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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아나운서, ‘개념 없는 DJ’로 기억되고 싶은 이유

[라디오스타 시즌5] ⑦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이혜승 기자l승인2017.06.20 09: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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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조정식 DJ ⓒ김성헌

“'자기 즐거운 맛에 라디오를 진행했는데 그래서 더 청취자들이 즐거워했던 것 같다'는 DJ로 남고 싶다. 지금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도 내가 아나운서라는 생각은 아마 거의 안 할 거다. 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라디오를 할 때만큼은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다른 직업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개념 없는, 항상 편안하고 재밌게 놀았던 DJ로 기억되고 싶다”

새벽과 아침 사이, 고요함을 깨우는 목소리가 있다. 홀로 ‘깨방정’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고, 별안간 랩을 하기도 한다. 평일에는 게스트도 없이 두 시간을 오롯이 청취자와 함께 한다.

아침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는 SBS <조정식의 펀펀투데이>(연출 윤의준, 작가 차명선·한혜진, 이하 <펀펀투데이>) 조정식 DJ가 라디오의 아침을 앞당겨왔다. 청취자들이 새벽 근무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혹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있는 ‘피곤한’ 시간,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고요하게 시작된다. 하지만 <펀펀투데이>는 다르다.

잠을 깨우는 라디오에 하나둘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느덧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하며 그들만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최근 목동 S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이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조정식 DJ를 만났다. 조정식 DJ는 <펀펀투데이> 이전부터 SBS 파워FM <사운드 오브 뮤직>, <FM zine>을 거치며 새벽 시간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인지도를 쌓아왔다.

특히 본방송 뿐 아니라 팟캐스트를 겨냥해 '잡지' 형식을 표방하고 시작한 <FM zine>에서 그는 편집장 ‘알렉산더 조’를 맡으며 다양한 모습을 뽐냈다. 조정식 DJ는 그때의 경험들이 ‘자산’이 돼 지금의 <펀펀투데이>가 있다고 말한다.

▲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조정식 DJ ⓒ김성헌

“뉴스 때문에 새벽 출근을 많이 해봤다. 이 시간에는 에너지 넘치게 하면 성가시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고, 일터로 향하는 마음이 무서워서 밝은 노래를 들으면 성가실 때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터로 향하는 마음이 너무 괴롭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잠을 깨워주고 억지로라도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누군가를 찾는 수요도 분명히 있다.

‘FM zine’을 할 때는 한 시간 동안 웃고 떠들며 놀았다. 아침에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떠들면 성가시겠지만, 하루에 서너 곡 노래를 하는 건 잠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싫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걸 좋아해주는 분들이 분명히 있더라”

조정식은 <펀펀투데이> 청취자들은 재밌는 걸 좋아하고 본인이 재치가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감성이 없는 분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응원 받고 싶은 분들, 힘내고 싶고 원래 파이팅이 있는 사람인데 촉매제가 필요한 분들이 많이 들어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와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들이 내 방송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아침이면 ‘다 때려 칠까’ 하는 생각도 평범하게 하고, ‘그래도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기왕 할 거 재밌게 하자, 오늘도 힘내서 하루를 지내자, 라고 생각하는데 아침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같이 들어주시고 또 힘을 내시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조정식은 방송에서 청취자들과 허물없이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건네는 듯 하지만, 처음 청취자에게 장난스러운 코멘트를 던졌을 땐 걱정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청취자 '김근아 씨'가 기억에 남는다. 그분 문자 내용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드럽게 재미없다. 어떻게 아침부터 힘 빠지는 문자를 보내시느냐’고 장난을 쳤는데, 사실 그러고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속상해서 상처를 받으시면 어떡할까 싶었는데, 계속 코드에 맞춰서 재미없는 문자를 일부러 보내주시더라. 그래서 정말 고마웠다. 라디오를 하면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놀렸던 분인데 오히려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고정적으로 문자를 보내주고 사연을 보내주는 청취자들이 모두 기억난다는 조정식은, 한참 동안 청취자 이름을 헤아려보더니 인터뷰에서 혹시 빠지는 이름이 있으면 서운해 하실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조정식 DJ ⓒ김성헌

어느덧 4년차 ‘아나운서 DJ'

조정식 아나운서는 이전 프로그램들까지 합쳐 햇수로 4년차 DJ가 됐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기 전에도 주로 저녁,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DJ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특히 새벽 시간대 라디오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새벽, 아침 프로그램을 맡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다 SBS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케이윌의 대단한 라디오>, <김창렬의 올드스쿨> 등의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SBS 라디오계에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이후 새벽 4시에 시작하는 SBS <사운드 오브 뮤직> DJ 자리에 처음으로 앉게 되며 이런저런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당시 첫 방송 오프닝 코멘트를 기억한다.

