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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숨만 쉬어도 예능 아이템"…왜 변하지 않죠?

[한국여성민우회 연속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④ 연예산업 편/최지은(전 <아이즈> 기자) 이혜승 기자l승인2017.06.15 09: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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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는 노래, 내가 하는 게임, 내가 보는 방송프로그램…끝도 없이 쏟아지는 미디어 속 '여성혐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여성혐오'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면, 페미니스트들의 액션으로 미디어를 바꾸는 것에 힘을 싣고 싶다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가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라는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연속특강을 마련했다. (*여성혐오란 영어 미소지니(misogyny)에 대응하는 말이다. ‘misogyny’는 한마디로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증오하는 문화적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혐오, 증오, 적대, 사소화, 폭력, 성적 대상화 등 수많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남성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여성이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행할 수 있다. [출처 ‘교육비평 제38호-여성혐오, 페미니즘의 새 시대를 가져오다])

네 번째로 최지은 전 <아이즈> 기자가 연예산업 속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 [3.8세계여성의날기념 민우액션] #왜_때문이죠? ⓒ한국여성민우회

“기자로 일하면서 재밌는 거, 웃긴 거, 사람들이 ‘ㅋㅋㅋㅋㅋ’ 댓글을 달 기사를 쓰는 걸 좋아했다. 재밌는 걸 찾고 싶고, 재밌게 소개하고 싶고, 이 사람이 진짜 웃기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동민, 유세윤, 유상민, UV 기사를 많이 썼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장동민 인터뷰도 했다. 그때 ‘이 사람의 태도에 대해 기분 나빠해도 되는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이 사람의 무례함은, 웃긴 사람이니까 콘셉트를 가지고 막말하는 거라고 생각도 했다.

지나고 보니, 이 사람들이 팟캐스트이긴 하지만 여성에 대해 그런 발언을 엄청 했더라. 섹스를 할 때 여성의 태도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상황극을 하고...이들이 스타일리스트한테 심한, 폭력적인 말을 농담처럼 한 걸 알고 있었는데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난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기사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여성혐오 사회에 너무 일조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게 떠오를 때마다 모두가 그 기사에 대해 잊어줬으면 좋겠고, 네이버 서버를 폭파하고 싶다”

최 전 기자는 그렇게 ‘참회’를 하면서 지난 2년 가까이 한국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에 대해 비판해왔다. 하지만 같은 비판을 계속 하게 됐다. A프로그램에서 잘못된 문제가 B, C, D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기자로 일한다는 게 재미가 없어졌다. 그런 이유들로 지금은 일을 그만둔 상태다.

그런 최 전 기자가 그간 써왔던, 또 느껴왔던 것들을 토대로 연예산업 속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최지은 전 기자의 강의를 옮겨온 글이다. 일부 내용은 생략됐다.

▲ MBC <무한도전> 5월 20일 방송 ⓒMBC 화면캡처

여성 없는, 혹은 ‘어쩌다 있는’ 예능

MBC <무한도전>에서는 최근 ‘미래예능연구소’ 콘셉트로 방송을 진행했다. 여성 게스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미래 예능에도 여자는 없다는 얘기”라고 ‘촌철살인’을 남겼다.

2015년 최 전 기자는 ‘여성 없는 예능’ 기사를 썼다. 그런데 이후에도 여성은 예능에서 점점 더 사라지고 있었다.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박미선, 김원희 등도 주요 예능 무대에서 밀려났다.

새로운 예능이 시작되면서 ‘보도자료’가 오면 모두 남자들 얘기다. ‘~한 남자’, ‘수컷’, ‘~맨’이 헤드라인이다. 살림도 남자가, 딸 키우는 것도 남자가, 여행도, 놀러가는 것도 남자다. 과학도, 심지어 화장도 남성 중심이다. 남자가 ‘숨만 쉬어도’ 아이템이 되는 수준이다.

2016년 기준 YWCA 모니터링 결과 출연자 비율 중 남성이 66%, 여성이 33%를 차지했다. 연령 부문에서 남자는 3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40대, 20대 순인 반면 여성은 20대와 30대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40대 비율은 뚝 떨어진다.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최 전 기자는 최근 tvN <알쓸신잡>을 보며 다시 한 번 ‘아 허무하다...’라고 느꼈다. 첫 화에서부터 일단 ‘나이 있는 남자’ 분들이 술자리에 둘러앉아 술 취한 얼굴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모여서 말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권위를 부여하는 건 아닌가. 우리가 사적 모임에서도 ‘남자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가를 생각할 때, 더더욱 이런 그림은 보기 싫다고 느낀다.

