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 30년…“공영언론 내부 개혁 위해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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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 공영방송의 몰락, 한국PD연합회의 책임”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가 창립 30주년과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동시에 맞아 ‘촛불혁명과 PD연합회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상파를 비롯한 여러 방송사의 전‧현직 PD들과 언론‧예술계 학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한국PD연합회의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반성과 자기비판, 그리고 향후 한국 언론과 PD들이 나아갈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9월 5일 창립 30주년을 맞는 한국PD연합회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특별 좌담회를 개최해 ‘촛불혁명과 PD연합회의 미래’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정길화 MBC PD가 사회자로 나서고,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SBS PD)과 류지열 KBS PD협회장을 비롯해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 이강택 KBS PD, 오행운 MBC PD, 박재철 CBS PD, 김력균 OBS 경인TV(이하 OBS) PD등 전‧현직 PD, 그리고 학계를 대표해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과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방송영상과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올해는 6월 항쟁 30주년이자 한국PD연합회 30주년으로, 지향해 왔던 바를 결산하면서 동시에 변화된 정서에 맞게 새로 갈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며 좌담회의 취지를 밝혔다.

사회자 정길화 MBC PD는 “알다시피 박근혜 정권이 1년 단축돼 총 9년이 됐다. 그 가운데 방송은 사실상 신권위주의 하에서 언론 탄압 내지는 언론 유린을 당했고, 이는 국정 농단으로 이어졌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가) 이명박, 박근혜 시기 소중했던 10년의 기회를 지키지 못했다는 반성적 성찰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 지난 13일 한국PD연합회 주최로 '6월항쟁 30년, PD연합회 30년-촛불혁명과 PD연합회의 미래' 특별좌담회가 열렸다. ⓒPD저널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촛불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촛불집회 전후로 대두된 언론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게 된 데는 공영 언론, 특히 PD들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체로 동감했다.

이강택 KBS PD는 “촛불혁명은 공영미디어나 공영방송이 아무런 기여를 못 하는 상황에서 그걸 뚫고 이뤄졌다.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촛불혁명이 1987년 체제를 완성하며 동시에 종결짓는 묘한 위치에 있다고 할 때, 이걸 미디어 차원에서 보면 촛불혁명은 그 동안 주류 미디어로서 위상과 역할을 담당했던 공영방송 위상의 저하, 몰락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규찬 한예종 교수는 “촛불혁명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민주정치가 처한 재난적 사태의 중추적 핵심, 혹은 원흉으로 언론, 공영방송이 지목됐다”며 “(언론이) 범죄 집단화했던, 게이트화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행운 MBC PD는 앞선 의견들에 동의하며 나아가 정보 공유주체였던 공영방송과 수용자였던 시청자의 관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오 PD는 “촛불혁명 과정 속에서 실제 시청자(audience)의 확실한 태세전환, 성격 전환이 표출됐다”며 “사실은 그 동안 (언론이) 미디어 수용자들을 대단히 수동적이고 몰개성적인 집체라고 봤지만, 지금 그들은 콘텐츠를 생산‧유통‧검색해내는 집단적 형태의 개별적 유저(user)다. 미디어를 다루는 사용자(유저)다. 그게 촛불혁명을 통해 폭발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공영방송이 미디어 수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그 위상이 하락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나아가 일부 참석자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PD연합회의 역할 재고(再考)와 제고(提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한국PD연합회는) 초기 민주화 투쟁기에 세련되고 감각적인 담론을 주도하고 지배했다. 미디어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생산해 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제도적 민주화가 정착되자 (한국PD연합회는) ‘끝난 것처럼’ 방심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PD연합회가 대형화, 권력화, 제도화되기 시작하면서 시민사회 일각에선 PD연합회에 대한 불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한국사회가 해체되고 위기를 맞이했을 때, 한국PD연합회는 다른 대학 공간, 언론인 사회와 마찬가지로 몰락했다. 지상파 중심주의, 자사이기주의, 엘리트 중심주의가 팽배했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정확하게 보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역사에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PD연합회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력균 OBS PD는 “통렬한 자아반성도 해야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한국PD연합회는 정의에 가까운 사회에 대해 지지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한국PD연합회가 앞에 치고 나가서 ‘우리가 어떤 성과를 이뤘다’고 하면 좋겠지만, 나름대로 지원‧연대 조직으로서의 역할엔 충실했다. 그 동안 한국PD연합회가 PD들 내부에서 (공감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느슨하나마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동시에 ‘이 달의 PD상’, ‘한국PD대상’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려 했던 PD들과 그들의 콘텐츠를 지지해 줬다”고 평가했다.

내부 적폐에 눈 감아온 공영언론…한국PD연합회가 앞장서서 바꿔야

이후 참석자들은 한국PD연합회가 방송 현장에서 보다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PD연합회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방송사의 연합회 가입,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개선, 내부 개혁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강택 KBS PD는 “한국PD연합회 차원에서 궁극적, 본격적으로 종편 PD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지형이 변동되면서 지상파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공영방송 PD들이 공영방송 PD 중심 블록으로 포위돼 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시야도 좁아진다”며 종편 PD들의 한국PD연합회 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한국PD연합회에는 지상파 방송 3사를 포함해 CBS, BBS, tbs, OBS, 아리랑국제방송, 한국경제TV, 뉴스타파, YTN 라디오, 한국독립PD협회 등 21개 회원사의 회원 3천여 명이 가입돼 있으나, CJ E&M 계열 케이블 방송사와 JTBC‧채널A‧MBN‧TV조선 등 종편 채널은 한국PD연합회 소속이 아니다. 이들의 한국PD연합회 가입은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일각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다른 PD 패널들은 한국PD연합회의 근본적인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오 PD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욕을 많이 먹는 집단이 검찰과 방송사다. 두 집단은 도제 시스템에 의해 후배를 양성한다는 것과 내부 적폐에 지속적으로 눈을 감아왔다는 유사점이 있다”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PD들도 방송이 안 나갔다는 이유로 작가, 프리랜서들에게 돈 안 주고 그런다. ‘이게 회사 방침이자 시스템’이라고만 한다. 오히려 이런 문제에 앞장서서 싸워주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이런 경우 한국PD연합회가 앞장서서 양심을 받들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PD) 스스로 자긍심과 만족감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재철 CBS PD는 오 PD가 언론을 ‘검찰’에 비유한 것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PD는 “검찰이 자체개혁, 자체성찰을 못해 외부적 개혁 대상이 된 것 아닌가. (언론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방송사들이 도덕적 정당성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사내에서 그걸 지키고 있는지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얘기하지만 외주제작사 문제를 갖고 있고, 보도‧편성 자율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언론은 거기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며 “공영언론이 정당성에 대한 성찰을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미 미디어 수용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서 굳이 KBS 안 본다고 한다. JTBC 보면 된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PD연합회의 중요한 화두는 ‘자체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외부 개혁은 소용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은 “현직 한국PD연합회장으로서 오늘 나온 지적들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시된 방향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PD연합회가 뭘 해야 되느냐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공감대를 맞춰 나가며 함께 하자”고 덧붙였다.

한편, 좌담 전문은 11월 말에 발행되는 한국PD연합회 30년사에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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