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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30년, 언론운동 30년④] 적폐세력 집권과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l승인2017.06.22 10: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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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2008~2012), 박근혜(2013~2016)의 언론 농단

 

공영방송의 추락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보며 “이미 황폐해진 땅에서 썩은 꽃이 피어났다”고 개탄한 게 기억난다. 이명박 · 박근혜 집권 기간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극적 자살 등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언론운동이 이 세월을 살아남아 앞날을 기약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경이롭게 느껴질 지경이다. 9년 동안 그들이 언론에 대해 저지른 범죄는 열거할 수 없이 많지만, 큰 흐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은 2008년 YTN을 장악하면서 구본홍 · 배석규를 앞세워 6명의 기자를 해고했다. 이 중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등 3명은 아직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 KBS 정연주 사장과 MBC 엄기영 사장을 양아치 수법으로 끌어내리고 자기 아바타를 앉혔다. 특히 “청와대에서 쪼인트를 까인” 김재철의 패악은 상상을 초월했다. 김제동, 김미화, 김종배 등을 방송에서 퇴출시켰고, 최승호 · 한학수 등 유능한 PD를 프로그램에서 배제했고, 손석희 앵커가 MBC를 떠나도록 압박했다. 김재철은 방송 농단과 함께 심각한 횡령, 배임을 저질렀지만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었다. 김재철은 반드시 다시 수사해야 할 언론적폐다.

 

MBC의 수난, <PD수첩>

광우병 보도에서 <MBC스페셜> ‘6월항쟁’ 편까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의혹은 2008년 광장을 촛불로 달구었다. <PD수첩>은 이명박 정권에겐 눈엣가시였다. 김보슬, 이춘근, 조능희, 송일준 PD와 김은희 작가가 검찰의 보복 수사를 받았다. 최승호 PD는 이런 조건에서도 4대강 의혹과 검찰 비리를 끈질기게 파헤쳤다. 2012년 노조는 김재철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 파업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정영하 위원장과 최승호 · 강지웅 PD, 박성제 · 박성호 · 이용마 기자가 해직됐다. 특히 이용마 기자는 해직 이후 복막암이 생겨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있다.

 

MBC 부역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했던 고영주 이사장의 비호를 받으며 “MBC의 유전자를 바꾸겠다”고 공언했고, 눈에 거슬리는 기자 · PD · 아나운서 200명을 제작과 관계없는 부서로 유배시켰고, 고분고분한 대체인력으로 방송을 사유화했다. 그 과정에서 바른 소리를 하는 직원들은 가차없이 징계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 MBC 취재진은 시민들의 욕을 먹으며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적폐세력의 지배 하에서 MBC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군소방송으로 전락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4월 27일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윤길용, 고영주, 김광동 등을 사기,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비선실세 정윤회와 모의하여 뉴스는 물론 드라마까지 농단한 안광한은 검찰 수사와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2월 여론의 반대를 거스르며 사장에 취임한 김장겸은 언론탄압의 희생양 코스프레를 한 채 극우 세력의 디딤돌로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김장겸과 부역자들은 검찰 수사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차대전 직후 프랑스 드골 정권은 작가 언론인 32명을 재판에 회부하여, 12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7명을 처형했다. 좌파 인사들이 관용을 주장한 반면, 우파 인사들이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특이하다. MBC 부역자를 포함, 3차에 걸쳐 언론 부역자로 꼽힌 101명은 반성하지 않을 경우 관용은 불가능하다.

