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조(언론노조 MBC본부)에서 저한테 성명서를 보내온다. 이 사람들이 한 식구인가 할 정도로 그야말로 경영진을 저주하고 비방한다. 그리고 어떤 분은 보니까 ‘왜 일은 안 시키고 월급은 꼬박꼬박 주느냐’라며 회사를 비방하고 그러던데 그러면서 일을 하긴 하나? 어떠냐. 근로자들의 반 이상이 일을 안 하고 회사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 사람들이 일을 하긴 하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MBC 내부 사정에 대한 현실인식 부족이 또다시 드러났다. 고 이사장은 5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백종문 MBC 부사장을 향해 해당 발언을 내놨다.
고 이사장이 말한 ‘왜 일은 안 시키고 월급은 꼬박꼬박 주느냐’는 발언은 김민식 PD가 지난달 2일 MBC 결의대회 자리에서 토로한 말이다.(▷관련기사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MBC 결의의 날')
MBC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 여러 히트작들을 연출한 김 PD는 현재 비제작부서인 주조실에서 MD 업무를 보고 있다. MBC 프로그램이 방송에 잘 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김 PD는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에서 파업 동영상을 연출한 후 경영진으로부터 주조부서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김 PD는 자신이 드라마PD임에도 경영진에 의해 몇 년째 드라마를 연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해당 발언을 통해 풍자한 것이다. 현재 김민식 PD는 회사 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페이스북 라이브를 방송해 경영진으로부터 ‘자택대기발령’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이러한 MBC 내부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한 발언을 내놨다. 그동안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구야당 추천 이사들이 부당전보, 부당징계에 대한 지적을 수차례 했지만 고 이사장은 이러한 발언들을 무시해왔다. 지난 1월 고 이사장은 “애국시민들이 MBC만 보고 있다”는 발언을 해 MBC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백종문 부사장은 해당 발언을 김민식 PD가 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백 부사장은 고 이사장을 향해 “(그 직원은) 주조실에서 MD업무를 본다. 주조 MD는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송출하는 제일 중요한 마스터 디렉터”라며 “본인이 어떤 의도에서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이사장이 “노조원이 900명이 넘지 않나. 그런 노조에서 회사를 다시 안볼 원수처럼 하고 있는데 그러고서도 회사가 돌아가는 게, 이만한 성과라도 내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된다”며 “그 사람들이 성의를 다해서 일을 하나?”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백 부사장은 “그들이 성의를 다해서 일하면 MBC는 최고의 방송사가 될 것”이라며 “(노조원들이) 자기 자리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가 될 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이에 구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가 백 부사장의 발언을 질타하며 현재 MBC 구성원들이 비제작부서에 전보돼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 이사는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MBC 예능프로그램 PD들도 김장겸 사장에게 대놓고 그만 웃기고 나가라고 하고 있다. 나도 여러 구성원들을 가끔씩 만나서 (구로에 전보된 사람에게) 일 뭐 하냐 물어보면 구로에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비판하며 “회사는 그 사람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적재적소에 배치됐는지 따져 물어서 일을 하게끔 만드는 게 할 일인데 방치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사는 “부당징계, 부당전보 이런 것들이 다 소송에 걸려있지 않나. 그리고 계속 회사가 깨지고 (패소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러면서 그 사람들(전보된 사원들)이 100% 일하면 회사가 잘 돌아갈 거라고, 부사장이 그렇게 말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MBC에서 교육과 전보 등으로 조치된 사원은 187명에 이른다. 조합 활동을 사유로 한 부당 징계는 70건 이상이다. 해직된 6명의 PD, 기자들은 고등법원의 해고무효 판결에도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지난달 29일부터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 상황이다. 고용부는 △최근에 잇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사측의 노조 지배개입 등) 판정 △사측의 노조원에 대한 지속적인 징계 등(법원의 근로자 승소판결) △2012년 이후 지속된 노사분쟁 및 파업의 장기화에 따른 노사갈등 심화 등에 기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