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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성평등 이루려면? "예민한 젠더 감수성 견지"

[토론회]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토론회 2부 구보라 기자l승인2017.05.31 1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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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내 성평등'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현재 미디어 내에서의 성평등 현황과 문제점,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듯 나왔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토론회 2부’에 참석한 발표자 그리고 방송 제작자, 출연자, 방송 심의 담당자 등 6명의 토론자는 이제까지 미디어 내 성평등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하는 자리가 적었음을 보여주듯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 진선미, 국회의원 도종환, 국회 시민정치포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PD연합회가 주최했다. (▷토론회 자료집 링크)

먼저 발표를 맡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수연 선임연구원은 방송산업 성별 구조를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방송산업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성별 비율에서 차이가 심각하다”며 “특히 방송사에서 간부는 남성이 93.9%, 여성이 6.1%”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방송 산업 구조가 복잡하기는 하나 간부에 여성이 들어가야 전체적으로 성평등이 이뤄지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많은 걸 시사하는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방송조직에서 양성평등 목표 수립하여 방송 조직의 성별 구조를 개선하고, 양성평등한 비전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2015 성별∙고용형태별 종사자 현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어지는 토론 시간에 토론자들도 이에 대해 공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방송 등 미디어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에서의 성별 구조도 지적했다. “인력 구조가 콘텐츠의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이 만들어져야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사 시청자 위원회에 ‘상징’으로 존재하는 여성 대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젠더 전문가가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미선 교수는 “방심위 위원 중에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다양한 방송 내용을 규제하는 곳에서 여성이 없는 거다. 방송사 사외이사, 공영방송 이사 등 힘이 있는 곳엔 여성이 없고, 시청자평가원처럼 상대적으로 힘이 적은 영역에서는 남녀 균형이 이뤄진다. 최소한 방심위에는 여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방심위원의 추천을 한다. 이 기회에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도 “방통위나 방심위 위원 중에서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이유는 어떤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서 (정책이나 심의)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현장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사람이 있더라도, 결정권자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서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방송에서도 내부적인 성찰을 하고, 관련한 기구나 위원회 등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형성 방심위 방송심의기획팀 팀장도 방심위 위원 중 남녀비율이 심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심위 1~3기 위원회별 양성평등 관련 심의 건수’를 발표하며 “방심위 법정 제재 건만 보더라도 1,2,3기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표에 따르면 1기에서는 양성평등 위반 건에 대한 법정 제재가 13건, 2기에서는 21건인 데 반해 3기(2014년 6월~현재)는 단 5건에 불과하다. 3기에서는 여성 위원이 없다.

김 팀장은 “지난 1기나 2기에서는 여성 위원이 있었다. 그 땐 심의 자리에서 단 한 명이라도 성평등 이슈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토론에 임하면 심의 결과가 확 달라졌다. 앞으로 꾸려질 위원회도 성평등적 관점으로 꾸려진다면, 사무처에서도 좀 더 엄격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2일 20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원내외 대부분의 정당들이 방통위, 방심위,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단체들이 제안한 ‘여성 30% 할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련 법 개정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응답하지 않았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1~3기 위원회별 양성평등 관련 심의 건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 제작 PD, 출연자, 드라마 촬영 종사자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KBS 김민정 PD는 “방송사 안에서 종사자들의 구성이 불균형, 제작자의 성별 불균형이 콘텐츠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에서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수가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물론 이같은 성별 구조가 곧바로 조직 내 양성 불평등이나 콘텐츠의 젠더적 왜곡을 가져온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정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PD는 KBS <추적60분>에서 ‘불평등육아의 경고, 2020 인구절벽’등을 연출했다.

이어 김 PD는 방송사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서 미디어 내 성평등 이슈를 다루기 힘든 이유에 대해 말했다. 김 PD는 “저도 여성 이슈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기에 더 눈길을 주게 되고, 문제의식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개인이 아니라, 팀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그 안에서 해당 이슈가 공론화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팀 안에서 성평등 이슈에 대해 발제를 하더라도 큰 담론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내용보다는 저출산이나 육아 문제 등 작은 틀로만 다루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미선 교수가 “아무래도 그동안 방송에서는 섭외가 안 되고, 편의적인 섭외가 많이 이뤄진 것 같기도 하다”며 “혹시 방송을 제작할 때에 인터뷰어도 의도적으로 여성을 섭외하려는 노력이 있는지” 질문하자 김 PD는 “시사 다큐멘터리나 토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인터뷰를 하거나 출연하는 패널의 성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는 성별보다는 전문성, 정치적 균형성을 먼저 고려하게 되고, 아무래도 전문가 자체에서 이미 성별이 나누어져 있기에 섭외가 쉽지는 않다”고 현실적인 고충을 밝혔다.

