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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콘텐츠 대리만족과 괴리의 사이에서

[김교석의 티적티적] 방송 속 욜로, 다른 길 택하는 삶의 용기가 있나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6.12 09: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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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시청자들에게 부러움이나 대리만족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탕진잼’이나 ‘홧김비용’을 욜로의 한 경향으로 잘못 접근한 결과다. 사회적으로 잉태된 뿌리는 같지만 탕진잼은 어렵게 번 적은 돈을 쪼개서 인형뽑기 같은 걸 즐기는 소소한 소비에서 나온 자조적인 말이다. ⓒ tvN

이번 여름이 이대로 끝난다면, 2017년은 욜로 콘텐츠의 무덤으로 기록될 것이다. 올 봄 <윤식당>의 대박으로 방송가에 본격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욜로는 바캉스 시즌의 여행 콘텐츠와 맞물리며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년 전 쿡방과 달리 장르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나방의 말로로 흘러가는 흐름이다.

 

우선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JTBC는 시즌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수상한 휴가가자 go>를, MBC는 현지인의 삶 속에 녹아드는 새로운 여행 예능 <오지의 마법사>을 선보였다. 여행 예능은 아니지만 스페인 이비자섬 투어를 다녀온 SBS <미운우리새끼>, 일본 여행을 다녀온 MBC <나 혼자 산다> 등의 기존 예능도 욜로와 여행을 접목시키며 파도에 올라탔다. 꼭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일상을 벗어나는 욜로 여행은 매주 어디선가 진행 중이다. 올리브TV의 <섬총사>는 우이도를, <불타는 청춘>은 호국투어를 통한 울릉도를, <집시맨>은 캠핑카를 타고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효리네민박>도 6월말 선보일 예정이다.

 

욜로를 보다 본격적으로 앞세운 프로그램들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월 Otvn <주말엔 숲으로>를 시작으로, 인도어 욜로 라이프를 다루는 Otvn <이집 사람들>, 일상을 벗어난 남자들의 라이프를 다룬 TV조선 <아재독립 만세!! 거기서 만나>를 비롯해 게스트들에게 100만원을 주고 이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떻게 소비하는지 관찰하는 올리브TV <어느 날 갑자기 백만원>과 MBC<무한도전>의 욜로 특집 등이 욜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이들 모두 <윤식당>과 다르게 그 어떤 여운이나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욜로 라이프란 단순히 충동소비나 1인 여행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인데 대부분 단순히 여행, 취미, 쇼핑 등의 소재로만 접근하면서 새로운 삶의 지향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도>의 욜로 특집과 <어느날 갑자기 백만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출연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100만원이 생긴다면, 혹은 공돈이 생겼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선보이겠다는 공통된 기획의도였다. 악동뮤지션은 세부로 스노클링 여행을 떠나고, 박준형은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한 쇼핑을 했다. 박명수는 자기 돈이면 하지 않았을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스쿠터를 사면서 즐거워했다. 이른바 현실적인 이유로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소비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시청자들에게 부러움이나 대리만족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탕진잼’이나 ‘홧김비용’을 욜로의 한 경향으로 잘못 접근한 결과다. 사회적으로 잉태된 뿌리는 같지만 탕진잼은 어렵게 번 적은 돈을 쪼개서 인형뽑기 같은 걸 즐기는 소소한 소비에서 나온 자조적인 말이다. 방송에서 다루는 일탈적 소비는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욜로와 거리가 있다. <비정상회담> 출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우리보다 앞서 욜로라이프가 유행했던 해외에서는 욜로가 이제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한다. 삶의 가치관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건너뛰고,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는 면죄부로 변질되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지금 욜로 콘텐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욜로는 기존 사회의 타임테이블과는 다른 길을 택하는 삶의 용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프로그램들은 가치관에 대한 고민을 떼어내고 단순히 ‘지르는’ 충동소비의 즐거움만 확대 재생산했다. 바로 이점이 대리만족이 아닌 괴리가 나타난 결정적인 이유다. 결국 공허할 수밖에 없는 충동소비인데다 출연 연예인들이 실제 돈이 없어서 못했던 소비활동이 아닌 까닭에 당연히 부럽지도 않고, 공감대도 잘 형성되지 않는다. 즉, 대중의 일상에 밀착해서 새로운 삶을 제안한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다.

 

욜로 라이프를 실천 중인 사람들을 보여준 <주말엔 숲으로>나 <이집 사람들>도 공감대를 마련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윤식당>은 방송을 위해 완벽히 세팅된 상황을 연출했음에도 시청자들에게 슬로라이프의 행복과 노년의 삶에 대한 지향과 로망을 품게 했다. 하지만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펜션을 운영한다든가, 홀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 혹은 나만의 공간을 가꾸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 듣는 이야기에는 시청자들이 반응하지 않았다.

▲ 누군가의 삶을 찾아가서 들여다보는 건 오래전부터 다큐를 통해 본 이야기이고, 일상성과 연결고리가 없는 욜로는 SNS상의 스쳐지나가는 전시된 볼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올해 선보인 욜로 콘텐츠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가볍게 현상으로만 접근한다. ⓒ MBC

매우 현실적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일상과 떨어진 거리감이 뚜렷이 나타나고, 무엇보다 개입되는 판타지 요소가 적다보니 부러움의 풍선이 커지지 않는 탓이다. 이는 <윤식당>처럼 같은 섬 생활기를 다루는 <섬총사>가 나쁘지 않은 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콘텐츠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라고 한다면 완벽한 로망을 제안하거나 일상과의 연결고리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차라리 <배틀트립>이나 <뭉쳐야 뜬다>와 같은 여행 예능, 혹은 자동차로 전국을 일주하는 <집시맨> 등이 가슴 속에 하나씩 로망을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 와 닿는 욜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삶을 찾아가서 들여다보는 건 오래전부터 다큐를 통해 본 이야기이고, 일상성과 연결고리가 없는 욜로는 SNS상의 스쳐지나가는 전시된 볼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올해 선보인 욜로 콘텐츠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가볍게 현상으로만 접근한다. 그런데 욜로는 현상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지금까지 나름의 철학이나 로망을 품고 있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이 성공한 예는 없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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