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작가가 그리는 드라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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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작가가 그리는 드라마 세계
[방송 따져보기] 시국 향한 일침,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7.05.31 0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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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인물들이 향하는 초목표(신념, 정의 등)는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인물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마냥 착하지도, 마냥 악하지도 않은 인물의 선택,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를 매번 찾아보게 되는 이유이다. ⓒ SBS

SBS <귓속말>(연출 이명우, 극본 박경수)이 막을 내렸다. 장르물, 법정물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내기 어렵다는 편견을 뒤집듯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뒷심을 보여줬다. 연출과 대본, 배우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아떨어진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귓속말>은 박경수 작가가 집필한 권력 3부작 SBS <추적자-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에 이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방영 내내 ‘박경수 표’ 촌철살인 명대사로 스토리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동시에, 드라마 곳곳에선 시국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이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박 작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서 시작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서사를 무기로 삼는다. 모든 드라마는 갈등을 내세운 기승전결로 구성되지만, 박 작가의 드라마는 서사의 진폭이 크다. 보편적인 부정에 기댄 <추적자>는 평범한 아버지 백홍석(손현주 분)이 음모의 희생자가 되고, 대통령 후보인 강동윤(김상중 분)에게 맞선다. <펀치>의 박정환(김래원 분)은 검찰총장 이태준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시한부 아버지로서 딸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귓속말>도 연장선에 있다. 형사 신영주(이보영 분)는 방산비리를 캐던 와중에 그의 아버지 신창호(강신일 분)가 살인누명을 쓰자, 무죄를 입증하는 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박 작가는 보편적인 공감대에서 출발해 주인공이 처한 사건을 속도감 있게 끌어가며 몰입도를 높인다.

박 작가는 세트 위주 공간 활용으로 극적 긴장감을 살린다. 과거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연출했던 조남국 PD는 “대한민국 미니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분량을 세트에서 찍었을 것”이라며 “회장 장례식의 경우 한 회 전부를 세트에서 찍었다”고 말했다.(책 <드라마의 모든 것>) <황금의 제국>에선 성진그룹 가족의 아침식탁, 최서윤(이요원 분)의 서재, 사무실 등 실내 세트 위주로 진행된다. 유독 세트 촬영의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박 작가는 갈등이 피어나는 공간을 주목한다. <귓속말>의 주 무대는 대형 로펌 ‘태백’이다. ‘태백’ 사무실은 부국강병책을 내세웠던 진시황의 병마용갱을 모티브로 한 병마조각을 배치해 최일환, 신영주, 이동준 등 주요 인물이 권력싸움을 펼치는 ‘권력의 정점’으로 상징화했다. 또한 전면이 유리로 된 공간은 대립, 감시, 담합, 음모를 꾸미는 장치로서 긴장감을 자아냈다.

또한 특유의 ‘대사’로 극의 완급을 조절한다. 인물이 주고받는 대사는 갈등 국면으로 인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에 숨통을 틔운다. <귓속말>에서 ‘태백’의 최일환(김갑수 분) 대표의 “악은 성실하다”, “죽은 연꽃보다 살아있는 잡초가 낫지 않나”라는 대사는 신념을 저버리고 타협을 종용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펀치>에서도 검찰총장 후보자 이태준(조재현 분)이 법무부장관 윤지숙에게 커피를 빗대어 “흰옷 입고 세상에 나섰지만, 흙도 묻고, 때도 타고, 남들은 야는 흰데 점마는 꺼멓다고 손가락질도 하지만, 장관님. 잊지 마이소. 이것도 설탕입니다”라는 대사와 박정환이 "총장님하고 남의 인생 같이 짓밟을 때에는 몰랐는데, 내 인생이 짓밟히니까 그건 못 참겠네“라는 대사는 권력을 지닌 이들의 민낯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 작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운다. 인물들이 사건의 국면을 맞이할수록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이다. <펀치>에서 권력의 정점을 향해 질주하던 박정환과 이태준은 서로를 겨누며 애증의 관계로 나아간다. <귓속말>에서 협박에 못 이겨 청부 판결을 내린 이동준과 아버지의 무고를 입증하는 신영주는 ‘적’이었다가, ‘태백’을 무너뜨리기 위한 동지적 관계, 나아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들 인물들이 향하는 초목표(신념, 정의 등)는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인물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마냥 착하지도, 마냥 악하지도 않은 인물의 선택,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를 매번 찾아보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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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숙 2017-05-31 12:15:18
묵직한 박작가님 메시지를 그린 드라마를 시청해서 인지 다른 드라마는 시시해서 보기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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