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정보인권 공약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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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 정도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행보는 적폐청산과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인만큼 문재인 정부가 본 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인수위원회의 역할을 맡을 국정기획위원회도 꾸려졌고, 최근 국민인수위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지만, 선거기관 동안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들이 기본 뼈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역사를 보면, 선거기간 약속했던 정책들이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정책들은 공약 폐기 논란이라도 되지만, 대부분의 정책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진다. 약속을 계속 환기하는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정보인권 관련 공약들을 정리해 보았다.

 

1.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상 강화

 

 

 

개인·신용·통신정보, 촘촘한 그물망으로 안전하게 보호하겠습니다.

 

- 개인정보 보호 체계 효율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 강화

- 무더기 정보이용동의(일괄동의)를 통한 무분별한 신용정보 활용 금지

. 활용 목적별, 활용 기관별로 신용정보 제공 동의를 각각 받도록 규정

- 목적 외, 그룹 내 무단 정보 사용에 대한 제재 강화

- 금융기관 정보보호 시스템 상시 평가제 도입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국민 공감형 ICT 정책 추진

 

-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보호 및 사이버 보안 강화로 국민 불안 해소

.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개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보장

. '정보보호 공시제도' 도입을 통한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 강화

. 차세대 보안기술 및 개인정보보호 전문가 육성 지원

. 정부기관 및 사인에 의한 개인의 위치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 강화
 

 

소위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가장 위협받을 수 있는 권리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다. 생체정보, 위치정보 등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수집되는가 하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반인 ICT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바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 강화이다. 즉, 현재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에 흩어져있는 공공, 민간 영역의 개인정보 관련 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있는 사안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2. 인터넷 표현의 자유 보장

 

 

 

인터넷 상 익명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 온라인상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개별법(공직선거법, 게임산업법 등)상의 인터넷실명제 폐지

-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업자의 일방적 '임시조치'에 대해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임시조치 제도를 개선

- 인터넷 언론 자유를 위해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등록 요건 법제화

-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 대폭 확대

-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로 전환
 

 

블랙리스트를 통한 예술가의 선별적 배제 문제가 논란이 되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인터넷 상의 이용자 표현의 자유도 유린당했다. 권력을 비판하는 표현은 삭제되었고, 정부 발표를 의심하는 글은 허위사실로 규정되었다. 사실 인터넷 실명제, 임시조치 등 인터넷 내용규제 정책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이 제도가 권위적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드러난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권한을 축소 내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선임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방심위 위원의 임기도 6월 12일에 만료가 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디어 관련 정부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시급히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3. 사이버 보안과 국정원 개혁

 

 

 

정치댓글, 정치사찰의 국정원을 국민의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습니다.

 

-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최고의 전문 정보기관인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

- 국정원의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하여 대공수사에 빈틈이 없도록 만전

-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 범죄에 연루, 가담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 및 처벌 형량 강화

- 테러 및 사이버 보안업무와 관련해 정보기관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국회 통제장치 강화

- 정보기관장 국회 임명동의, 임기제 검토 등 정보기관 전문성 제고방안 마련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국민 공감형 ICT 정책 추진

-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보호 및 사이버 보안 강화로 국민 불안 해소

. 국정원 주도가 아닌 독자적 사이버 보안전략 컨트롤 타워 설치 및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적 종합대책 수립

 
 

 

스노든 폭로에서 드러났듯,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은 시민을 무차별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국정원이 RCS라는 해킹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사용해왔음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었는데, 신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원래 자신의 임무였기 때문이 아니다. 즉, 말이 아니라, 국내 정보수집 업무 폐지, 수사기능 폐지, 국회 통제장치 강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현재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는 공공영역의 사이버 보안 업무도 일반 행정부처로 이관되어야 한다. 후보 당시 약속한 ‘독자적 사이버 보안전략 컨트롤 타워 설치’가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4. 망중립성 보장

 

 

 

신시장 창출을 위한 ICT 기반 확충

 

- 인프라 투자 혁신 체계 수립을 통한 ICT 인프라 고도화

.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 경쟁 촉진을 위한 망 중립성 보장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망중립성이 논란이 되었다. 정부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이미 망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제로레이팅’ 서비스(통신사가 특정 콘텐츠 업체와 제휴하여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량을 면제해주는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고, P2P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차단도 이루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망중립성 규제가 보다 확실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5. 기타 정보인권 공약들

 

공약집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소비자단체 및 언론미디어단체의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것을 약속했다.

 

- 인터넷 표현의 자유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명령할 권한 폐지

- 개인정보 유상판매에 대한 정보주체 알권리와 동의권 보장

- 행정자치부의 ‘개인정보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폐기

- 정보수사기관에 가입자정보(통신자료) 제공시 영장주의 도입

- 주민등록번호를 임의의 일련번호로 개편

 

특히, 5월 30일부터 자신의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생년월일, 성별 등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도 주민번호를 임의의 일련번호 체제로 바꿀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기관에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라고 촉구한 바, 행정자치부는 주민번호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 중 많은 것들이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최소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자신들이 약속한 정책들을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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