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노 룩 취재’…인사검증을 대하는 언론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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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검증에만 혈안‧“미 검증 의혹도 ‘일단 던져보자’”…정책‧자질 검증 부재

새 정부 출범 한달, 장관·공정거래위원장·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인사(人事)가 한창인 가운데 언론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이미 종식된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등 왜곡·편향된 인사검증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대선 직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JTBC·채널A·MBN·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의 저녁 종합뉴스(메인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 다수 언론이 후보자가 이미 해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재차 의혹을 제기하거나 취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의혹만 가지고 보도하고 있었다.

민언련은 다수의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방송사는 TV조선이다. 특히 민언련은 ‘TV조선의 인사 검증 보도 중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백원우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5월 15일 방송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보도 캡처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은 <보도본부 핫라인>에서 이미 서울대가 2015년 ‘표절이 아니다’라고 인정한 조 수석의 논문에 대해 ‘현재 논란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 극우 보수 매체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조 수석이 수석직을 수락하면서 트위터를 중단한 것을 두고 ‘조 수석의 과거 발언과 활동에 대한 검증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을 확대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혹은 조 수석이 과거에 통합진보당 해산에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낸 것을 두고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5월 12일 방송된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는 ‘조 수석이 지난 1993년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개월간 구속된 적이 있다’는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발언과 ‘(조 수석은) 전형적인 계파정치의 대표적 인물인데 과연 협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의당 고현우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소개됐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TV조선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발언은 대변인의 공식적인 발언을 소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정제된 공식 논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김홍걸 당국민소통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을 옮겨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조 수석 사노맹 관련 건에 대해 “자유한국당 역시 노동 사회 운동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고, 사노맹을 이끌었던 분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보수 정당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운동 전력을 빌미로 색깔론을 들이미는 행태야말로 지독한 이분법”이라고 반박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그런데 <보도본부 핫라인>은 이런 공식 논평이 아닌 ‘취임 하루만에 흠집내기를 바로 시작했다. 정작 비리 투성이였던 박근혜 정권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공격하지 않았냐’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의 다소 감정적인 발언만 소개했다.

이 외에도 TV조선은 <보도본부 핫라인> 5월 15일 방송을 통해 조 수석이 정윤회 문건 당시 민정수석실을 조사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본연의 임무인 대통령 친인척과 공직기강 관리, 인사 검증 과정을 철저히 해야 되는데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그런 시간적 여유가 있냐, 이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해당 방송에 대해 “인수위도 없이 황급하게 국정을 이어받으면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시급한 현황들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지난 정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어떤 문제가 더 있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이번 정부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민정수석실을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 7개 방송사 문재인 정부 내각 후보자 관련 논란 보도량 비교(5/26~28)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또 “TV조선이 다른 후보자들 관련해서도 의도적인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보도량을 보면 TV조선이 모든 사안에 보도를 내면서 가장 적극적인 검증 공세를 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내각을 구성할 인사들을 검증하는 보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TV조선이 보도를 많이 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백원우 민정비서관 관련 단독 보도는 예외였다”고 지적했다.

TV조선 <뉴스 판> 5월 26일 방송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의원 시절 문 대통령 처조카를 의원실 비서로 채용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의 근거는 ‘백원우 의원실 정책비서’라고 적혀 있는 김 모 여성의 이력서였다. 그러면서 “백 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처조카를 의원실에 취직시켰다면 이 같은 역할(민정비서관)을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TV조선은 이 보도에서 ‘김모씨가 대학생 보좌진으로 의정활동 지원 업무를 했다. 문 대통령 처조카인 사실은 몰랐다’는 백 비서관의 해명을 덧붙였다. 민언련은 ‘TV조선이 의원실 비서와 대학생 보좌진의 차이를 제대로 짚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의원실 비서’와 ‘대학생 보좌진’은 비슷해 보이지만 명백하게 다르다. 의원실의 비서관이나 보좌관은 엄격한 채용과정을 거치지만, 대학생 보좌진, 즉 대학생 인턴은 정식 공무원이 아니어서 선발 절차가 간소하다”며 TV조선이 국회의원실 대학생 인턴직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의원실 대학생 인턴의 경우, 보좌진들의 재량으로 혹은 추천을 받아 뽑는 경우가 많다. 민언련은 “확인 결과, 백 비서관 측에서는 김 모 양이 의원실 자체적으로 대학생들에게 국회 경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모집한 사이버보좌관으로 선발돼 활동한 것이라고 밝혔다”며 “당시 김 모 양은 일주일에 2번 정도 의원실을 방문해서 주제를 정해 10여 명의 인턴들과 자료조사를 하는 등 국회 보좌진 간접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김 모양이 인턴을 할 당시)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도 아닌 자연인 신분이었다”고 덧붙였다.