 

종편 탄생과 <뉴스타파>의 활약

2011년 이명박 정부의 특혜 속에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4개의 종편 채널이 탄생함으로써 한국 언론의 지옥도가 완성됐다. 막말, 혐오표현, 가짜뉴스가 TV에서 여과없이 난무하는 세상이 됐다. 2012년 “5.18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나타났다”는 TV조선과 채널A가 생산한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일부 탈북자들과 극우 논객 지만원의 허황된 주장을 여과없이 방송한 사례다. 정당한 표현의 자유는 100% 인정해야 하겠지만,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국정원 댓글공작 속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종편 탄생으로 확고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은 박근혜 당선에 큰 몫을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민주노총 지도부와 철도노조 파업 노조원들을 체포한다는 명분으로 경향신문 사옥에 경찰을 투입, 언론에 대해 무도한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비호 아래 KBS와 MBC 경영진은 맘껏 방송을 사유화했고, 그 어둠 속에서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왜곡, 블랙리스트를 통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국정농단이 아무 거리낌없이 자행됐다. 종편TV들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조금씩 다른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이 지옥에서도 언론운동을 꿋꿋이 이어온 동료들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뉴스타파>는 종편으로 황폐해진 이 땅에 오아시스가 되어 주었다. <뉴스타파>는 2012년 1월 MBC 이근행 PD와 YTN 노종면 기자 등 해직자들이 방송을 시작했고, 젊은 기자와 PD를 충원하고 최승호, 최경영, 정유신 등 해직 방송인들을 영입하여 공영방송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의 어마어마한 패악을 <뉴스타파>는 충실히 고발하고 기록했다. 최승호 PD는 <자백>과 <공범자들>, 김진혁 교수(한예종, 전 EBS <지식채널-E> PD)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등 영화를 통해 언론 현실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를 비롯, 정봉주 · 김용민 등이 팟캐스트의 스타로 떠올랐다. 2013년 창립된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언론의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동아투위 선배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을 기념하여 자유언론실천재단을 결성, 언론자유를 위해 헌신 ‧ 희생한 언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한다”는 모토 아래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언론노조 등 30여개의 단체들이 동아투위 선배들과 함께 하고 있다.

 

KBS 정상화와 언론 개혁

KBS 정상화는 언론 개혁의 최대 과제일 것이다. 이명박의 첫 번째 아바타 이병순은 KBS 내의 양심세력들을 지역총국과 비제작부서로 쫓아내고 <미디어포커스>, <생방송 시사투나잇>을 폐지했다. 김인규는 “KBS에서 PD 300명 들어내도 문제없다”고 호언한 뒤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강제이관하여 고사시키려 했다. 길환영은 <다큐극장>을 신설하여 박정희 찬양을 일삼다가 2014년 세월호 보도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사임했다. 조대현은 일베 기자를 채용하고 이승만 보도 관련 징계성 인사를 강행하여 뉴라이트 이사장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로 박근혜의 호감을 사려고 전전긍긍했지만 연임에 실패했다. 지금의 고대영은 박근혜 ·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에서 특종을 고의로 낙종시켰고, 대선보도에서 뚜렷한 편파보도를 일삼아 사원들 88%의 불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KBS 구성원들은 지난주부터 고대영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언론도 공범이다”

이병순 - 김인규 - 길환영 - 조대현 - 고대영 사장으로 이어진 KBS 적폐의 일대기는 KBS 새노조가 백서를 준비하고 있으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명박 · 박근혜 시기의 언론적폐는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재벌, 검찰 · 경찰 · 국정원, 군부, 대학 등 이 사회 곳곳의 적폐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촛불집회에서 “언론도 공범”이라는 구호가 나온 것은, 언론이 이 사회의 모든 적폐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적폐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언론운동은 단순한 부문운동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우리 자신을 ‘부문’의 구획에 가두는 순간, 이 나라의 개혁 동력은 분열된다. 6월항쟁 이후 30년, 자본과 권력은 하나로 단결돼 있는 반면, 우리는 모두 부문운동으로 분산되어 있었다. 지난 세월, 구심점을 상실한 민중들이 거리마다 따로따로 집회하는 모습 - 농민, 노동자, 은행, 대학, 언론 - 을 신물 나게 보아 오지 않았던가! 언론 운동은 ‘부문운동’이 아니라 ‘모든 개혁을 가능케 하는 바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언론개혁은 모든 적폐청산의 기반에 되는 제1의 적폐청산이어야 한다.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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