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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행복해야”...‘다문화 고부열전’이 믿는 ‘진실의 힘’

그 어떤 인위적 가공보다 센 이야기 [인터뷰] 표재민 기자l승인2017.07.06 13: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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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로 가족간의 반목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출발점이다. <다문화 고부열전>이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45분에 안방극장에 전달하는 단순하지만 감동과 재미가 가득한 이야기다. ⓒ EBS

“출연자가 행복해야 한다. ‘갈등’으로 시작하지만 ‘이해’로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기획 유무영 CP)은 다문화 가정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크고 작은 갈등이나 고민이 있는 다문화 가정의 일상을 담는다. 한국을 벗어나 며느리의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며 관계가 단단해진다.

 

2013년 10월부터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가족 문제를 다루는 여타의 프로그램과 달리 표피적인 갈등에 치중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누구의 잘못으로 몰고가는 자극성도 없다. 그 기저에는 다문화 가정을 특별하게 보지 않는다는 제작진의 신념이 있다. 우리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가족 문제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결국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폭넓은 공감이 가능하다.

 

고부 갈등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한국 농촌으로 시집 온 캄보디아 여성은 남편이 자꾸 일을 벌이는 바람에 힘들어 했다. 시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고부는 돈을 벌기 위해 농사와 양봉을 대책 없이 확장하는 가장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다. 남편이 아내와 어머니의 만류에도 일을 늘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편은 처가 살림살이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싶었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남편의 속마음을 알게 된 캄보디아 아내는 고마워 했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못해 오해가 쌓이는 가족이 비단 이 가족만은 아닐 터다.

 

대화로 가족간의 반목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출발점이다. <다문화 고부열전>이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45분에 안방극장에 전달하는 단순하지만 감동과 재미가 가득한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은 EBS 프로그램 중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고, 인터넷 다시 보기 순위 역시 높다. EBS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고 있는 유무영 CP는 억지로 재미와 감동을 만드는 것을 철저히 배제한다.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진짜 이야기’가 더 세다는 믿음, 그 심지로 <다문화 고부열전>을 인기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말해달라.

 

<다문화 고부열전>은 갈등이 있는 다문화 가정의 고부가 며느리의 나라로 7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입장이 바뀌는 역지사지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든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가족의 소중함, 다문화 가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유도한다.

 

가족간의 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참 많은데도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다.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프로그램은 우리처럼 깊숙한 구석까지 살펴보지 못한다. 우리가 출연자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정말 관계가 나아지길 절실하게 원하냐는 거다. 출연자 본인들이 마음을 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자들이 행복해지는 게 목표다. 해결을 해줄 수도 있고,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줄 수 있다. 물론 갈등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억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 프로그램 출연이 함께 이야기를 하는 계기가 되는 것까지만 돕는다. 가족들을 만나보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오해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서 전달자 역할을 할 뿐이다.

▲ 한국인 남편은 처가 살림살이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싶었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남편의 속마음을 알게 된 캄보디아 아내는 고마워 했다. ⓒ 방송화면 캡처

사실 우리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점차 갈등이 아니라 사연의 주인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 안에는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사랑이 있을 수 있다. 부정적인 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감정을 다 알려줘서 서로가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만든다. 그러다보면 오해가 풀리고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많은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갈등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감정, 말하지 못했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며 몰입한다. 공감할 수 있어서 재밌는 거다.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왜곡되는 게 아니라, 출연자들이 시청 재미를 위한 갈등의 도구가 되는 게 아닌 거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재밌는 거다. 일방적으로 누가 잘못했다고 접근하지 않는다.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그 점을 이해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 시청자 역시 겪을 수 있고, 시청자의 이웃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가 호응을 얻는 것 같다.

 

제작진이 꼭 지키고자 하는 제작상의 원칙이 있나.

 