“라디오는 매일 진행해야 하고, 또 내 얘기를 생방송으로 쭉 말해야 한다. 그럼 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때 주변 지인이 ‘넌 내가 봤을 때 말실수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텐데,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그냥 편안하게 얘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해주었다. 그 말을, 그대로 오프닝에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좋은 DJ가 될 것’이라고”

특히 새벽 시간만을 전담해온 조정식 DJ는 “이 시간대에 나처럼 이렇게 오래 머문 DJ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그 시간에 오는 문자, 성별, 나이, 하는 일만 봐도 지금 무슨 일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겠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대부분 진행을 맡고 있는 요즘 라디오 프로그램 사이에서 ‘아나운서 DJ’가 가지는 경쟁력은 뭘까. 그는 “연예인이라고 하면, 보통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취자와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갔을 가능성이 큰데 아나운서는 그렇지 않다”며 “아나운서는 연예인이 아닌 회사원에 가깝기 때문에 청취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아무래도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개인적으로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가지는 ‘똑똑하고 바른 이미지’ 덕분에 부족한 모습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조정식은 “청취자들이 ‘그래도 저 사람이 아나운서인데 다른 장점이 있겠지’라고 생각해주지 않을까”라며 “그래서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부족한 게 정말 많다고 항상 얘기하는데, 이런 부족한 DJ를 잘 보듬어주시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SBS

물론 아침 시간 매일 활기찬 분위기의 라디오를 진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지금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오랜 시간 곁에 있었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다. 2002년, 조정식 DJ가 열여섯 살이었던 때부터 함께 자란 강아지는 지금 기운 없이 보내는 날들이 많다.

그동안 가까운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는 걸 경험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그는 “요즘 하루에도 두세 번씩 고민한다. 라디오는 매일하는 거고, 강아지랑 이별하는 날에도 해야 할 텐데...강아지가 죽어도 자기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점들이 제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람이니까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쳐지는 날고 있고, 정신적으로 피폐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잔잔한 라디오를 하는 다른 DJ가 굉장히 부러울 때도 많다”면서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어두운 마음으로 와서 오늘 어떡하지 걱정이 되는 날도 막상 라디오를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수들은 ‘무대뽕’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결론은 발걸음이 무겁게 와도 즐거워지고, 또 아침 프로그램이다 보니 그날 하루도 잘 풀리고 선순환이 되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 SBS 파워FM <조정식의 펀펀투데이> 조정식 DJ ⓒ김성헌

"퇴근길 '욕하는 라디오' 해보고 싶다"

조정식 DJ는 출근 시간 라디오만 했으니 이제는 퇴근 시간 라디오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퇴근 시간 함께 허심탄회하게 ‘욕하는 라디오’를 해보는 것이 하나의 바람이다.

“아침에는 욕을 할 수 없다. 기분이 좋았던 사람들도 오히려 속상해질 수 있다. 하지만 퇴근길에는 수요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오늘 겪은 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욕하는 라디오를 해볼 수 있다. 래퍼들이 ‘컨트롤비트’ 디스전을 하는 것처럼, 부장님이나 팀장님에 대한 욕을 해보는 거다. 사람들끼리 제일 친해지는 방법이 남 욕하는 것 아닌가”

지난 4년 동안 새벽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FM zine> 생방송을 했던 날이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언젠가 공개방송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아침 프로그램 특성상 지금까지 공개방송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라디오는 학창 시절 교실에서 친구들과 같이 선생님 흉내도 내고, 서로 따라 하기도 하면서 노는 느낌과 비슷하다. 그래서 공개방송을 하게 되면 청취자의 사연을 직접 청취자 목소리로 듣고 싶다. 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지 않나. 글로 옮길 수 없는 사람 톤이. 지금은 활자만 보니까 내 마음대로 재단해버리는 부분이 많은데, 청취자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직접 사연을 들어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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