▲ 5월 31일 방송된 JTBC '뉴스룸'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

JTBC ‘강경화 기획부동산’, 과욕이 부른 오보…“‘노 룩 취재’ 웬 말인가”

2015년 이후 KBS 등 지상파 방송사를 제치고 방송사 신뢰도 1위(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방송사 신뢰도 조사결과 참조)를 수성하고 있는 JTBC는 어떨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여러 유의미한 보도를 했고 지난해에는 태블릿 PC 단독보도를 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이끌어왔던 JTBC지만, 최근 이런 JTBC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몇 가지 사건들이 발생했다.

온라인상에선 지난 2일 JTBC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뉴스현장>에 패널로 출연한 김광진 전 의원의 약력을 ‘김일성 종합대학’이라고 잘못 기입했기 때문이다. 4월 18일에는 <뉴스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이념성향별 지지율을 뒤바꿔서 보도했다. 이 때는 다음 날인 19일 방송에서 손석희 앵커가 직접 사과 했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지난 5월 31일 <뉴스룸>이 단독 보도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이다. <뉴스룸>은 ‘강 후보자의 두 딸이 구입한 경남 거제시의 땅이 ‘기획 부동산’’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땅 위의 집이) 주택이기는 하지만 산을 깎아 만든 땅 위에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 있는 구조일 뿐이라는 점, 이전 소유자인 임 모 씨가 임야에서 대지로 바꿔 공시지가를 높였고, 이를 4개로 나눠 분할 매매했다는 점, 주변 부동산업자들이 ‘강 후보자가 땅을 산 뒤 3년 만에 땅 값이 크게 올랐다’고 증언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 지난 1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전날 보도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기획부동산' 관련 오보를 사과하고 있다. ⓒJTBC

JTBC는 이 보도 직후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외교부도 1일 JTBC에 정정보도 요청을 했고, 손 앵커는 4월 19일에 이어 또 다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은 ‘JTBC가 기획부동산의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1인 미디어 <아이엠피터>는 “강 후보자는 해당 부동산의 ‘판매자’가 아니라 ‘구입자’이므로 ‘농지 등의 땅을 구입해 분할해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기획 부동산 사기’와 애초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변 시세보다 강 후보자 가족이 구입한 땅의 공지시가가 높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한 JTBC 주장에도) 전기와 수도를 설치된 대지와 일반 토지는 다르다. ‘임야’보다는 당연히 ‘대지’가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귀촌하면서 땅을 구입해 집을 짓고, 자녀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투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만약 투기 목적이었다면 초호화 별장을 짓고 관리인을 뒀을 것”이라며 “검색만 하면 찾을 수 있는 강 후보자 남편의 블로그 캡처 등을 참고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보도가 더욱 문제가 된 이유는 방송에 사용된 자료화면 때문이다. <뉴스룸>은 강 후보자 기획부동산 의혹 제기 자료화면으로 현장 취재 영상이 아닌 포털사이트 ‘다음’의 로드뷰에서 투기의혹 건물 사진을 캡처한 것을 사용했다. 네티즌은 ‘노 룩 취재(실제로 보지도 않고 취재를 한다는 의미)’라고 부르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 앵커는 1일 사과방송에서 “기사는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련) 사무처장은 “취재 경위를 보면, 해당 토지가 상대적으로 주변보다 가격이 높고 처음에 JTBC가 확인할 때는 컨테이너박스같은 간이 형태의 건축물만 있어서 그런 문제의식은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충분한 취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그 동안 JTBC가 가지고 있던 신뢰도가 있는데, 갑자기 부실한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도 “당연히 어떤 후보에게 의혹이 있으면 취재해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도해야 한다”며 “문제는 과욕이다. 기획부동산이라는 판단도 애매하게 한 거다. 손 사장(손석희 앵커)말로는 ‘전문가에 두루 물어봤으나 일부에만 물어봤다’고 사과하던데, 한 두 사람 말만 듣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 찾아가 보지도 않았다. 취재를 하다가 ‘아니다’싶으면 엎어야지 ‘여기까지 취재가 됐으니 보도하자’는 식의 자세는 위험하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보도는 정말 문제가 있을 때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5월 1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MBC

