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겁 없는 SBS가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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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겁 없는 SBS가 이끌어간다
[인터뷰] 심석태 SBS 뉴미디어국장을 만나다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7.05.31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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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SBS는 ‘보도시스템 개혁과 뉴미디어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의 보도국을 보도국, 뉴스제작국, 뉴미디어국으로 분할하고 각각 전문성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SBS의 결단이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페이스북과 단독으로 선거 보도 관련 파트너 제휴도 맺었다. 이 제휴를 통해 SBS는 페이스북으로부터 독점 데이터를 제공받아 대선 관련 빅데이터 지수 ‘빅 지수’를 개발·발표하는 한편 주요 대선후보 5인과 함께 하는 대선후보 라이브도 진행했다.

<8뉴스>에 출연한 케이티 하베스 페이스북 국제정치·선거협력 부사장에게 SBS와 독점 제휴를 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SBS는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분야 모두 오랫동안 리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SBS가 자신있게 내 놓은 ‘자식들’ 스브스뉴스와 비디오머그(SBS가 만드는 소셜 동영상), 팟캐스트 ‘골라듣는 뉴스룸(이하 골룸)’, 그리고 대대적 조직 개편까지, 이런 면면을 보면 SBS에 대한 페이스북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뉴미디어 선두주자’라고 불리는 SBS가 오늘의 위치에 오기까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실패를 겪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알아야 SBS가 구축한 뉴미디어 체계를 보다 잘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언론들이 너도나도 언급하는 뉴미디어, 그 길을 먼저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걸어갈 SBS 뉴미디어국의 심석태 국장을 만나 뉴미디어 체계 구축 과정에서의 SBS가 겪은 시행착오, 성공담, 그리고 향후 뉴미디어 시장 동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심석태 SBS 뉴미디어 국장 ⓒSBS

심 국장을 만나 먼저 지난 해 이뤄진 SBS 조직개편에 대해 물었다. 지난 해 조직개편 때 뉴미디어부에서 ‘뉴미디어국’으로 확장 개편된 뒤, 뉴미디어부장에서 뉴미디어국장으로 ‘새 옷’을 입은 심 국장은 변화에 대해 ‘과도기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심 국장은 “조직 개편을 했다고 해서 바로 성과가 나는 건 아니다. 일을 해 가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 맞게 조직의 틀을 바꾼 것뿐”이라며 “사실은 조직 구조를 바꾸면서 ‘뭘 잘하게 하자’ 이런 생각이 있었을 텐데, 내 입장에서는 (현재 뉴미디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원과 그들의 업무량에 따라 조직체계가 후행한 것이라 생각한다. 뉴미디어는 항상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말했다.

심 국장의 말처럼, 뉴미디어는 계속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그만큼 실패도 여러 번 했을 터. 지금은 SBS가 스브스뉴스를 비롯해 비디오머그, 골룸 등의 콘텐츠를 앞세운 명실상부 뉴미디어 선두주자지만, 처음부터 SBS의 시도가 빛을 본 건 아니었다.

심 국장은 일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사 뉴미디어 활성화를 위해선 선배들, 경영진이 믿고 맡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떤 뉴미디어 콘텐츠가 탄생해서 자리를 잡을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어야 한다.

심 국장은 ‘(그 동안) 실패한 이야기만 써도 책 한 권은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곧바로 ‘실패를 기회로 삼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성공할 때까지 (리더가) 참아줘야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실패한 아이템이 다 나쁜 아이템이 아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그 시점, 주변 상황 등이 안 맞으면 실패를 하게 된다”며 “나중에 시간이 지난 다음에 ‘지금 상황에서 어떨까’하고 돌아보면 좋은 아이디어인 경우가 많다. ‘스브스뉴스’가 그런 예”라고 설명했다.

▲ SBS '스브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SBS

2014년 9월, 스브스뉴스가 첫 선을 보였지만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다. 조회수도 잘 안 나왔다. 심 국장은 그 때를 회상하며 “관심을 못 받으니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접었다”고 말했다.