혹자는 이들이 인문학을 말한다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이 말하는 걸 인문학으로 봐주는 것 아니냐는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 만큼 지식이 더 쌓이기도 하고, 전문성을 갖는 것은 맞지만 그걸 남자가 말할 때만 더 권위가 생기고, 신뢰도 생기고, 심지어 재밌다고 느낀다.

물론 여성 출연진이 있는 예능도 존재한다. 하지만 주로 중심에 서지 못하고 홍일점, 꽃병풍, 치어리더, 막내 역할을 한다. KBS <해피투게더>에 여성 배우가 게스트로 출연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사람이 앞에 있는데 ‘피부가 너무 좋다’, ‘여배우라서 너무 예쁘다’ 등등 계속 ‘대상화’한다. 젊고 예쁜 여자를 앉혀놓고 칭찬하면서 “우린 할 걸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JTBC <아는형님>(2016년 2월 6일 방송) ‘여성 예능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편에 출연한 박미선, 조혜련, 이지혜, 신봉선, 박슬기 등 여성 예능인들은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JTBC 화면캡처

한국 예능에서 출연자들이 공유하는 코드 중 큰 부분이 ‘형동생’ 문화다. 여성은 형동생에 끼워주지 않는다. 유부남들은 ‘결혼하면 인생 끝’이라는 코드를 공유한다. 여성은 결혼을 해도 낄 수 없고, 안했어도 낄 수 없다.

그 안에서 나이 있는 남성과 죽이 잘 맞고, 센스있게 받아치는 여성 출연진도 나온다. 하지만 결국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게 된다. 최근 김정민과 김구라의 예시가 그렇다.

여성들이 진출한 예능은 주로 ‘소비’의 영역이다. 패션, 뷰티, 맛집탐방 등등.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전문성이 없는 남자 셰프까지 나왔지만 여성 셰프는 좀처럼 발굴하지 않는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2014년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처음 여성 셰프가 나온 시점이 1년 반이 지나서였다.

여성 예능인이 실제로 ‘재미가 없어서’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성 예능인은 열심히도 해야 하고, 성실한 모습도 보여야 하고,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와중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송은이와 김숙은 "아이와 시어머니가 없어서 예능을 못한다"며 자발적으로 팟캐스트를 만들었고, 입소문을 타며 성공했다.

남자들의 부족함은 부족한 만큼 예능이 된다. 남성 예능인들의 ‘무식함’은 아무도 오래 기억하지 않지만, 여성들이 잘 모르는 것에는 엄청나게 실망하고 계속해서 기억한다.

한국 여성 예능인 중 이효리를 내세운 SBS <매직아이>는 맥없이 내려갔다. 당시 사람들은 이효리가 똑똑하게 자기 생각을 가지고 말하는 걸 너무나 미워했다. 과거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잘 놀고 씩씩한 모습까지는 좋아해줬지만,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별로 좋아해주지 않고 허무하게 사라졌다.

남성과 여성 연예인에 대한 과오의 ‘허용치’도 너무나 다르다. 도박혐의가 있는 남자들은 ‘양아치’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방송에 나온다. 그런 점들을 가지고 농담을 하며 예능을 한다. 음주운전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도박과 폭력은 몇 년이 지나면 ‘힘내’라는 식이 된다. 반면 본인의 실수도 아닌 남편의 실수로 오랫동안 방송에 나오지 못한 여성 연예인들이 있다.

‘건전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여성예능이 과연 한국사회에서 가능할까.

▲ 영화 <원더우먼> 4D 프로모션에 여성혐오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유세윤이 등장했다. ⓒ영화 <원더우먼> 프로모션

여성혐오X프로모션

여성혐오로 논란이 됐던 이들은 각종 프로모션에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 3월 넷플릭스 드라마 <아이언피스트> 한국 프로모션 모델은 유세윤이었다. 많은 이들이 항의했지만, 일부에서는 ‘그만 좀 해라’, ‘언제 적 잘못으로 아직도 뭐라고 하냐’ 등의 반응도 있었다.

최 전 기자는 이런 상황들이 모두 “황당하다”고 말하며 “이 사람들이 우리가 모르는 ‘Only one’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커리어가 확 꺾인 적도 없었다.

