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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장인’ 윤미현 PD가 말한다, 크리에이터의 질문법 [인터뷰]

다큐 제작 30년 노하우 집대성...어떻게 하면 기획을 잘할 수 있을까 표재민 기자l승인2017.05.23 18: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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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질문하고 깊게 고민할 줄 알며,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잘해 좋은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윤미현 PD가 연출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연출 지론이다. ⓒ 라온북

흔히 누군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 우린 반짝이는 발상으로 무장한 예술가를 떠올린다. 그런데 30년간 다큐 PD로서 MBC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승가원의 천사들〉, 〈휴먼다큐 사랑-돌시인과 어머니〉 등을 연출하고 <북극의 눈물> <공룡의 땅> 등을 기획하며 성공한 ‘크리에이터’로 인정받는 윤미현 PD는 다르게 생각한다. 흔히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을 듣는 집중력을 가지고 꾸준히 고민하는 사람이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또 친화력이 있어서 조정을 잘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윤 PD의 말처럼 세상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창조를 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에 새로움을 더할 줄 아는 사람을 우린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질문하고 깊게 고민할 줄 알며,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잘해 좋은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윤 PD가 연출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연출 지론이다.

 

윤 PD는 1986년 MBC에 입사, 다큐멘터리 PD로 30년간 숱한 명작을 만들었다. MBC TV 부문 최초의 여성 PD다. 당시 라디오에는 여성 PD가 있었지만 TV 부문은 윤 PD가 최초였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면 MBC가 두 번 다시 여성 TV PD를 안 뽑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부담감을 갖고 최소한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연출자의 길이었다.

 

유리천장을 깨고 MBC TV 부문 PD로서 발을 디딘 그는 <휴먼다큐 사랑> 시리즈와 <북극의 눈물> 시리즈를 기획하며 다큐멘터리 황금기를 이끌었다. 윤 PD는 이달 초 자신의 연출 경험과 이론을 집대성한 저서 <크리에이터의 질문법>을 출간했다. 다큐 PD의 길을 걷고 있는 연출자나 지망생뿐 아니라 오늘도 머리카락을 쥐어뜯어가며 기획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될 만한 책이다. 윤 PD가 현장에서 치열하게 터득한 기획부터 촬영과 편집 기법, 그리고 제작 뒷이야기와 다큐 제작 이론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현재는 심의국에 몸담고 있는 윤 PD는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PD의 꿈을 갖고 있는 지망생들에게, 분야는 달라도 기획에 몰두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보다 덜 헤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놨다.

 

<크리에이터의 질문법>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20년 전이었다. 미국 유학 때였다. 휴먼다큐를 만들 때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분명히 카메라가 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카메라가 얼마나 주인공의 삶을 왜곡할 수 있는가, 연출자는 관찰자가 맞는가 등의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을 읽었다. 그때 기준으로 30년 전에 전문가들이 그런 사안을 갖고 격렬하게 논의를 벌였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했던 고민을 그 전 사람도 했고, 나와 동시대에 연출하는 동기도 하고 있고, 앞으로 후배들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론과 경험을 접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제작 현장은 늘 바쁘기 때문에 책을 쓰는 일의 순위가 늘 밀린다. 제작 현장에서 물러나게 되니깐 쓸 수 있겠더라. 우선 읽게 쉽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PD들이 방송 이론을 공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론도 많이 넣으려고 했다. 다큐 제작 번역서가 많지만 우리 제작 환경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PD들이 기본적으로 알면 좋을 내용을 많이 넣었다.

30년 연출 노하우를 집대성했는데, 이미 체화된 사안이지만 글로 풀어내는데 어려움은 있었을 것 같다.

 

분명히 입 안에서 뱅뱅 도는데, 글로 옮기는 게 어려웠다. 우리가 연출자로서 아는 이야기지만 구성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사례별로 이론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다큐 PD는 ‘벽 위의 파리여야 한다’(다큐 주인공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 위해 제작진을 최소화해야 하고, 주인공이 제작진을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는 부분도 수업 시간에 들으면서 참 재밌게 들었던 부분이었다. 다큐 제작은 도제식이다. 선배 PD가 후배에게 자신이 터득한 경험을 알려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지 않는다. 이런 경험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싶었다.

▲ '크리에이터의 질문법'은 다큐 PD의 길을 걷고 있는 연출자나 지망생뿐 아니라 오늘도 머리카락을 쥐어뜯어가며 기획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될 만한 책이다. ⓒ 라온북

왜 책 제목이 <크리에이터의 질문법>인가

 

처음 책을 쓸 때 이 책의 주제가 다큐멘터리 제작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함께 기획한 에디터는 넓은 의미에서 ‘기획’에 초점을 맞추자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책’이 있고, 편집자가 생각하는 ‘내 책’이 있다. 편집자가 생각하는 ‘내 책’을 받아들였다. 비단 다큐 PD와 PD 지망생뿐 아니라 가까이는 예능 PD와 1인 방송 PD들, 그리고 기획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고 책에서 말한다. 이 책을 만들 때 무슨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나.