심 국장은 “당시엔 포털 사이트와 콘텐츠 포맷(형식) 문제 등으로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서 통용될 수 있는 포맷으로 형식 바꾸고, 아이디어도 ‘우리 입장에서가 아니라 유저(사용자)가 볼 때 재미있는 걸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대학생 인턴들로 하여금 아이디어를 내게 했다”며 “스브스뉴스는 인턴들이 우리(기자)를 이끌어주는 방향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할 때까지는) 참아줘야 된다. (스브스뉴스도 그렇고) ‘비디오머그’도 마찬가지”라며 “비디오머그는 스브스뉴스와 같은 시기에 출범했는데, 1년간 적응비행만 했다. (비행기가) 뜨지는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기에 놀았나? 그렇지 않다. 실험하고, 바꿔보고, 또 바꿔보고 하다가 1년이 지나니 거짓말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대신 심 국장은 ‘실험을 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실패해도 타격이 적을 만큼의 규모로 실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한 원칙이다.

심 국장은 “‘실패는 작은 단위에서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이들은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지만 어른들은 넘어지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며 “(실험을 할 때) 덩치를 이만큼 키워서 실패하면, 바로 문 닫아야 한다. (스브스뉴스나 비디오머그 초기에도) ‘반응이 안 좋아서 접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던 건, 실패해도 괜찮을 정도로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렇게 개선하려고 한다’며 (후배들이) 가지고 왔을 때, 그 때 다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 심석태 SBS 뉴미디어국장 ⓒSBS

“제2의 ‘스브스뉴스’? 무리할 생각 없어…스브스뉴스 자매콘텐츠 개발→독자콘텐츠로 확장 계획”

스브스뉴스와 비디오머그가 성공을 거두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는 없다.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SBS는 또 다른 변화의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

심 국장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인정을 받은 안정적인 콘텐츠가 있는 상태에서 그에 준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시도는 이것저것 해 보고 있다”며 “스브스뉴스나 비디오머그만 해도 상당히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큰 틀 안에서 세부적으로 해 나가자’는 생각으로 스브스뉴스라는 하나의 브랜드의 서브섹션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8뉴스> 안에 기동취재, 현장 출동, 특파원 코너가 있듯이, 스브스뉴스의 서브섹션으로 스브스스토리, 스브스출동, 모닝스브스 등 다양한 서브섹션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부터 스브스뉴스에 필적하는 또 다른 걸 만들자고 하는 건 작위적이다. 스브스뉴스와 비디오머그를 계속 해 나가다가, 그 중 특징적이거나 독자적인 콘텐츠가 스스로 고개를 들고 나오면 그 때 따로 떼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SBS가 만드는 다양한 소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머그' 홈페이지 ⓒSBS

아직 언론사에서 뉴미디어는 ‘변방’…고비용‧저효율 등 선입견 존재해

“이미 언론이 뉴미디어 통해 소비되는데…겁내고 주저하면 도태돼”

심 국장은 인터뷰에서 뉴미디어가 처한 현실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털어놨다. ‘뉴미디어국이 SBS 내에서 중심에 있지는 않다’고 말한 게 바로 그 것이다. 이 표현은 ‘뉴미디어’라는 개념이 처한 현실을 생각할 때, 비단 SBS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사에 적용할 수 있다.

심 국장은 “SBS는 방송사다. 따라서 SBS의 모든 자원, 인력, 시스템은 방송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 속에서 뉴미디어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사내에서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설명하고, 부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어느 언론사나 뉴미디어 파트(부서)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의 방송, 신문 제작 시스템과 (뉴미디어 시스템이) 끊임없이 마찰하고 긴장하고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게 (나에게)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뉴미디어국장으로서 심 국장 스스로가 정의한 본인의 역할은 ‘커뮤니케이터’다. 그는 “방송 중심 시스템에서 왜 뉴미디어에 기자가 투입돼서 일해야 하고,디자이너를 왜 뽑아야 하고, 왜 이런 서비스를 굳이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 그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정이 어느 정도 잘 이뤄지느냐가 언론사 뉴미디어 성공의 잣대”라며 “SBS 뉴미디어 분야가 그래도 ‘이 만큼 하고 있다, 성공적이다’하는 평가를 듣는 것은 뉴미디어국 사람들이 일을 잘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SBS라는 조직이 뉴미디어에 공간을 열어주고 지원을 해 줬기 때문인 것이 크다”고 평가했다.