최근 영화 <원더우먼> 4D 프로모션에도 유세윤이 등장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영화인데 ‘굳이’ 등장했다. SNS 등에서 논란이 커지자 관련 영상은 삭제됐다. 하지만 사과는 없었다.

영화 <히든피겨스>는 홍보 당시 ‘대한민국 100인 추천’을 걸었다. 그때 헤드라인에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추천사가 있었다. 과거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스트가 더 위험해요’라는 칼럼으로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게다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한 여자만 보고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던 <광수생각>의 박광수 작가 추천사도 껴있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2015 성별∙고용형태별 종사자 현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왜 변하지 않을까?

연예산업 분야에서 이토록 오랜 기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지만 왜 변하지 않는 걸까.

최 전 기자는 방송 산업 내 성비 불균형 문제를 들었다. 일단 제작진이 여성혐오 발언을 한 출연자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다. 혹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PD의 경우 남성이 64%를 차지한다. 그중 간부층에서 남성 비율은 94%에 달한다.

방송계 안에도 남성 네트워크가 강하다. 논란이 일어도 같이 일하는 동료, 제작진이 문제 삼지 않는다. 제작진은 “캐릭터성이 있다”고 항변한다. 일부는 ‘노이즈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남성의 과오는 유독 섬세하게 분리된다. ‘저기서 한 거니까 지나간 일이다. 지금은 잘하고 있지 않나’라는 식이다. 남성들이 서로 변호해준다.

강의 중 플로어에서 한 사람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패널이 네다섯 명 나오고, SBS <영웅호걸>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몇 년 사이 남성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어 버렸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 전 기자는 ‘왜’라는 부분이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데 개중에는 ‘무한도전의 큰 성공’ 여파가 있기도 하다고 답했다. 당시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은 ‘남자들의 좌충우돌’, ‘형동생’ 하면서 재밌게 놀러 다니는 콘셉트로 시청률을 30% 이상 넘겼다.

방송계가 어려워질수록 ‘여자를 쓰다가 망하느니 안전하게 남자로 가자’는 결정도 너무 쉬워졌다. 또 사람들이 여성 출연진에 대해 부정적 의견들을 더 빨리 즉각적으로 내놓다보니, 제작진은 여성 출연진을 넣었을 때 리스크를 느낀다고 답하기도 한다.

그래서 최 전 기자는 ‘이유 없이 여자를 미워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한다. 시청자로서 남성의 과오에 너무 관대하고 여성의 실수에 유독 가혹하지는 않은지, 특정 연예인이 내 마음에 안들 수는 있는데, 그게 그 사람이 잘못해서인지, 단지 저 사람과 내가 안 맞아서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 56회 '나의 여성차별 드러내기 ver.2017' ⓒ한국여성민우회

우린 뭘 해야 하지?

그럼 시청자로서, 소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최 전 기자는 본인이 직접 행동한, 혹은 주변의 행동으로 변화를 경험한 사례를 소개했다.

우선 ‘항의 표시’와 ‘불매운동’을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유세윤을 모델로 내세운다면 구독을 해지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영화 <원더우먼> 프로모션 당시에도 SNS에 ‘이 영상이 기분이 나쁘다’는 의사표시를 한 명이라도 더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됐다.

방송과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을 수 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원 9명이 전부 남성이고 평균 나이는 64세다. 이들은 성의를 가지고 심의를 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이런 점이 기분이 나쁘다는데 뭐가 기분 나쁜 건지 모르겠다. 문제없음’ 결론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을 알고 꾸준히 모니터 일을 해주는 시민 단체들을 지지해줄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부당한 시스템에 대해 성명을 내고 항의방문을 하는 단체들이 있다. 이들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또 때로는 ‘옳은 프로그램’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최 전 기자는 “사람이 항상 옳은 것만 소비하고 살 수 없으니 소비는 하자. 다만 나의 소비로 인한 영향력이 과연 무엇일지, 또 사회에 해를 끼치는 콘텐츠를 돈을 주고 볼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 프로그램을 추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다각도의 상황에서 고민을 하자”고 제안했다.

최 전 기자는 끝으로 “변화의 동력이 있을 때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관심이 있고 기회가 왔을 때 치고나가지 않으면 금방 밀린다. 할 수 있는 일을 기회가 왔을 때 많이 하자”고 독려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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