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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지마’, 우린 왜 엄마의 가출을 응원할까

PD “가족간 소통과 세대간 이해 도모” [인터뷰] 표재민 기자l승인2017.06.01 12: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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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동안 어머니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끈끈하게 묶여왔다. 그런 어머니들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족간의 소통이 이뤄진다면, 이 땅의 어머니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 EBS

“난 아이가 많고 가방도 많고 짐도 많다. 홀가분하게 보이게...자기 몸만 챙기고 커피도 들고 책도 끼고 이어폰도 꽂고 이런 여자분들...겉모습만 다른 게 아니라 속사정도 다르게 보인다.”(오남매 독박 육아 엄마 서명선 씨)

 

가수 박지헌의 아내이자 오남매를 키우는 서명선 씨는 EBS <엄마를 찾지 마>(연출 정동현, 신진수)에 출연해 홀로 길거리를 걸으며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들고 다니는 여자들이 부럽다고 했다. <엄마를 찾지 마>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이 하루 동안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엄마에게 100만 원의 가출 지원금을 준다. 엄마는 가족의 품을 떠나 자유를 즐기며 행복을 찾는 구성이다.

 

지난 4월 24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공감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아직 6부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EBS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달 8일 방송된 3부에 출연한 서 씨는 유명인 박지헌의 아내이자 5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홀로 시간을 보내본 적이 까마득한 ‘독박 육아’에 시달리고 있다.

 

서 씨는 100만 원의 돈으로 가장 먼저 아이들을 돌보느라 멀리 할 수밖에 없었던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샀다. 그리고 2000원짜리 커피를 들고 길거리를 걸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 서 씨에게는 꼭 하고 싶은 소소한 꿈이었다.

 

이날 서 씨는 커피숍에서 무려 세 잔의 커피를 시킨 후 천천히 커피를 즐겼다. 그는 “음미하고 싶었다”라면서 “커피를 뽑아놓으면 따뜻하게 먹어본 적이 없다. 찬 커피를 원샷한 후 싱크대에 넣고 끝난다”라고 말했다. 전쟁 같은 육아로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실 시간이 없는 그의 바쁜 하루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서 씨의 남편인 박지헌은 이날 5명의 아이들을 홀로 보살피며 아내의 소중함과 역할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처럼 <엄마를 찾지 마>는 엄마의 가출이라는 계기로 가족간의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마련한다. 개그우먼 김숙과 스타 강사 김미경이 진행을 맡는다. 두 사람은 엄마들의 편에 서서 때론 무심한 아빠들을 질책하고 엄마들의 딱한 사정에 격하게 공감하며 주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

▲ 교양과 예능의 만남, 통통 튀는 구성과 그 속에서 공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간의 EBS 프로그램 제작 문법과 많이 달라 구성, 촬영, 편집 등에서 시행착오가 있었고 좀 더 많은 노력을 기해야 했다. ⓒ 방송화면 캡처

첫 방송에 출연한 육상부 학생들의 대모 서순애 씨, 43년간 오지 마을에서 갇혀 살아온 김영순 씨, 암 투병과 갱년기로 위기에 몰려있었던 오미화 씨, 쌍둥이 육아 김채원 씨, 일벌 아내 강정자 씨 등이 출연해 답답한 응어리를 풀고 가족간의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4명의 연출과 4명의 조연출, 7명의 작가 등이 꾸리는 <엄마를 찾지 마>는 EBS 프로그램 중에는 많은 제작진이 투입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1박2일 야외 촬영이 있고, 격주 스튜디오 녹화가 있다. 답사와 회의, 편집까지 제작진이 바쁘게 움직여도 시간은 늘 빠듯하다. 이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 안방극장은 응답했다. 주부 시청자들의 참여 신청이 끊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는 이들의 감사 글이 쏟아진다.

 

<엄마를 찾지 마>의 토대를 만들고 연출하고 있는 정동현 PD는 “처음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어머니들의 사생활을 살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라면서 “어머니들이 작고 소소한 일상생활, 작은 문화생활조차 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방송을 만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정 PD는 우연히 어머니의 구매 영수증을 보게 됐고, 어머니들은 어떤 문화생활을 즐기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잘 몰랐던 부분이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가 아닌 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엄마를 찾지 마>의 출발선이었다.

 

어머니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동안 어머니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끈끈하게 묶여왔다. 그런 어머니들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족간의 소통이 이뤄진다면, 이 땅의 어머니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정 PD와 이 프로그램을 공동 연출하는 신진수 PD도 “가족간의 소통과 세대간의 이해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어머니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라면서 “가출을 통해 어머니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다른 가족들은 어머니의 고생을 실감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교육 방송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어린이 프로그램이나 수능 강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젊고 세련된 감각의 예능 성향이 큰 <엄마를 찾지 마>는 남녀의 소통을 다루는 <까칠남녀>와 함께 그동안의 EBS라는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날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정 PD는 “그동안 EBS가 예능적인 문법을 활용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라면서 “예능과 교양의 접목은 계속 시도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엄마를 찾지 마>가 있다. 요즘 EBS의 편성방향이 조금 더 젊은 감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교양과 예능의 만남, 통통 튀는 구성과 그 속에서 공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간의 EBS 프로그램 제작 문법과 많이 달라 구성, 촬영, 편집 등에서 시행착오가 있었고 좀 더 많은 노력을 기해야 했다.

