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 PD 4년 만에 총회 “전현직 간부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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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 PD 4년 만에 총회 “전현직 간부 물러나라”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6월 항쟁 30주년' 다큐 제작 중단-징계 반발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5.26 0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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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기명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최근 빚어진 MBC <6월 항쟁 30주년> 다큐 제작 중단과 담당 PD 징계 건에 대해 사측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MBC 콘텐츠제작국(구 교양제작국) 소속 PD 29명은 25일 오후 성명을 내걸고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이하 경영진과 간부들을 향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사는 ‘콘텐츠제작국’ 명의로 게시판에 글을 올려 <6월 항쟁 30주년> 다큐를 제작했던 김만진 PD의 징계 사유를 공개했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인격을 훼손하고, 프로그램 불방의 책임을 PD 개인에게 덮어씌우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상암MBC 로비에서 '부당 징계’를 규탄하고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 콘텐츠제작국은 지난 23일 사내 게시판에 ‘6월 항쟁 다큐 제작 관련 징계사유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측은 해당 글에서 △당시 김진만 다큐부장과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이 제작 승인을 한 적은 없다 △김만진 PD가 징계를 받게 된 것은 <6월 항쟁 30주년>의 사전 제작비로 3,000만원을 집행하면서, 담당 부장, 국장에게 전혀 보고를 하지 않고 임의로 제작비를 집행하였기 때문 △제작중단을 지시한 2017년 2월 28일 이후에도 1900만원이 넘는 제작비를 지출했으며, 이중에는 미국인 프리젠터를 한국으로 부르는데 든 항공료 및 숙박료 500만 원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은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 성명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경 김진만 부장은 김만진 PD에게 해당 다큐 제작에 착수해도 좋다고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만진 PD는 지난해 12월부터 섭외와 촬영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 1월 경 김진만 부장이 작성한 <MBC 스페셜> 방송 순서표에는 <6월 항쟁 30주년> 다큐 방송예정일시와 담당 PD의 이름까지 기록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김진만 부장은 김만진 PD에게 해당 다큐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제작지원사업에 응모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은 징계 사유가 된 ‘제작 중단 지시 후 제작비 지출’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출연자와 이미 한국 촬영 일정을 조율하고 항공권까지 구매한 상태에서, 출연자와의 약속을 깰 수 없었던 담당 PD의 제작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김학영 국장이 지난 2월 28일 <6월 항쟁 30주년> 다큐 제작중단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당시 김장겸 사장 이하 신임 경영진이 선임됐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김 국장이 김도인 본부장으로부터 ‘탄핵’ 다큐 불방 지시를 받은 후 “<6월 항쟁> 다큐마저 부담을 느껴 ‘킬(kill)’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성명에 따르면 김학영 국장에 이어 새로 선임된 홍상운 현 콘텐츠제작국장도 김만진 PD에게 “방송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은 방송할 수 없다. 기획안을 들고 김도인 본부장에게 보고할 수 있지만 100%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제작국 PD들은 “전임과 신임 국장 모두 김장겸 사장·김도인 본부장 아래서 눈치를 살피고 경영진의 ‘의중’에 따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충실한 집행자가 되었다”고 개탄하며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과, 관련된 전·현직 보직간부들을 향해 “MBC 콘텐츠제작국의 프로그램을 철저히 무너트리고, MBC를 망친데 대해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은 지난 24일 총회를 연 후 해당 성명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교양PD 총회는 2013년 MBC가 시사교양국을 해체한 이후 4년 만에 처음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성명에는 보직간부와 징계당사자인 김만진 PD, 2012년 MBC 파업 이후 입사한 시용PD 1명을 제외한 모든 PD가 동참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상암MBC 로비에서 '부당 징계’를 규탄하고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다음은 MBC 콘텐츠제작국 PD 성명 전문

방송을 막고 PD들을 모욕한 경영진은 MBC를 떠나라!

지난 2월 28일, <MBC 스페셜>에서 제작 중이던 <탄핵> 다큐와 <6월 항쟁 30주년> 다큐 두 편이 ‘불방(不放)’ 처리되었다. 회사는 며칠 후 <탄핵> 다큐를 담당했던 이정식 PD를 구로에 있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유배’했고, <6월 항쟁 30주년> 다큐를 담당했던 김만진 PD를 타부서로 발령 낸 후 ‘징계’했다. 이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송일준 MBC PD협회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했다.