▲ '골라듣는 뉴스룸'은 SBS의 기자, 아나운서, 그리고 전문가들이 출연해 정국 현안을 비롯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다. ⓒSBS

흔히 뉴미디어 분야에 대해선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품은 많이 드는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뉴미디어’ 개념이 처음 나오고 정립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더욱 그런 시각이 팽배했다.

심 국장에게 아직도 이런 시각이 존재하는지 질문하자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 국장은 “내가 뉴미디어부(뉴미디어국 전신)에 처음 왔던 2000년부터 (언론은) 뉴미디어분야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준비를 해 왔다. 처음에는 뉴미디어 업계 전체가 수익모델, 사업모델,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한 상태였다. SBS도 뉴미디어 영역의 수익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돼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만들어져가고 있고 인프라도 갖춰지고 있다. 수 년 사이에 그렇게 됐다. SBS의 경우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은 내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일부 언론사가 무리하게 마케팅을 해서 수익을 많이 올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현재 한국 뉴미디어 시장 상황에 비춰보면 수익이 너무 많은 것도 정상은 아니”라며 “(시장상황은) 아마 개선 될 것이다. 언론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국장은 ‘재정적 한계성으로 인해 결국 전 언론을 대상으로 뉴미디어 시장이 확장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질문에도 ‘기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된다”며 “1991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핸드폰 가격이 무지 비쌌다. 그 때는 ‘이 비싼 걸 다 쓸까’하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그래서 핸드폰도 없이 취재차에 달린 카폰을 이용했다. 이후에 뉴미디어부를 한 번 떠났다가 다시 왔을 때, 사람들이 그 비싼 핸드폰을 막 사더라. 디바이스(Device, 장치)에 맞춰 이용행태가 다 바뀌어버린 거다. 실질적 삶의 방식까지 바뀌었다. 미디어 환경 변화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어느 한 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제는 모든 언론이 뉴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환경 변화는) 저만치 앞서갔는데, 우리가 ‘저걸 할까 말까’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상파에서 ‘우리는 고품격 지상파 콘텐츠만 만들겠다’ 그러는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상이 바뀌고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는데, 낡은 관습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 국장은 “일부 언론은 ‘내 주변에 그래도 이야기 듣는 사람이 남아 있으니까, 굶어죽지 않을 정도는 되니까’ 하면서 (안주하고) 저 쪽에 사람들 가 있는데 ‘겁도 없다’고 한다”며 “세상은 바로 그 겁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선택은 자유지만, 선택에 대한 결과도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뉴미디어의 반은 ‘실험’”이라며 “오늘 하고 있는 거 내일 안 할 수도 있다. 계속 새로운 혁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뉴미디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질문하자, 심 국장은 “거창해 보이지만 이 또한 (변화해 나가는) 과정 중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는 아주 예전부터 대중화된 기술을 사용해 (정보를) 전달했다. 구전 시대엔 말(言)을 사용했고 그 후엔 벽보, 필사본, 전신, 통신, 방송, 인터넷 등이 그 수단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든 뭐든 방송은 가장 먼저 기술변화를 수용하는 주체”라며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인공위성을 도입해서 방송을 한 건 ‘혁명’이 아닌가? 기술의 변화는 인류 역사의 한 과정으로,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기술은 계속 발전해 나간다. 그 중 인류에게 필요성이 있는 의미 있는 기술이 살아남을 것. 4차 산업혁명도 변화하는 뉴미디어 시장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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