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입력 2017.06.23 11:29
  • 수정 2017.06.26 10:50

SBS 조욱희PD는 왜 ‘스마트폰을 든 테러리스트’에 주목했나 [인터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소식과 정보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을 접하는 창구인 미디어를 올바르게 수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 ⓒ 나남

“청소년이 미디어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미디어 교육’이 중요하다.”

 

SBS 시사교양본부 조욱희 선임PD는 이슬람 극단 무장 조직인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이 전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반인륜적 테러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스마트폰을 든 테러리스트-미디어 교육과 청소년 보호>라는 책을 썼다. 조 PD는 이 책에서 IS 추종 세력의 테러가 기승하는 이유, 테러리스트가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공포심을 키우는 목적, 이들에게 동화되기 쉬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1991년 SBS에 입사, 생활정보 프로그램부터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등을 두루 제작했다. 〈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 〈사형, 죽어야만 끝나는 죗값인가?〉 〈아이를 선택한 어린 아빠들, 미혼부〉 〈라이따이한의 눈물〉 〈아버지, 그 사랑을 위한 변명〉 등을 만들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성균관대에서 PD저널리즘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스마트폰을 든 테러리스트>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15년이었다. 조 PD는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강제도 아니고 스스로 IS에 동조돼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들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이유인 것인지 궁금했고 그때부터 자료 조사를 했다”라고 밝혔다.

 

조 PD는 다큐를 제작하면서 다큐가 다뤄야 하는 객관성과 진실성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다큐 PD로서 연출의 허용 범위가 어디까지일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했다”라면서 “PD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과 흔히 대중이 다큐에 기대하는 객관성과 진실성이 상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쓴 책에도 담았지만 미디어가 과연 객관성과 진실성을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소 선정적인 소식만 취사선택하는 미디어의 속성에 대한 고민은 언론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다. 더욱이 인터넷은 정보를 빠르고 강력하게 전파할 수 있는 1인 미디어를 양산했다.

 

조 PD는 “뉴미디어 시대는 뉴스의 중요도, 의미와 상관 없이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라면서 “뉴스라는 형식을 빌려서 정보를 전달하면 분명히 거짓인데도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까지 많이 나오고 있다. IS를 추종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미디어를 통해 IS가 선전하고 선동하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그 배경에는 종교적인 문제도 있다”라면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랜 역사를 통해 지배와 피지배를 주고받았고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테러를 벌이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PD는 우리나라도 IS 테러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모 군의 IS 가담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는 “우리나라는 빈부격차와 차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IS를 비롯한 테러리스트의 선전선동에 취약할 수 있다”라면서 “김 군의 경우 한국 제도권 교육을 벗어나 혼자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접하다가 IS에 가담한 것이 아닌가. 청소년이 건강하게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을 밝혔다.

 

조 PD는 미디어를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전제한 후 “다만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온 자유에는 사회적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미디어 교육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PD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소식과 정보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을 접하는 창구인 미디어를 올바르게 수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디어 교육이 공교육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PD는 “우리가 국어를 배울 때 한글 문법을 배우고 글을 쓰는 방식을 배우며 글쓴이의 주제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지 않나. 미디어 교육도 마찬가지다”라면서 “학교에서 글과 영상 등으로 이뤄진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건전하게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기구나 외적 강제 수단이 언론의 자유,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반대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고 있다. IS와 같은 테러 위협 속 우리 공동체가 민주주의를 지키며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 PD는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테러는 뿌리 뽑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라면서 “테러리스트는 상대 국가의 공포심을 조장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협상력을 키우려고 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의 두려움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책에서 IS 테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글을 소개했다. 이 유가족은 SNS에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평안한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IS의 위협에 맞서겠다’는 요지의 글을 써서 큰 감동을 안겼다. IS가 테러로 얻으려는 이익, 즉 전세계인들의 공포심을 끌어올려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목소리다. 조 PD는 IS 테러에 맞서는 방법은 ‘관용 있는 사회’라고 바라봤다.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고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 사회, 나와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관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IS와 같은 테러 조직에 동화돼 어느 날 자발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일명 ‘외로운 늑대’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는 우려한다. 조 PD는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건강한 수용, 그리고 관용이 있는 사회가 돼야 현재의 쏟아지는 테러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인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차별하지 않으며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조 PD는 기회가 된다면 평소 깊은 관심이 있는 ‘용서와 평화’를 주제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가 2007년 내놓은 다큐 <용서>는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희생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와 갈등, 치유를 담았다. 조 PD는 “인간은 누구나 결함이 있고 불완전하다”라면서 “그럼에도 인간이 위대한 것은 그런 불완전한 가운데 용서하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인간과 그 인간이 모여사는 세상을 보완하는 관용과 용서, 평화와 같은 장치에 대해 다룰 수 있다면 다루고 싶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