 

내가 PD로서 잘 살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내 경험들이 과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나영석 PD만의 작품 세계가 있고, 김태호 PD만의 세계가 있다. 연출자로서 다른 사람의 경험과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이론을 접하면 분명히 시사점이 있을 거다. 이게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현장은 매번 다르다. 김태호 PD의 생각이 맞아, 나영석 PD의 생각이 맞아 이게 아니다. 다른 사람은 이렇게 했구나, 이것도 방법이겠다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PD들이 글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훌륭한 선배 PD들이 많다. 그 PD들이 바빠서 그 좋은 경험을 책으로 만들지 못하셨다. 내가 조금이라도 전수를 받은 선배님들의 경험들을 이 책에 담고자 했다.

▲ "우리 PD들끼리 농담으로 주인공에게 갖는 관심 반의 반만이라도 아내 혹은 남편에게 가지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인공이 세상의 중심이다." ⓒ 라온북

휴먼다큐를 제작하는 일은 ‘나를 지우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세상의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세상의 중심으로 두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30년간 다큐를 제작할 수 있었던 건가?

 

당연하다. 그래야 휴먼다큐를 잘 찍을 수 있다. 우리 PD들끼리 농담으로 주인공에게 갖는 관심 반의 반만이라도 아내 혹은 남편에게 가지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인공이 세상의 중심이다. 나는 주인공을 보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겠더라. 그런데 정작 내 남편의 마음은 읽히지 않는다.(웃음) 난 사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다큐 주인공에게는 정말 많은 관심을 갖는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그렇게 된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매력적인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나.

 

주인공을 발견하는 것은 기획력에 달려 있다. 주인공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인공을 잘 찾는 기획이 중요하다. 나는 주인공을 선정하는 게 다큐 성공의 70%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주인공이 중요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대하려고 했다. 옆집 언니처럼 행동했다.

 

촬영 전에는 매력적으로 보였던 주인공이 막상 촬영할 때 아니었던 적도 있나?

 

나는 다행히 없었다. 만약에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잘못한 거다. 내가 만났던 다큐의 주인공들이 다 매력적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단점은 있다. 그런데 그 단점이 이해가 됐다. 내가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휴먼다큐는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주의를 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주인공이었던 희아를 다시 만났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하더라. 그 식당에 유명인이 많이 오는데도 사인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사장님이 그러시더라. 사장님의 아이도 아파서 좌절하고 힘들었는데 희아를 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10년 전 방송이었는데 희아를 보고 희망을 얻었던 시청자가 희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희아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창의적인 사람을 꾸준히 고민하는 사람, 친화력이 있어서 조정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은 보통 예술가 같은 사람이 아닌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업이 기존에 있는 것에서 뭔가를 새롭게 더하는 일이다. 비단 다큐 제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사안 중에 선택을 해서 그것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 결국 ‘창의적인 작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을 어려워한다. 그런데 새로운 기획을 하는 게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의 존재하는 것들 중에 선택하는 일이다. 좋은 선택을 하는 게 창의적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의사소통을 잘해야 한다.

 

책에 기술한 연출 노하우 중에 나 자신도 실천하기 참 어려운 일이 있다면?

 

독하게 일하는 게 어렵다. 때론 나의 독함이 민폐가 될 수 있다. 내가 고집을 부려서 많은 사람들을 어느 한 산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옆 산을 보니 잘못 온 것 같다며 저 산이라고 말을 해야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 많다. 지금 헤매고 있는데 조금만 더하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판단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확신이 없는 거다. 젊을 때는 내 판단이 옳다고 믿었다. 나이가 들면서 매번 내 판단이 옳은 건가 확신이 줄어든다. 경험이 많아지면서 벌어지는 고민이다. 내가 지금도 과연 젊었을 때처럼 독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다.

▲ "다큐멘터리는 공영방송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률이 낮더라도, 제작하는데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단 몇 편이라도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라온북

다큐멘터리가 예전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가 2008년도에 <MBC 스페셜> CP를 맡았다. 그 전까지 다큐멘터리는 자정에 방송됐다. 우리의 꿈이 밤 11시에 방송되는 것이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밤 10시에 방송된 것은 특이한 경우였다. 운이 좋아야 밤 11시에 방송될 수 있었던 게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가 늘 잘나갔던 게 아니다. 그때만 잘나갔던 거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가 방송되고 <공룡의 땅> 등이 방송되고 <휴먼다큐 사랑>의 시청률이 20%가 넘었던 그 시기, 시청자가 다큐멘터리를 원했던 시기 같다. 지금은 원래대로 받던 관심으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다큐멘터리가 이제 재미 없다고 말한다. 그건 관찰 예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큐가 했던 일을 이제 관찰 예능이 한다. 이제 교양과 예능이 결합한 방송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 다큐멘터리가 더 뻗어나갈 수 있는 활성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는 공영방송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률이 낮더라도, 제작하는데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단 몇 편이라도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식당> 이진주 PD의 말이 와닿았다. 예능이라고 해서 웃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재미를 만들기 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집중해서 본다면 그 다큐멘터리는 성공한 거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 몰입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면 되는 거다. 다큐멘터리는 새로움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예전만큼 시청률이 높진 않아도 뭔가 다른 게 있다면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다큐멘터리의 존재 가치가 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다큐가 있나.

 

이제 현장이 힘들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내가 이 시대에 맞는 다큐를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도 있다. 그러면서도 PD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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