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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규제? "더 많은 표현의 자유 위해"

[한국여성민우회 연속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③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구보라 기자l승인2017.06.07 09: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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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는 노래, 내가 하는 게임, 내가 보는 방송프로그램…끝도 없이 쏟아지는 미디어 속 '여성혐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여성혐오'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면, 페미니스트들의 액션으로 미디어를 바꾸는 것에 힘을 싣고 싶다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가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라는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연속특강을 마련했다. 세 번째 ‘표현의 자유편’ 강의에서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2010년 이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혐오표현의 개념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최소화하면서도 혐오표현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 JTBC <비정상회담> 46회 (2015년 5월 18일 방송)는 '혐오표현이 표현의 자유인가'를 주제로 다뤘다. ⓒJTBC 화면캡처

혐오표현? 소수자를 향한 차별... "표현 자체 수위보단 맥락에 따라 달라져"

‘혐오표현(hate speech):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링크) 중에서 -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은 표현 자체의 과격성이 중요하지 않고, 표현 수위가 낮아도 누가,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 표시, 모욕·조롱·위협 또는 차별·적대·폭력의 고취·선동으로 나타난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은 역사적으로 부적절한 처우와 관련이 있거나 현재의 사회적 불이익과 관련이 있는 특성이 있어 차별을 받는 ‘소수자’(집단)에게 가해진다. 또한 혐오표현의 대상이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일지라도, 혐오표현은 그 특정인과 공통의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집단 모두에게 일정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 그렇기에 다수자가 가벼운 혐오표현을 툭 던져도 소수자(집단)에게 폭발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소수자가 아니면 혐오표현의 해악은 커지지 않는다. 다수자에게는 특정 발언이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폭발력을 지니지도 않는다. 남성혐오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혐오'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홍 교수는 “마찬가지로 다수자들은 ‘혐오’라는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 ‘문제라는 건 이해하지만, 혐오라는 단어가 이해 안 된다. 왜 과격하게 표현해야하냐'면서. 하지만 소수자는 '혐오'라는 단어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자가 왜 ’혐오’라는 단어를 포기해야 하나? 이 표현을 계속 쓰는 건 이슈 파이팅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소하고 수위가 낮은 표현에 대해서도 때에 따라서는 ’혐오‘라는 강한 수식을 써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혐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EBS <까칠남녀> 5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에서 '시선 강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출연자들이 "너무 과격한 단어다", "자극적인 단어가 왜 생겼겠나"라며 토론을 벌이고 있다. ⓒEBS 화면캡처

혐오표현, 대응 방안은? 

법적 규제 외의 다양한 방안도 함께 모색 필요 

혐오표현 규제 방향...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그렇다면,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 방안으로 △형사범죄화 △민사구제 △차별시정기구 통한 규제 △형성적 (formative) 조치를 들었다.

홍성수 교수는 “유럽의 경우는 혐오표현에 대해 형사처벌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형사범죄화는 결과만을 처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표현에 대한 국가규제의 총량이 증대한다는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혐오표현에 대응하고 있다. 그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중시하는 미국은 혐오표현에 대해 국가 개입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뿐 오히려 혐오표현이 실질적 (차별) 행동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더 단호하게 대처한다”며 “대학과 기업 차원에서도 ‘차별금지 정책’ 또는 ‘다양성 정책’ 등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기사 링크)

결국,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다르지만, 혐오표현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홍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해서 "사회적 개념과 처벌과 규제를 위한 법개념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표현을 잘 포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개념으로는 그 범위를 최대한 넓게 봐야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혐오표현에 대한 전반적 규제를 두되, ‘직접적인 차별 선동’ 등 범위를 최대한 좁히면서 형사처벌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비유를 들자면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망치로 때리는 것보다는 정교한 메스를 가지고 도려내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홍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는 "법적 규제 외에 차별시정기구에 의한 혐오표현 규제와 형성적 규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인권위원회도 보고서에서 “형성적 규제들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혐오의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며 다양한 방안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별시정기구에 의한 혐오표현 규제로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학교나 직장 내 자치 기구인 차별시정기구에 의한 시정권고나 조정 등 비권력적 방식의 규제를 들 수 있다. 형성적 규제는 적극적, 긍정적, 사전예방적 조치들이며, 시민사회의 대응능력을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의 교육, 홍보, 의식개선, 자치활동을 들 수 있다. 

▲ JTBC <비정상회담> 46회 (2015년 5월 18일 방송)에서 미국 대표 타일러는 혐오표현 법적 규제를 반대했고,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측 대표들은 법적 규제를 주장했다. ⓒJTBC 화면캡처

홍 교수는 자신의 논문 "혐오표현의 규제: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규제대안의 모색"('법과사회', 50호, 2015)에서도 “혐오표현의 여러 해악을 고려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규제의 방향은 혐오표현을 단순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혐오표현의 제한은 소수자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논문에서 “이렇게 접근할 때, ‘(혐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vs. (소수자의) 혐오표현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평등)’의 충돌이라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사상의 시장에서 ‘더 많은 표현’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도 고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맞받아치기’(speaking-back), 대항표현(ocunter-speech), 더 많은 표현(more speech)"이라며 이를 통해 ‘소수자와의 연대로 차별/혐오주의자를 고립시켜야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에 반격을 가하면, 혐오표현은 위축되기도 한다. '편'에 서서, 혐오표현자들을 고립시켜야 한다. 코너로 모는 건 법 없이도 할 수 있다. 방송의 경우, 심의가 가능하다. 방송심의규정에 ‘혐오표현은 안 된다’는 내용을 넣어서, 최소한 방송에서는 혐오표현을 하지 못 하도록. 혐오표현을 게토(ghetto)화시키고 코너로 몰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주의자들을 차별하자고 말하면, 그게 바로 ‘역선동’이 되는 거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도 사회적 발언을 통해 끊임없이 소수자 편에 있다는 걸 보여줘야한다. 그렇게하면 혐오표현도 사라지고, 차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미디어이슈> 7권 2호에서 나온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1039명의 응답자에게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5개를 제시하고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결과,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여성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했을 때 징계조치를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28.6%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교육 실시(22.3%), 인터넷상의 여성혐오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법적 처벌(20.6%), 여성혐오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삭제조치(15.3%), 대중매체의 여성혐오 표현에 대한 자율적 제한(13.2%) 순이었다. (▷조사 결과 링크(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진행, 신뢰도 95%, 표본오차는 ±3.0%p)

▲ 한국언론진흥재단 2권 7호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박아란,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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