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광주MBC는 달랐다, 6월항쟁 특집 다큐 방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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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꽃이 피다>는 30년 전 뜨거웠던 민주주의 열망을 생생하게 전했다. 순차적인 기록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차근차근 담으며 ‘역사 교보재’ 역할을 충실히 했다. 또한 앞으로의 민주주의 발전을 바라는 희망까지 다룬 짜임새 높은 다큐멘터리였다. ⓒ 광주MBC 방송화면 캡처

MBC 구성원들이 무너진 공영방송을 되살리기 위해 온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가운데, 광주MBC가 6월 항쟁 특집인 묵직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방영했다. 본사 MBC 경영진이 PD들의 반발에도 6월 항쟁 다큐멘터리 제작을 막아선 것과 달리 민주주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는 다행히 달랐다.

 

광주MBC는 지난 10일 <6월 민주항쟁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민주주의 꽃이 피다>(기획 윤행석, 연출 이경찬)에서 1987년 6월 10일 전국적으로 벌어진 6월 민주 항쟁의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광주와 전라도 시민들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6월 항쟁 정신이 이어진 촛불 집회가 시사하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6월 항쟁은 고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숭고한 희생이 도화선이 됐다. 두 청년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은 독재 정권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제작진은 새 역사를 만들었던 전국 시민들의 투쟁을 복기하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의 연관성을 잊지 않았다. 6월 항쟁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이어진 ‘더 큰 광주항쟁’이었다는 것.

 

군부 독재 정권 연장을 위해 대통령 직선제를 회피하고 민주주의 열망에 불타있었던 시민들을 탄압했던 전두환 정권에 맞섰던 위대한 시민들이 우리 역사에 있었다. 그 시민들을 끈끈하게 뭉치게 만든 원동력이 광주에서 시작됐다고 바라봤다.

 

6월에 앞서 광주 천주교에서 단식 농성이 제일 먼저 있었다. 전국 단위 시위가 이뤄지기 전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종교계와 시민단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의 시작도 광주와 전라남도가 시작이었다. 이후 부산과 서울, 그리고 전국 각지로 민주주의 불길이 번졌다는 것을 이 다큐멘터리는 잊지 않았다.

 

<민주주의 꽃이 피다>는 30년 전 뜨거웠던 민주주의 열망을 생생하게 전했다. 순차적인 기록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차근차근 담으며 ‘역사 교보재’ 역할을 충실히 했다. 여기에 앞으로의 민주주의 발전을 바라는 희망까지 다룬 짜임새 높은 다큐멘터리였다. 광주MBC의 너무도 당연한 6월 항쟁 특집 다큐멘터리 방영은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이 ‘극우 보수 첨병’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MBC의 상황을 바라보면 더 의미가 깊다.

 

MBC 본사 경영진은 6월 항쟁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시킨 것도 모자라 연출인 김만진 PD에게 징계 조처까지 내렸다. KBS와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가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한 가운데 MBC 본사는 6월 항쟁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는 듯한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MBC에서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비정상'이 '정상'처럼 된 것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 편향적인 방송을 일삼으며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전현직 MBC 경영진의 행태는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 공영방송의 제기능인 공론의 장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오롯이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경영진과 맞서왔던 구성원들을 철저하게 짓밟은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구성원들은 신뢰도와 영향력이 크게 추락한 MBC를 다시 살리기 위해 최후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PD와 기자들이 MBC를 떠날 때 망가진 그곳을 떠나지 않은 것은 MBC를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는 '방송쟁이'의 자존심과 다름이 없을 터다. 이들은 징계를 각오하고 경영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 공영방송의 제기능인 공론의 장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오롯이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경영진과 맞서왔던 구성원들은 신뢰도와 영향력이 크게 추락한 MBC를 다시 살리기 위해 최후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징계를 각오하고 경영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 MBC본부

현재 MBC 구성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불공정한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한 경영진을 몰아내기 위해 체계적이고 전투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현직 경영진은 하나 같이 올바른 비판을 하거나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반발했던 구성원들에게 해고와 징계, 교육과 전보 등 부당한 인사 조처를 강행해 물의를 빚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당연하게도 '릴레이 승전보'를 울렸던 소송전에 이어 최근 고용노동부에 특별관리감독을 신청하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물론 경영진이 “'진보정당 선전'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주요 활동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와 산하의 MBC지부가 방송장악에 나섰다”라며 적반하장의 비난을 했지만, 다시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구성원들의 간절한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구성원들의 노력은 뜨거운 여름에도 여전히 춥고 깜깜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MBC를 국민의 바람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올해는 MBC 본사가 아닌 광주MBC가 6월 항쟁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지만, 내년에는 본사와 좀 더 많은 지역 MBC에서 6월 항쟁의 의미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정당하고 올곧은 목소리를 ‘노조의 방송 장악’이라는 억지스러운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MBC 경영진은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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