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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웨이’, 청춘멜로로 풀어낸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쌈마이웨이’의 성공, 이 땅의 쌈마이들을 위한 헌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7.05 09: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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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쌈마이웨이>는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청춘들이나 그 부모 세대 모두 이른바 ‘쌈마이’ 취급을 받고 매사에 ‘쌈’을 해야하는 전쟁처럼 살아가야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마이웨이’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 작은 드라마는 결코 작지 않은 울림으로 전해준다. ⓒ KBS

KBS <쌈마이웨이>는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드라마다. 일단 소재가 ‘청춘 멜로’다. 사실 요즘처럼 중장년층이 채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 ‘청춘 멜로’의 성공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쌈마이웨이>는 첫 방 시청률이 5.4%(닐슨 코리아)에 불과했다. 하지만 <쌈마이웨이>는 3회 만에 두 배에 해당하는 10.7% 시청률로 껑충 뛰어올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서고는 지금껏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건 애초에 우리가 ‘청춘 멜로’ 정도일 것이고 여겼던 <쌈마이웨이>가 사실은 더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다. 그것은 청춘이 마주한 갑질 현실에 대한 이야기에 차츰 그 청춘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덧붙여지고 그 청춘들의 부모들 역시 또 하나의 이야기 축으로 등장하면서다.

아픈 동생 때문에 부정 경기를 갖게 되면서 영구히 협회로부터 제명된 고동만(박서준)이나, 꿈은 아나운서지만 스펙이 없어 백화점 안내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최애라(김지원), 헌신적인 여자 친구의 사랑으로 홈쇼핑업체에서 일하지만 죽어라 일해도 그럴듯한 전셋집 하나 얻기가 힘든 현실 앞에 힘겨워하는 김주만(안재홍)과 그 홈쇼핑업체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당당히 남자친구를 밝히지 못하는 김주만과 사실혼 관계로 살아가는 백설희(송하윤)는 모두가 현실 앞에 힘겨워하는 청춘들의 표상들이다.

하지만 이들 흙수저 청춘들의 뒤를 돌아보면 거기 그들을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흙수저 부모들이 있다. 김주만의 집 사람들의 행사에서 마치 일꾼처럼 허드렛일을 해주는 백설희를 먼 발치서 보던 그녀의 엄마는, 당장 속이 터져 남자친구인 주만을 욕하지만 그래도 딸을 위해 그에게 “딸을 사랑해주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지역 행사 진행을 하게 됐다는 소식에 그나마 그런 식으로 꿈을 이어가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온 최애라의 아빠는 결국 무대에 서지 못한 그녀에게 “넌 타짜”라며 그런 무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고동만의 아빠는 자신의 꿈이 파일럿이었지만 이제는 너희들이 꿈이라며, “너는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흙수저 청춘들이 현실에서 꺾이고 그 아픔을 그들 사이의 사랑과 동지애를 통해 다독이는 청춘멜로의 틀을 가진 이 드라마는 이처럼 그 부모 세대의 이야기까지를 끌어안으면서 그 공감대를 확장시킨다. 이것은 갑질 현실 앞에 서 있는 청춘들을 ‘사회적 약자’라는 관점으로 들여다보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 ‘사회적 약자’라는 시선은 그래서 부모 세대라고 해도 이 청춘들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고용 현실은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오래도록 사회에서 헌신한 나이든 세대는 정년이라는 이름으로 조기 퇴직시키고, 이제 막 사회에 나오려는 젊은 세대들은 그 치열한 경쟁 속에 스펙없는 이들에게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 한 집안에서 부모와 자식이 취업전선에서 경쟁자로 서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금 우리네 현실을 공기처럼 뒤덮고 있는 세대 간의 전운은 이러한 경제적 토대를 통해 생겨나고 있다.

<쌈마이웨이>는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청춘들이나 그 부모 세대 모두 이른바 ‘쌈마이’ 취급을 받고 매사에 ‘쌈’을 해야하는 전쟁처럼 살아가야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마이웨이’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 작은 드라마는 결코 작지 않은 울림으로 전해준다.

청춘멜로라는 외피가 쌈마이 취급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헌사로 이어지는 지점. 바로 이것이 이 드라마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리고 이것은 청춘들의 문제가 어떻게 다른 세대와의 연대를 통해 지지를 얻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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