더군다나 회사는 ‘콘텐츠제작국’ 명의로 게시판에 글을 올려 <6월 항쟁 30주년> 다큐를 제작했던 김만진 PD의 징계 사유를 공개했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인격을 훼손하고, 프로그램 불방의 책임을 PD 개인에게 덮어씌우려는 행위다. 김만진 PD가 보직부장과 보직국장 등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임의로 제작비를 집행한 것처럼 글을 썼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만진 PD는 2016년 11월 말, 김진만 당시 다큐멘터리부장에게 <6월 항쟁 30주년> 다큐를 제안했다. 김진만 부장은 김학영 국장과 의논한 후 “제작에 착수해도 좋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만진 PD는 12월부터 섭외와 촬영을 시작했다. 2017년 1월 김진만 부장이 작성한 <MBC 스페셜> 방송 순서표에는 <6월 항쟁 30주년> 다큐의 방송예정일시와 담당 PD의 이름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김진만 부장은 김만진 PD에게 <6월 항쟁 30주년> 다큐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제작지원사업에 응모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원사업 응모에 김학영 국장도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시 부장과 국장이 제작을 승인한 적 없다는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김학영 국장의 제작중단 지시가 있었음에도, 김만진 PD가 촬영을 진행해 제작비가 지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출연자와 이미 한국 촬영 일정을 조율하고 항공권까지 구매한 상태에서, 출연자와의 약속을 깰 수 없었던 담당 PD의 제작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김학영 당시 국장이 2월 28일 <6월 항쟁 30주년> 다큐 제작중단을 지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김학영 국장은 김만진 PD에게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월 23일 김장겸 사장이, 27일에는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등이 선임되었다. 그리고 28일 오전 신임 사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달라진 상황’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김도인 편제본부장은 취임하자마자 김학영 국장에게 “김현종 전임 본부장이 탄핵 다큐제작을 승인한 바 없다고 들었다. 나 역시 이 방송을 승인할 수 없다.”고 압박해 방송을 코앞에 둔 <탄핵> 다큐를 불방시켰다.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 체제에서 김 국장은 <6월 항쟁> 다큐마저 부담을 느껴 ‘킬(kill)’한 것이 분명하다.

홍상운 신임 콘텐츠제작국장 역시 <6월 항쟁> 다큐 제작을 불허했다. 홍상운 국장은 김만진 PD에게 “방송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지금은 방송할 수 없다. 기획안을 들고 김도인 본부장에게 보고할 수 있지만 100%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임과 신임국장 모두 김장겸 사장·김도인 본부장 아래서 눈치를 살피고 경영진의 ‘의중’에 따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충실한 집행자가 되었다.

지상파 3사의 다큐멘터리 중 <MBC스페셜>만이 촛불시위와 탄핵을 방송하지 못했다.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마저 제작이 중단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MBC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콘텐츠제작국 PD들은 시청자보다 경영진의 입맛에 맞춰 방송소재를 찾아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다. 시청자를 외면하고, 콘텐츠 제작의 자율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와 회사의 위상 강화는커녕, 공영방송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다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분명하다. 바로 김장겸 사장과 김도인 본부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과, 관련된 전·현직 보직간부들이다. MBC 콘텐츠제작국의 프로그램을 철저히 무너트리고, MBC를 망친데 대해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2017년 5월 25일
콘텐츠제작국 PD

김동희 김보슬 김영원 김인수 김정민 김호성 박상준 서정호 성기연 오동운 오행운
이경용 이동희 이미영 이선태 이승준 이우환 이종혁 이중각 이지은 이춘근 정명훈
조성현 조준묵 조철영 채환규 한봉근 한학수 한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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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승 2017-05-30 16:34:18
나는 74세의 공직퇴직자인데 MBC가 최근에 채녈을 잡아봐야 볼게 없고, 옛날에 변웅전
차인태, 이득렬앵커 시절에 지상파중에서 MBC가 거의 독점하던시절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망거라졌는지 알겠군요 ! 관리자들의 이기주의, 위에사람눈치보는 사람들
때문이 아닌가 ! 오랜세월 흘러오니, 눈에 안보이게 망거러질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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