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위축된다”…‘그알’ 등 구치소 취재 PD 재판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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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위축된다”…‘그알’ 등 구치소 취재 PD 재판 진행 중
“대한민국 언론 자유, 이것조차 허용이 안 되나”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6.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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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의 자유 위축될 것..."

SBS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 당시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기소된 최민철 SBS PD의 3차 공판이 지난 31일 진행됐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지만 같은 사유로 PD들이 기소된 건은 총 네 건이다. 그중 한 건을 제외하고는 7개월 동안 최종 선고가 내려지지 않은 채 공판이 계속되고 있다.(▷관련기사 '‘그것이 알고 싶다’ PD 등 시사 PD 무더기 기소')

검찰은 최민철 PD의 3차 공판에서 약 1시간 동안 증인신문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반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몰래카메라 취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최 PD는 당시 ‘보이스피싱’ 관련 취재를 하던 중 검찰에도 알려지지 않았던 제보를 받았고, 핵심 총책이 구치소에 있다는 걸 알아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취재였다는 것을 강조하며, 몰래카메라 취재는 PD들도 꺼려지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취재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 2015년 9월 5일 방송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담장 위를 걷는 특권’ (기소 사건과 관련없음) ⓒ화면캡처

이날 공판이 끝난 후 <PD저널>은 최 PD의 심경을 들어봤다. 그는 처음 기소 사실을 알았을 당시의 생각을 묻자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가 이것조차 허용이 안 된단 말인가 싶었다"며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 그 명분 하나 가지고 가는 건데 그럼 교도소는 마치 성역처럼 취재가 안 된다는 건가.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 PD는 구치소 취재를 할 때 PD라고 밝히지 못하고, 몰래카메라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 구치소 측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십년 동안 선배들도 그렇고, 교도소 취재는 늘 그래왔다. (취재 이후) 방송이 나가는 걸 구치소 측도 봤을 거다. 만약 그게 잘못됐고 고치려고 했다면 공문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 하나 없이 고소 절차를 밟았다. 과거에도 일부 선배들이 구치소 취재를 나갔을 때 기자, PD라고 밝히면 위에서 내려와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우린 그걸 계속 경험해왔다”

뿐만 아니라 기소된 PD들이 최 PD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주PD라는 점에 있어 최 PD는 부당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MBC는 당시 모든 책임이 MBC 소속 CP가 아닌 외주PD들에게 있다며 소송 비용, 변호사 선임 등에 도움을 주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고소하는 기준도 없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 외주PD더라. 상식적으로, 그동안 정말 많은 프로그램에서 몰래카메라를 쓰지 않았나. 그런데도 케이스 선정부터 치사하다. 독립PD들만...당시에 외주PD 한 명이 놀라서 전화가 왔더라. 얼마나 막막했겠나”

끝으로 최 PD는 양형에 상관없이 해당 사건이 ‘유죄’로 판결날 경우 취재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기소 이후 취재 과정에 있어 위축되는 부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위축된다”고 토로하며 “나같은 경우는 당연히 지금 (몰래카메라 취재를) 못 한다. 가중처벌이 되니까. 그런데 당사자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내가 고민한 게 그 지점이다. 이제 선고가 내려지면, 만약 유죄가 떨어지면, 이건 공식화되는 거다. 다른 모든 언론사에 쫙 적용이 되는 거다. 세상에 이런 게 어디 있나. 유죄 판결이 나면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과거 교도소에서 몰래카메라 취재를 통해 진범을 찾은 케이스도 있다

잘못했다면 벌은 받겠지만, 이게 정말 맞냐는 질문은 다 같이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언론인의 시각,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유죄로 나온다면 그 자체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조계에서 법리적인 판단을 하겠지만, 이 문제는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 MBC <리얼 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2015년 11월) ⓒ화면캡처

‘몰래카메라 취재’ 관련 공판은 총 4건이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MBC <리얼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과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 외주PD 4인(이하 MBC1)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 외주PD 2인(이하 MBC2) △SBS <궁금한이야기Y> 외주PD 3인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PD 1인과 외주 촬영감독 1인 등의 건이다.

제일 먼저 공판이 시작돼 최종 판결까지 내려진 MBC1 건의 경우 검찰에서 징역 2~10개월, 집행유예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최종 판결은 2인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 다른 2인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관련기사 '법원, 교정시설 ‘몰카’ 취재 독립PD들에 벌금형 선고')

선고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교정시설 내 재소자·피의자 인터뷰가 필요했을지라도, 교정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을 다 했어야 한다”며 “교정당국으로부터 촬영 협조를 받지 않고 촬영했기에 교정시설의 안정과 질서를 침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아닌 유죄가 선언돼 당시 PD들은 취재의 자유를 해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PD연합회는 선고일에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PD들의 취재 자유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교정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격히 떨어뜨린 것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MBC1 건은 지난 1월 항소심이 올라간 상태다. 이외 MBC2 건의 경우 8월 1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SBS <궁금한이야기Y> 건은 오는 7월 7일 검사 구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지상파 소속 PD가 기소돼있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건은 오는 26일 최종 공판이 예정돼 마찬가지로 검사 구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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