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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30 09:39
  • 수정 2017.05.31 09:41

“진시황에 대한 새로운 접근...‘불멸의 진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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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진시황 이야기, 최첨단 기술로 되살아난 진시황릉 [인터뷰]

▲ EBS <불멸의 진시황>을 연출한 정재응 PD(왼쪽)과 오정호 PD(오른쪽). ⓒEBS

"진시황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롤모델로 삼을 만큼, 현재 중국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한나라 때 진시황에 대해 만들어진 진시황에 대한 왜곡된 사실이 2000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껏 다큐에서도 ‘진시황이 폭군’이라는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불멸의 진시황>에서는 그 틀에서 벗어나서 진시황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고, 그의 과와 공을 사실적으로 평가해보고 싶었다." (EBS <다큐프라임-불멸의 진시황> 정재응 EBS PD)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만리장성, 분서갱유, 불로초 등의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고, 아직도 그에 대해 영웅이냐 폭군이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2부작에 걸쳐 방영한 세계문명사 대기획 <불멸의 진시황>(연출: 정재응, 오정호/글,구성 이용규)은 2000년 전 중국의 역사와 문명을 스토리텔링과 4K UHD 촬영, 최첨단 기술로 보여줬다. 

<불멸의 진시황>은 <위대한 바빌론>(2013), <위대한 로마>(2013), <불멸의 마야>(2014), <천불 천탑의 신비, 미얀마>(2015) 등을 잇는 EBS 문명사 다큐멘터리다. 

▲ EBS <불멸의 진시황> 화면 캡처 ⓒEBS
▲ EBS 세계문명사 대기획<불멸의 진시황> 화면 캡처 ⓒEBS

진시황에 대한 새로운 접근, 최첨단 기술로 재현해낸 진시황릉

‘문명사 다큐 전문가' 정재응 PD는 “역사 다큐를 만들 때,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가장 흥미롭다. 다큐는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있어야 한다. 감동이 없는 다큐는 의미가 없다. 드라마나 영화는 정서적 감동, 다큐는 지적 감동을 준다”며 “그렇지 않은 다큐멘터리는 그저 옛날 다큐멘터리처럼 ‘사료’가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접근'을 강조하는 정 PD는 앞서 연출했던 <위대한 로마>와 <천불 천탑의 신비, 미얀마>에서도 콜로세움에 담긴 '소통'의 의미를, 미얀마 황금 문명에 담긴 '기부'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했고, 이는 큰 호응을 받았다.  

<불멸의 진시황>에서도 내용과 표현에서 모두 '새로움'을 추구했다. 먼저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중국 최초로 통일 제국을 완성하고, 생을 마감한 진시황의 생애가 1부 ‘제국의 황제-진시황’에서 펼쳐진다. 스토리텔링 구성을 통해 그의 삶에서 어떤 업적이 있었는지, 왜 '진시황은 폭군'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남게되었는지가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불멸의 진시황>에서 석학들은 "진시황은 황제로서의 제위 12년 동안 다섯 번이나 전국 순행에 나섰다", "진시황은 과보다는 공이 더 많았다", “한나라 기록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생매장한 폭군이 아니라, 제국을 정비하고 통합하려 애쓴 군주"였지만, "진시황에 대한 기록은 진나라 이후의 한나라 시기에 적혀진 것이 대부분이기에, '과장된 왜곡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며 진시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다. 

▲ EBS <불멸의 진시황>(연출: 정재응, 오정호) 정재응 PD. ⓒEBS 

표현 측면에서도 <불멸의 진시황>은 2부 '영원한 제국-진시황릉'에서 최초로 2000년 동안 베일에 쌓여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의 배치와 진법, 배장갱 등을 최첨단 4K 3D 컴퓨터 그래픽 영상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고 복원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불멸을 꿈꾸며 지하 궁전을 건설했던 진시황의 이야기 그리고 2000년 전 중국의 역사와 문명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정재응 PD는 “역사 다큐에 대해 “예전에 했던 거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역사 다큐를 연출할 때마다 항상 최고의 비쥬얼을 추구했고,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이 새로운 자료적 가치로 만들어졌다“고 말했고, 오정호 PD도 “매번 <다큐프라임>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함께 공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황하(黄河)를 배경으로 한 장면 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전쟁 장면도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기법으로 구현했다. 정재응 PD는 “황하 장면을 CG로만 표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출연진 모두 황하로 가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하면 오가는 시간도 많이들고 제작비까지 엄청나게 들었다. 그래서 크로마 스튜디오에서 먼저 촬영을 했다. 황하에서는 5명의 출연자가 미리 촬영했던 카메라 포지션과 앵글에 한 컷씩 다 맞추며 촬영을 진행했고, 이후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을 맞추고, 황하 근처에 있는 현대 건물이나 도로까지도 한 컷씩 일일이 다 지워내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PD는 “전쟁 장면에 나오는 사람들도 디지털이 아니라, 모두 실제다. 제작비가 부족해 20명으로 전쟁 장면을 찍어야했다. 각각 10명이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뛰어오는 동작을 출발 위치만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며 수십 번 넘게 반복하며 촬영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합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그 장면은 한 컷이었다. 하지만 공들여 찍은 건 그 한 컷이 전체 씬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부 마지막 부분에는 베일에 쌓여있는 진시황릉 내부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판타지적으로 재현된다. 정 PD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적힌 내용 그리고 제작진의 상상력을 통해 진시황릉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먼저 그 장면이 나오기 전 수천 년이 지나도 방식으로 인해 보존되어있는 미라에 대한 이야기나 당시의 무기 등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를 넣었다. 시청자들이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현재 진시황릉 내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더 큰 감동을 느끼길 바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EBS <다큐프라임-불멸의 진시황> 1부 마지막 부분에서는 베일에 쌓여있는 진시황릉 내부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판타지적으로 재현된다. ⓒEBS
▲ EBS 세계문명사 대기획 <불멸의 진시황> ⓒEBS