▲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엄마들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울 때도, 아빠들이 버럭 화를 내며 엄마를 찾아다닐 때도 흘러가는 대로 담담하게 담는다. 대신 회가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을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확장할 계획은 있다. ⓒ EBS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관찰 예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교육 방송이기에 작위적이거나 웃음만 유발하는 구성은 아니다. 제작진은 재미를 안기면서도 인위적인 흥미를 자극하진 않으며 품격 있는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 PD는 “어떻게 보면 다른 예능처럼 출연자를 깎아내리는 쉬운 방법으로 재밌게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면서 “출연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신중하게 전달하면서도 재밌는 성격을 잘 드러내려고 한다”라고 제작 원칙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매주 촬영을 하지만 어머니들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라면서 “우리 프로그램은 모두가 기쁠 수 있는 방송이어야 한다. 출연자가 즐겁고 유쾌하게 하루를 보내야 하고, 우리가 제작하지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방송이 아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연출을 하고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제작진은 출연자를 선정할 때도 갈등의 골이 깊은 가족을 택하지 않는다. 작은 숨통이 필요한 엄마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는 구성이기 때문. 전문가의 진단과 해법이 함께 하는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심각해지기 전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촬영장은 늘 유쾌하고 훈훈한 분위기다. 물론 엄마들이 사라진 후 아빠들이 크게 당황하고 제작진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내의 가출을 이해하고 미안해하는 분위기가 된다고 한다.

 

신 PD는 “촬영을 하면 어머니들 대부분 눈물을 흘린다”라면서 “친정 어머니 이야기나 다른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들 운다. 그 모습을 보면 어머니들이 다 같은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들도 어머니들의 가출 당시에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하시고 모두들 좋아하신다”라면서 “늘 마무리는 훈훈했고, 호의적으로 대하셨다”라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엄마를 찾지 마>는 첫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는 직접 출연자 섭외를 했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의 신청을 토대로 출연자를 결정하고 있다. 직접 출연을 원하는 이들이기에 가출 후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 다양하다.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기도 하고 요트와 캠핑카를 빌려 자유를 만끽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어떤 엄마는 걸그룹 댄스로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드라마처럼 디저트 카페에서 케이크와 음료를 시켜놓고 먹어보기도 한다.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엄마들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울 때도, 아빠들이 버럭 화를 내며 엄마를 찾아다닐 때도 흘러가는 대로 담담하게 담는다. 대신 회가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을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확장할 계획은 있다.

 

정 PD는 “그동안 어머니들이 어떻게 자신만을 위해 100만 원을 쓰는지 많이 다뤘다면, 이제는 어머니들이 어떻게 100만 원을 가치있게 쓸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라면서 “아직 방송에 나가지 않았지만 가수가 꿈이었던 어머니에게는 뮤지컬 배우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서 꿈을 조금이나마 이루는 도전을 했다. 100만 원을 유용하게 써서 자아실현을 꾀하는 모습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PD는 “어머니들과 만나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라면서 “작은 관심사부터 과거, 그리고 현재 이야기를 들어본 후 어머니들의 삶을 돌아본다. 그러면서 어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당장의 힘듦을 느끼고 꿈을 알게 되면 방송에서 좀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머니들이 출연 후 표정이 좋은 쪽으로 달라지고, 늘 고맙다고 말씀을 해주신다”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다”라고 제작진으로서의 보람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진행자들이 있다. 바로 김숙과 김미경이다. 엄마들의 가출 이유와 1박2일간의 일탈을 지켜본 후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신 PD는 두 사람을 진행자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모두 엄마 이야기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진행자”라면서 “우리가 가족간의 소통을 추구하다보니깐 엄마의 역할과 가족간의 문제에 대해 짚어줄 수 있는 진행자가 필요했고 두 사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엄마들이 겪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엄마에게 몰리는 가사 노동이다. 이른바 ‘독박 육아’, ‘전투 육아’는 여성에게 가중되는 가사 분담 현실을 꼬집는 신조어다. 엄마들의 가출 후 아빠들이 크게 당황하거나 엄마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도 이 같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사 노동 강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 아닐까.

▲ 정 PD는 “어떻게 생각하면 엄마는 엄마라는 범주 안에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다르다”라면서 “개인으로서의 엄마, 누구의 아내 혹은 엄마가 아닌 온전한 개인을 매주 한 명씩 찾게 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엄마를 찾지 마>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 EBS

정 PD는 “많은 엄마들이 전담하고 있는 가사 노동이 굉장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서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엄마들이 느끼는 책임과 큰 역할에 대해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엄마는 가족의 뼈대이자 기둥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역할을 하는 엄마들의 부담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두 명의 PD들은 <엄마를 찾지 마>가 엄마들의 가사 노동 강도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에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엄마들이 주인공이다보니 아빠들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다. 정 PD는 “아빠들도 고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면서 “아빠들의 시선을 다루려고 해도 프로그램이 엄마들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담다보니 아빠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 쉽지 않다. 언제 한 번 ‘아빠를 찾지 마’ 특집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엄마를 찾지 마>는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엄마와 아빠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재미와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정 PD는 “어떻게 생각하면 엄마는 엄마라는 범주 안에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다르다”라면서 “개인으로서의 엄마, 누구의 아내 혹은 엄마가 아닌 온전한 개인을 매주 한 명씩 찾게 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엄마를 찾지 마>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엄마를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신 PD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어머니와 조금 더 친해지게 됐다”라면서 “구성을 하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어머니에게 물어봤고 그러면서 어머니에 대해 더 알게 됐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청자들도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머니에게 많은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어머니에게 ‘100만 원으로 뭐하고 싶어?’라고 묻거나 ‘중학생 때 꿈이 뭐였어?’라고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어머니에게 질문을 하면서 어머니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무심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정 PD는 마지막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하고 싶은데 자신의 삶이 특별하지 않아서, 사연이 없어서 주저한다고 하더라”라면서 “평범한 사연은 없는 것 같다. 평범하다고 생각해도 그 속에서 특별한 이야기가 있으니, 많이 신청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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