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기자들의 외침이 ‘청와대 지침’이라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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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은 물러나라' 김민식 PD, 경위서 제출 요구받아

MBC 경영진이 PD, 기자들의 공정방송을 위한 외침을 ‘청와대 지침’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영진은 5일 오후 ‘언론노조는 청와대 지침으로 방송 장악에 나선 것인가?’라는 제목의 회사 성명을 내걸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진보정당 선전’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주요 활동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전국 언론노조와 산하의 MBC 지부가 방송 장악에 나섰다”며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만들고 노조 저널리즘을 실행할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그리고 MBC 해직언론인들이 2일을 ‘MBC 결의의 날’로 삼고 점심시간 상암MBC 광장에 모여 MBC 경영진을 규탄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특히 이들은 최근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이 집회에서 한 발언이 ‘청와대 지침’이라는 근거 없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PD·기자 등 MBC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 우리가 들고 일어나서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내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는 방송개혁에 청와대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MBC 사측은 “박광온 대변인의 발언 나흘 뒤 ‘홍위병’을 연상케 하듯 언론노조가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지침을 받았음을 스스로 실토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박광온 대변인이 이런 얘기를 한 건 다 언론에 기사화된 것이다. 김연국 위원장도 언론에서 보고 정치권 상황이 이렇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 MBC본부는 “기본적으로 정권이나 외부의 힘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걸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취지와도 전면 배치된다”고 밝히며 “특정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걸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일관되게 이렇게 (주장) 해왔는데 마치 정권의 힘에 기댄다는 듯이 (사측이 주장하더라)”라고 토로했다.

MBC는 최근 잇따라 공개된 PD, 기자들의 성명에 대해서도 “보도국 기수별, 기자회, 영상기자회, PD 일동, 사번별 등 다양한 껍데기로 성명을 내고 있지만 거의 전부가 언론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며 “언론노조원이 아닌 것처럼 비치도록 안간힘을 쓰는 전형적 술수”라고 폄훼했다.

더불어 사측은 ‘노조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언론노조의 경영진 교체 주장은 MBC를 노영방송 구조로 만들어 노조 저널리즘을 실현하겠다는 저의가 담겨 있다”며 “MBC를 노조 강령인 ‘진보정당 선전’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저의”라고 주장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그리고 MBC 해직언론인들이 모인 'MBC 결의의 날' 현장에서 김민식 PD가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는 같은 날 사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쳐온 김민식 PD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식 PD는 2012년 파업 이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나 현재 편성국 주조실에서 주조 업무를 맡고 있다. 최근 김 PD는 회사 복도, 로비 등에서 홀로 “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외쳐 MBC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 PD는 지난 2일 집회에서도 “내 꿈은 인사위원회에 올라가는 거다. 가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김장겸 사장 앞에서 똑같이 외칠 것”이라며 “왜 그동안, 왜 그동안 5년 동안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는지, 기자들을 자른 이유는 무엇인지. 인사위에 부를 때까지 외칠 거다”라고 발언했다.

김 PD는 이날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은 사실을 밝히며 “뭐라도 안에서 해야 하는 시기”라고 행동의 이유를 말했다.

이어 김 PD는 “사람들이 요즘 ‘MBC가 이 지경까지 갔다’, ‘기자들 성명이 계속 나오는데 파업이든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고, 누구는 ‘2012년에 6개월을 하고도 안 바뀌었는데, 지금 사장이나 경영진이 후안무치하고 부끄러움을 몰라 파업을 한들 그들이 내려오겠냐’고 한다”고 전하며 “나는 파업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해봐야하지 않겠냐는 거다. 사무실 앞에서 소리를 지르든, 그 어떤 움직임이라도 내부에서 없으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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