<불멸의 진시황>은 EBS가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SMG) Docu China과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EBS가 총감독을 맡고, 상하이미디어그룹 Docu China 측이 촬영 등의 업무를 함께 했다. 지난 7월 정부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냉랭해지자, 중국 측은 예정된 제작비를 전부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4K 카메라 등 현물과 촬영 인력을 지원했다. 중국에서의 촬영은 어땠을까. 

오정호 PD는 “당시 원형에 가까운 세트들이 기본적으로 있었기에,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혀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 제작진이 없었으면 장소 섭외하기가 어려웠을 거다. 특히 박물관은 워낙 관광객이 많다보니 통제도 쉽지 않아 촬영 허가를 잘 내주지 않았는데, 아마 EBS만 섭외를 요청했다면 안 됐을 거다. 중국 제작진과 함께 찾아가서 촬영 허가받기 위해, 한중 공동제작의 의미도 강조하고, 이전 작품들을 보여주며 설득하니 결국 허가가 났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진시황’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중국 스태프들의 이해도도 더 높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작진이 역사와 문화가 다른 중국에서 촬영하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정재응 PD는 무엇보다 장소 섭외나 캐스팅이 한국과는 달리 예측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 전날까지도 배우 캐스팅을 계속 했다. 미리 캐스팅을 했는데, 촬영이 들어가기 직전에 그 배우가 다른 프로젝트가 생겼다고 가버렸다. 알고보니 중국 시스템이 원래 그랬다. 당장 내일 모레 촬영인데도, 갑작스레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PD는 “'현지에 가서 다른 나라 제작진과 함께 일하다보면 일 하는 스타일 또는 역사적인 인식이 다르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현지에 가면 이런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노력한다. 역사에 대한 인식도 다르기에 이러한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나 PD들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고 싶어하는데, 이런 지점에서도 중국 측 제작진과 조율하는 작업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 EBS <불멸의 진시황>(연출: 정재응, 오정호) 오정호 PD. ⓒEBS 

 

"국제 공동제작이 더 활발해지길" 

"<불멸의 진시황>, 중국과의 관계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오정호 PD는 "내년이면 <다큐프라임>이 10년을 맞다. <다큐프라임>을 포함해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항상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른 방송사와 함께 다큐가 더 진화하면서, ‘다큐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다큐의 수준을 높이는 게 공동제작이다. 공동제작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국제 공동제작의 의미를 짚었다. 지난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MIPTV 콘텐츠 마켓에서 미국 스미스소니언 채널에 높은 가격으로 선판매됐다. 

정재응 PD도 “공동제작을 하면, 다른 나라의 시각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객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진시황이라는 소재를 중국이 제작했다면 '홍보성'을 띈다고 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중국과 한국이 공동 제작했으니, 좀 더 ‘객관적’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호 PD는 “이처럼 국제 공동제작의 문이 열린 건 중국의 공동제작이 열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공동제작 파트너가 생겼다는 건 자본, 아이템, 시청자 수에서나 엄청난 시장이고 강력한 파트너다. 물론 일본도 함께 제작을 한 적이 있지만, 일본은 우리를 ‘제작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불멸의 진시황> 제작에 미래부랑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지원했는데,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양질의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통로가 된다. 이같은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응 PD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다큐멘터리를 5억 이상이나 10억대로 제작한다는 건 상상하지 못 했다. 상상하지 못한 걸 지금 하고 있다. 제작비가 많아도 5천만 원 정도였다. 이제는 공동제작을 통해 펀딩도 받을 수 있고, 양질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 세계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다큐에 대한 글로벌 파워가 생겼다”며 “10년 후에는 다양한 공동 제작도 가능할 수 있다. 후배들이 그렇게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EBS는 SMG와 <불멸의 진시황>을 공동 제작했고, 후난 TV와 <빅뱅 차이나>, <디 오리진-아시아 과학문명>을 공동 제작하고 있다. <불멸의 진시황>은 오는 8월, 중국에서 SMG 채널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정재응 PD는 “중국 전역에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채널이 총 세 개다. 그중 SMG 다큐 차이나도 있다. 시청대상만 3억인만큼 규모가 다르다. 진시황이 중국에서도 영향력이 큰 만큼 방영되면 큰 이슈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서서히 한중관계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는데, 이번 <다큐프라임>이 이에 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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