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또 드러난 현실인식 부족 "(노조원이) 일을 하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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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문 MBC 부사장 "그 사람들(노조원들) 100% 일하면 MBC 최고의 방송사 될 것"

“최근 노조(언론노조 MBC본부)에서 저한테 성명서를 보내온다. 이 사람들이 한 식구인가 할 정도로 그야말로 경영진을 저주하고 비방한다. 그리고 어떤 분은 보니까 ‘왜 일은 안 시키고 월급은 꼬박꼬박 주느냐’라며 회사를 비방하고 그러던데 그러면서 일을 하긴 하나? 어떠냐. 근로자들의 반 이상이 일을 안 하고 회사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 사람들이 일을 하긴 하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MBC 내부 사정에 대한 현실인식 부족이 또다시 드러났다. 고 이사장은 5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백종문 MBC 부사장을 향해 해당 발언을 내놨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최근 3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질타했다. 2016.10.10. ⓒ뉴시스

고 이사장이 말한 ‘왜 일은 안 시키고 월급은 꼬박꼬박 주느냐’는 발언은 김민식 PD가 지난달 2일 MBC 결의대회 자리에서 토로한 말이다.(▷관련기사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MBC 결의의 날')

MBC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 여러 히트작들을 연출한 김 PD는 현재 비제작부서인 주조실에서 MD 업무를 보고 있다. MBC 프로그램이 방송에 잘 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김 PD는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에서 파업 동영상을 연출한 후 경영진으로부터 주조부서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김 PD는 자신이 드라마PD임에도 경영진에 의해 몇 년째 드라마를 연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해당 발언을 통해 풍자한 것이다. 현재 김민식 PD는 회사 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페이스북 라이브를 방송해 경영진으로부터 ‘자택대기발령’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이러한 MBC 내부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한 발언을 내놨다. 그동안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구야당 추천 이사들이 부당전보, 부당징계에 대한 지적을 수차례 했지만 고 이사장은 이러한 발언들을 무시해왔다. 지난 1월 고 이사장은 “애국시민들이 MBC만 보고 있다”는 발언을 해 MBC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그리고 MBC 해직언론인들이 2일을 ‘MBC 결의의 날’로 삼고 점심시간 상암MBC 광장에 모여 MBC 경영진을 규탄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날 백종문 부사장은 해당 발언을 김민식 PD가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백 부사장은 고 이사장을 향해 “(그 직원은) 주조실에서 MD업무를 본다. 주조 MD는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송출하는 제일 중요한 마스터 디렉터”라며 “본인이 어떤 의도에서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이사장이 “노조원이 900명이 넘지 않나. 그런 노조에서 회사를 다시 안볼 원수처럼 하고 있는데 그러고서도 회사가 돌아가는 게, 이만한 성과라도 내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된다”며 “그 사람들이 성의를 다해서 일을 하나?”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백 부사장은 “그들이 성의를 다해서 일하면 MBC는 최고의 방송사가 될 것”이라며 “(노조원들이) 자기 자리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가 될 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이에 구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가 백 부사장의 발언을 질타하며 현재 MBC 구성원들이 비제작부서에 전보돼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 이사는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MBC 예능프로그램 PD들도 김장겸 사장에게 대놓고 그만 웃기고 나가라고 하고 있다. 나도 여러 구성원들을 가끔씩 만나서 (구로에 전보된 사람에게) 일 뭐 하냐 물어보면 구로에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비판하며 “회사는 그 사람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적재적소에 배치됐는지 따져 물어서 일을 하게끔 만드는 게 할 일인데 방치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사는 “부당징계, 부당전보 이런 것들이 다 소송에 걸려있지 않나. 그리고 계속 회사가 깨지고 (패소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러면서 그 사람들(전보된 사원들)이 100% 일하면 회사가 잘 돌아갈 거라고, 부사장이 그렇게 말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1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MBC에서 교육과 전보 등으로 조치된 사원은 187명에 이른다. 조합 활동을 사유로 한 부당 징계는 70건 이상이다. 해직된 6명의 PD, 기자들은 고등법원의 해고무효 판결에도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지난달 29일부터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 상황이다. 고용부는 △최근에 잇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사측의 노조 지배개입 등) 판정 △사측의 노조원에 대한 지속적인 징계 등(법원의 근로자 승소판결) △2012년 이후 지속된 노사분쟁 및 파업의 장기화에 따른 노사갈등 심화 등에 기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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