이 밖에 민언련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관련해 “MBC‧TV조선‧채널A가 검찰 내부의 불만과 야권 일부의 원색적 비난을 성실히 받아써서 보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3사는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윤 지검장 임명 관련 검찰 내부 불만이나 야권의 비난과 관련해 각각 3건, 5건, 6건의 보도를 내보냈다. 민언련은 그러면서 ‘3사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검찰 개혁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윤 지검장이 마주한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보도는 한 건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JTBC와 SBS가 검찰 개혁에 있어서 윤 지검장 임명이 어떤 의미인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보도를 각각 6건, 4건 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민언련은 MBC와 TV조선에 대해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이 사임한 것을 두고 마치 윤 지검장 임명에 항의를 해 사의를 표명한 것처럼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두 방송사 모두 방송에서 이 전 차관이 ‘항의성 사의도, 보복성 사의도 아니고 (윤 지검장) 인선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부분은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특히 MBC는 5월 28일 <뉴스데스크> ‘검찰 내부 동요…인사 절차에 의문 제기’ 말미에 ‘이창재 전 차관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인사 발표 직전 사임했다’고 말했다. “이창재 차관의 제청을 거쳐 이뤄진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청와대 입장을 짧게 언급했지만,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 지난 1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전날 보도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기획부동산' 관련 오보를 사과하고 있다. ⓒJTBC

언론, 그저 ‘스피커’였다? “야당 정치공세 ‘받아쓰기’ 식 보도‧도덕성 검증만 치우쳐”

“언론이 먼저 공약‧정책‧인권의식 등 자질 검증해 주길”

언론계 관계자들은 종편의 인사검증 보도와 관련해 ‘언론이 인사검증에 있어서 해야 할 몫이 있음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모니터링 결과) 종편 중에서도 시사토크쇼의 경우 문제 삼을 부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저녁 종합뉴스”라며 “언론이 야당의 정치공세를 너무 검증 없이 받아쓰기 하는 식의 보도를 하거나 ‘일단 던져보자’면서 질문 수준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건 의혹을 그대로 전파해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것과 같다. 언론사 스스로가 검증하지 못하는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 야권 내용을 받아쓰기해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수준의 보도가 아니라 공약에 대한 보도, 정책 검증하는 보도가 돼야 한다”며 “언론사가 검증을 하기 전에 가이드라인을 잡고 (보도를) 시작해야 한다. 예전에는 민주주의 의식, 인권의식 이런 것들이 둔감하게 여겨졌던 잣대지만 지금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나. 이런 자질들을 검증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찬 언개련 사무처장도 “인사검증 과정에서 도덕성뿐만 아니라 자질과 능력이 검증돼야 하는데, 너무 한쪽으로만 쏠려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인사검증을 대하는 언론들의 모습은 ‘스피커’다. (근거가 부족한 의혹들을) 키워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며 “중간에서 언론이 검증 과정을 밟아주면 청문회도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될 텐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근거가 부족한 의혹들이 검증이 안 되고 있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한 번 거르고, 언론에서 의혹 해소가 안 됐다거나 하는 중대사안을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해명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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