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버스킹', 지역 버스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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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국내 최초’ 버스킹 프로그램,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현장 ⓒPD저널

해가 저물어가는 영주 소수서원 앞마당 한 자락에서 우렁찬 성악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0명 남짓한 사람들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순식간에 숲속 음악회 현장으로 변신했다. 그냥 지나쳐가던 사람들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부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작진에게 무슨 공연이 있느냐고 연신 물어왔다.

이내 카바레트 음악과 밴드 음악을 접목한 ‘카바밴드’가 약 1시간 동안 오페라, 가곡, 가요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카바레’의 의미가 다소 왜곡됐지만, 본래 프랑스에서 ‘카바레트’란 작은 무대공간에서 음악과 식사를 함께 즐기고 때로는 유머를 곁들이는 공연을 의미한다. 생소한 멜로디에 궁금증 반 기대감 반의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은 곧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연을 즐겼다.

<PD저널>은 최근 영주 선비문화축제가 펼쳐지는 공간 근처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는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촬영 현장을 찾았다. ‘국내 최초’ 버스킹 프로그램 <청춘버스킹>은 지난 8월부터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대구, 경북 지역의 다양한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을 소개해왔다.

대구에서 20여 년 간 활동해왔다는 카바밴드의 김주권 카바레티스트는 공연을 막 끝마친 후 “유럽에는 거리악사들 중에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런 분위기를 대구, 경북 지역에서 만들고자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며 “예상했던 것보다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 영주, 경북 관객들과 음악을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현장 ⓒPD저널

그동안 광주MBC <난장>, KBS춘천 <올댓뮤직>, UBC 울산방송 <뒤란> 등 평소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유명 뮤지션들의 무대를 마련하며 사랑받아온 지역 음악 프로그램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 뮤지션’을 소개하는 자리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았다.

<청춘버스킹>은 지역에서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을 조명한다. 지난 2월부터 새롭게 <청춘버스킹>을 이끌고 있는 전병준 PD는 “시작은 단순했다. 대구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들의 공연을 실시간 녹화처럼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목적이었다”며 “지금은 단순히 공연 중계 형식이 아니라, 출연하는 사람들과 공연의 장소성을 살리며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여러 인연으로 만나 함께 음악을 하는 버스킹 팀이 제법 많다. 아직 <청춘버스킹>에 출연하지 못해 ‘줄 서 있는’ 뮤지션들이 여럿 있다.

전병준 PD는 “그들 사이에서 제작진이 간택을 해야 한다고 소문이 난 것 같더라”라며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부르려고 하고, 일부 팀들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가 적절한 장소가 기획됐을 때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5월 12일 방송 ⓒTBC 대구방송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5월 12일 방송 ⓒTBC 대구방송

대구에는 현실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전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생업을 하면서 음악을 이어가는 이들은 많다. 직장인밴드 개념이 아니라, 음악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음악활동에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는 식이다.

대구 출신 뮤지션 중 서울로 진출해 성공한 이들도 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신현희와 김루트’, '볼빨간 사춘기'도 대구와 경북 출신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팀들도 많다. 전 PD는 특히 이런 뮤지선들을 주의깊게 바라보며 단순히 방송을 통해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서, 방송이 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대구 동성로, 김광석 거리, 수성못 등 ‘전통적’ 대구 버스킹 명소를 벗어나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제안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유채꽃이 펼쳐진 대구 하중도에서 촬영했던 밴드 ‘CANO’의 경우도 그랬다.

기존에는 한번도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지 않았던 장소였지만 <청춘버스킹> 팀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 공연이 이뤄졌다. 현장에서 공연을 본 이들은 물론, 공연을 펼쳤던 뮤지션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 이밖에도 <청춘버스킹>은 공항, 대구예술발전소 등 버스킹이 이뤄지지 않았던 실내 장소들도 물색해 새로운 분위기의 버스킹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5월 19일 방송 ⓒTBC 대구방송

이처럼 <청춘버스킹>은 정해진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달리, 버스킹 장소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시청자에게는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참여하는 뮤지션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된다.

전 PD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보면서 이야기도 들어보고, 그들이 하고 싶은 공연을 생각하는 한편 단순히 편한 공연이 아니라 뮤지션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형태로 제작진이 좋은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청춘버스킹>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음악 그 이상의 의미를 주고자 한다.

전 PD는 “이들이 왜 음악을 하는지를 듣다보면, 시청자들도 내 인생에서 저들처럼 열심히 하려고 한 게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나와 관계없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순간을 통해 나는 어떤 걸 하며 살고 있는지, 소중한 게 무엇인지,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것들도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5월 26일 방송 ⓒTBC 대구방송

이제 <청춘버스킹>은 음악 장르와 장소를 다양화해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통기타 혹은 밴드 음악을 넘어 클래식, 드럼 배틀, 선배 기타리스트와 20대 기타리스트의 즉흥 연주 등을 염두에 두고 기획 중에 있다.

또 노동현장, 요양원 등의 특정한 장소로 가 위로와 위안이 돼주는 기획도 중이다. 한편으로는 버스킹에 두려움을 느껴 한 번도 버스킹 무대에 서보지 못한 뮤지션들을 위해 ‘버스킹 데이’를 마련해 누구든지 올라가 ‘첫 버스킹’을 <청춘버스킹>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획도 고려하고 있다.

전 PD는 “뮤지션들에게는 계속 자기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로, PD들에게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에서 만나는 음악 프로그램, ‘청춘버스킹’ 하면 TBC가 떠오를 수 있는 지역 음악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은 매주 목요일 밤 12시 30분에 방송되며 재방송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30분에 방송된다. ‘카바밴드’의 버스킹 현장을 담은 <청춘버스킹>은 오는 22일 밤 12시 30분에 방영될 예정이다.

▲ TBC 대구방송 <청춘버스킹> 제작진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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