김민정 PD는 “그럼에도 각 분야에서 실력있고 참신한 여성 전문가들을 계속적으로 발굴하고 인터뷰이로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vN 신입조연출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의 시한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폭력적인 일을 겪어도, 이에 대해서 말하기 힘든 건 “너 이판에서 발 못 붙이게 하겠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현장에서 성평등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시간과 비용에 항상 쫓기는 드라마 현장에서 성평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자고 했을 때, 이런 것들을 설치하자고 했을 때 받아들여질까. 한국PD연합회에서도 오늘 토론회 공동 주최지만, 더 많은 방송계 주체들이 현장에서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지난 30일에 열린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토론회 2부’ ⓒPD저널

방송사, 제작 현장에서의 변화 필요 

토론자들은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미디어 종사자들의 변화를 촉구하며, 지금 당장 방송산업에서의 성별 구조를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현재 주어진 환경 내에서 방송사와 제작 현장에서 가능한 실천에 대해 변화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개그, 연기,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곽현화는 “처음 방송을 할 땐, 섹시한 캐릭터로. 어떻게 보면 ‘성적 대상화’된건데, 그당시엔 좋게 느꼈다가 지금은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인가. 이쪽에서 분위기를 조성해서 내가 거기에 휩쓸린 건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이미지로 굳혀진 상황에서, 이제 하고싶지 않더라도, 제작진도 출연 전에 ‘곽현화 씨 이런 캐릭터잖아요. 보여주세요’라고 요구한다. 거기서 안 한다고 한다면, 다음엔 날 부르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하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곽현화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은 굉장히 희화화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처음에 개그 프로그램 할 때 재미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엔 불편하다. 개그맨들은 ‘그럼 대체 개그에도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엄숙주의로 가야하냐’고 묻는다. 그런데 저는 개그콘서트 ‘출산드라’처럼 뚱뚱함이라는 캐릭터를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풀어내는 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인 곽현화는 “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엄마나 젊은 여자, 악녀, 섹시한 캐릭터 등 정형화된 모습으로 사람을 분류하거나 대상화 시키지말고, 좀 더 다양한 여성상을 담아냈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미디어에서 더 많이 비치면 좋겠다. 방송에서도 이런 부분을 신경 쓴다면 충분히 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PD는 토론문에서 “시청률을 담보로 한다는 명분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왜곡을 더 왜곡시키는 프로그램 제작에만 매몰되어선 안 될 ”이라며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 힘들은 제작진 스스로 예민한 감수성을 견지할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제작진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슬아 사무국장은 “여성가족부에서 4월에 양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링크)를 발간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방송콘텐츠에서는 위의 준수사항을 가뿐히 외면하는 문제적 내용은 차고 넘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준수사항이 제대로 지켜져 성차별적인 콘텐츠를 개선하고 성평등한 조직을 만드는데 현실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지난 4월 11일 여성가족부에서 발간한 '양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중 화면 캡처 ⓒ여성가족부

토론의 사회를 맡은 심미선 교수도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여성상, 남성상이 롤모델(본보기)이 될 정도로, 방송 매체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거다. 오늘 토론회에 한국PD연합회도 함께 했지만, 앞으로도 방송 현장에서 미디어 성평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 내 성평등 위한 시스템 마련 시급”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전 별 변호사(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법제위원장)는 해외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나라 방송사나 협회에서도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법을 개정하여 방송 종사자에게 성인지교육을 실시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전 변호사는 이를 위해 “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성인지교육)에 적힌 성인지 교육 범위를 미디어 종사자 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하는 방안”과 “성별영향분석평가법’에서 현재 대상자는 방송사업자,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전광판방송사업자 또는 외주제작사를 추가하여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 방안을 통해 미디어 내에서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지길 바란다.

토론자들이 방송심의 규정에 ‘양성평등’ 기준이 있음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지적한 부분에 대해 김형성 방송심의기획팀장은 “심의를 통해 문제가 개선될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방심위는 사회의 공감대를 반영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양성 평등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심의해서 중징계 내려야 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양성 평등 조항 위반에 관한 민원도 미미하다. 심의로 규제하는 것보다는 사회의 인식이 더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작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교육 확대 등을 통해 여론화가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성평등한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성평등한 관점으로 미디어 사업자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제안했다. 

제안한 사항으로는 △성평등한 콘텐츠 제작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의 재승인 평가 항목에 여성 고용 비율, 간부 비율, 성인지적 관점 프로그램의 개수 및 전체편성에서의 비율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 평가 기준 마련하여 방송평가에 반영 △성인지적 관점으로 방송사에 대한 국정 감사 실시 등이 있다. 

이어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을 만들어가기 위해 미디어 산업 내외부의 노력과 지원이 함께 이뤄지기 위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방심위 내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형성 팀장도 “심의를 하지 않더라도 연구를 하는 특별위원회는 예산만 확보된다면 가능할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0일에 열린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토론회 2부’ 포스터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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