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큐3일>은 5명의 PD가 팀을 꾸려 각자 5주마다 돌아가며 연출한다. 마침 500회가 제 순서였다. 그래서 빼도 박도 못하고 연출을 맡았다”고 말했다. 자동으로 순서상 500회를 맞게 됐다는 황 PD의 말에 최재복 팀장과 정병권 PD도 “황 선배가 600회 특집은 안 맡으려고, 500회에 이어서 501회까지 연출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 팀장은 “황범하 PD와 박금란 작가가 있어서 이번 특집이 가능했다. 지금 황범하 PD와 함께하는 박금란 작가는 <다큐3일>에 9년 6개월 동안 있었다.(총 93회 방송). 이렇게 어벤져스팀이 있으니 하지, 안그럼 누가 했겠나. 운명이다 운명”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운명처럼 10주년 특집편의 연출을 맡은 황범하 PD는 1부에서는 인천공항 꼬마통역사 레아, 고물상, 어린이 병동에서 만났던 현우, 분만실에서 태어난 쌍둥이, 무인가게를 운영하는 장성 신촌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21일에 방영한 2부에서는 영주 금광리 수몰지구,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만난 서영이, 피맛골의 달걀장수 김철령, 노량진 고시촌 취준생 가영 씨 등의 2017년 현재를 찾았다. 

<PD저널>은 <다큐3일>의 최재복 팀장, 이번 10주년 특집 2부작을 제작한 황범하 PD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다큐3일>팀에 합류한 정병권 PD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나 <다큐3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정병권 PD, 최재복 팀장, 황범하 PD. ⓒPD저널 

마지막으로 황범하 PD는 “촬영한 VJ들, 촬영 원본과 씨름했던 작가들이 있었기에 PD들이 <다큐3일>을 연출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정병권 PD는 “앞으로도 더 좋은 프로그램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재복 팀장은 “일상에 펼쳐지는 공간, 아직 <다큐3일>이 찾지 못한 공간들을 계속 찾아다니며 동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담고싶다”고 말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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