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전무후무 ‘초딩’ 여론조사를 실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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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SBS 스페셜 ‘섬진강 초딩들의 대선일기’

“부자 편만 들지 말고 골고루 편을 들어서 나라를 이끌어 주세요”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때처럼 그렇게 하지 말고…(4월 16일 마다 세월호를 생각하며 우는 엄마가) 더 울지 않게 해 주세요.”

지난 15일 방송된 <SBS 스페셜> ‘섬진강 초딩들의 대선일기’는 ‘새 대통령이 이끌어 갈 나라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초딩(초등학생)’들을 통해 보여줬다. 6mm 작은 카메라를 통해 그 동안 어느 여론조사에서도 담지 않았던, 열 살 안팎 ‘초딩’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은 먼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선생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카메라에 어른들이 이야기해 준 지지하는 대선 후보와 그 이유를 담았다.

어른들이 ‘나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답하면 아이들은 물었다. ‘왜요?’. 간단한 질문이지만, 어른들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착하게 생겼잖아’ 혹은 ‘경상도잖아’ 등 추상적인 답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답변을 내놓은 섬진강 주민들은 이미지 선거, 네거티브(상대방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선거전략) 선거, 지역주의 선거 등 한국 정치와 선거의 고착화된 경향에 익숙해져 버린 대한민국 국민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단지 착하게 생겼다고 해서, 혹은 어느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면 여러 대선 후보 중 정말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한 일할 일꾼을 골라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할까? 이 질문에 관해서는 다압초 2학년 홍덕이가 가장 적절하게 답했다. 제법 ‘똘똘한’ 홍덕이는 대통령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대통령은 법을 지키는 사람,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 (국민에게) 어떤 재난이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에요”라고.

▲ SBS 스페셜 '섬진강 초딩들의 대선일기' 방송 캡처 ⓒSBS

홍덕이의 말처럼, 대통령은 법을 지키고 국민에게 봉사하며 위기에 처한 국민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지난 5년간 국민에게 비춰진 대통령의 모습은 준법, 봉사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3월,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 이뤄졌다.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합의했다. 비록 파면 사유로 인용되지는 못했지만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 했다는 등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들도 있었다. 5년간 국민들에게 비춰진 대통령의 모습은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해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압초 5학년 아이들에게 ‘대통령’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묻자마자 탄핵, 감옥, 서울 구치소, 최순실, 화장 등의 단어들이 튀어 나왔다. ‘화장’이라고 답한 아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가 침몰할 때 화장을 하고 있었다고 해서…’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대통령은 법을 지키고 국민에게 봉사하며 위기에 처한 국민을 도와주는 사람인데, 아이들이 생각하기에도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똑똑하게 대통령의 역할을 정의내린 아이도 ‘대통령을 생각하면 감옥부터 생각난다’고 말했다.

새 대통령이 할 일은 5년 뒤 다시 아이들에게 대통령이 뭐 하는 사람인지를 물었을 때 ‘나쁜 짓 하면 혼내주는 사람’,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사람’, 이라고 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려면 새 대통령은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야 할까? <SBS 스페셜>은 이 마지막 답을 하는 역할도 아이들에게 맡겼다.

다압초등학교 아이들은 대통령 선거가 있기 하루 전인 5월 8일, 모의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다. 선거 직전, 아이들은 저마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부자 편만 들지 말고 골고루 편을 들어서 나라를 이끌어 주세요’, ‘빨리 통일 시켜 주세요’, ‘세월호 때처럼 그렇게 하지 말고…(4월 16일 마다 세월호를 생각하며 우는 엄마가) 더 울지 않게 해 주세요’.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희가 뭘 아냐’고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이 알고 있었고, 저마다 바라는 나라의 모습도 각각 달랐다.

▲ SBS 스페셜 '섬진강 초딩들의 대선일기' 방송 캡처 ⓒSBS

모의선거 결과, 실제 19대 대선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모의선거는 선거권이 없는 이 아이들도 새로운 대통령이 섬겨야 할 국민임을 강조하기위한 <SBS 스페셜>의 의도된 장치였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문 대통령은 문 대통령 본인의 당선이 유력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광화문 광장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이야기도, 선거권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무겁게 섬겨주기를, 그리고 5년 뒤에는 대통령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국민들의 입에서 좀 더 긍정적인 단어들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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