기획 단계부터 누구 한 사람이 아닌 고부, 나아가 그 가정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출연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제작진이 개입해 해결해주기보다 출연자 서로의 속마음을 진실되게 전달하면서 출연자들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있다. ‘갈등’으로 시작하지만 ‘이해’로 마침표를 찍으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제작진은 보통 방송 3개월 전부터 가족들과의 전화통화로 섭외를 시작한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 외에 때로는 다른 형제들의 동의도 있어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가족들의 상황과 서로에 대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 명의 반대가 있다면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섭외과정에서 중단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직접 가족들을 만나서 서로간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지 고민한다. 현상만 있고 방송 후 더 이상 가족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제작진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촬영은 국내 7일, 해외 7일이다. 15일가량 촬영이 진행된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먼저 제작진은 적극적으로 촬영을 하기보다는 가족들과 친해지고 대화하려는 노력으로 하루 이틀을 지낸다.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노력이 첫 촬영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촬영 중에 발생하는 가족간의 소소한 문제는 해결사로 나서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얀마에서 시집온 며느리는 4명의 아이를 키웠다. 그중 첫째와 둘째는 전 부인이 낳은 아이들이다. 촬영이 시작되고 셋째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2일을 병원에 있어야 했다. 작가가 경남 고성까지 내려가서 이틀을 집에 남아 있는 아이 셋을 봐주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가끔 촬영을 시작했는데 출연자가 갑자기 촬영을 하기 싫다고 할 때도 있다. 제작진이 강요할 수 없다. 충분한 대화로 설득하거나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혹시나 출연자가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은 계속 고민한다. 제작진이 제작할 때 자극적인 것을 배제하며 절제하고 있다.

 

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출연자에 대한 악성댓글이 적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제작진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갈등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 가족이 왜곡되면 안 된다. 누구나 그러하듯 자신의 감정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는 게 부담스럽다. 우리는 가족의 속마음을 전할 뿐이다. 그래서 기획회의가 중요하다. 회의 때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은 다 검증하고, 행여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다 걸러낸다. 촬영이 시작되면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모습을 우리 의도대로 연출하지 않는다. 그래야 출연자들이 행복할 수 있고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이 출연자와 우리 프로그램을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 중 돌발상황이 많을 것 같다.

 

매회 긴장을 달고 산다. 아무래도 서로에게 날선 이야기를 하다보니 국내든 해외든 촬영 거부의사를 밝힌다. 그럴 때마다 출연자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서 촬영을 재개한다. 촬영을 하면서 중간에 촬영을 중단하고 다른 사연을 방송한 적도 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소위 말하는 ‘센 장면’을 자극적으로 집어넣을까 유혹이 있지 않나.

 

그걸 알아야 한다. 출연자들의 진짜 이야기, 그 ‘팩트’가 진짜 센 거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가장 센 것 역시 진실이다. 많은 PD들이 특별한 것을 찾기 위해 손을 댄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팩트’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진실이다. 나는 출연자 모두가 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진짜 이야기만 전해도 그게 보석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프로그램이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갈등이 쏟아지면 세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진실이 더 센 거다.

 

성우 송도순의 해설이 참 맛깔스럽다.

 

송도순 씨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번의 부재가 있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송도순 씨를 찾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이런 현상만 보더라도 내레이션은 송도순 씨를 대신 할 수 있는 분은 쉽지 않다. 때로는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때로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함으로써 시청자의 마음을 읽어준다. 녹음할 때는 단순히 읽어주는 성우가 아니라 시작 전 원고를 검토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물어보고 이해한다. 또한 고부 입장을 대변하는 애드리브는 프로그램의 색깔을 더하는 요소이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맛깔스런 설명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출연자들의 진짜 이야기, 그 ‘팩트’가 진짜 센 거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가장 센 것 역시 진실이다." ⓒ EBS

4년간 방송됐는데 주제 선정의 한계가 있지 않나.

 

가족이란 주제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방송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 같은 주제라도 늘 똑같지 않다. 다 다르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다른 가정과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문화 차이보다는 다른 가정처럼 생활에서 오는 갈등이 많다. 그래서 무궁무진하다.

 

<다문화 고부열전>의 힘은 ‘리얼리티’ 그리고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영원한 거다. 모든 출연자는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시대가 변하든 아니든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있었다. 다문화의 진실은 없었다. 가족 제도가 바뀌고. 다른 형태의 진실이 들어오는 거다. 그런 부분들이 있을 거다. 비슷한 주제라고 해도 히스토리가 다른 거다. 아주 디테일하게 다르게 느낄 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족이 있다면?

 

올해 3월 30일에 방송된 임신 9개월의 베트남에 남겨진 며느리 때문에 속상한 시어머니 사연이었다. 어찌 보면 다문화 가정의 가장 큰 문제를 다룬 편이기도 했다.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베트남 현지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임신을 한 후 귀국했다. 남편은 아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고, 그로 인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애를 태웠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남편을 설득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제작에 들어가면서 베트남 현지에서 임신 9개월의 아내의 상황, 아내와 시어머니의 심정을 영상을 통해 남편에게 보여줬다. 교통사고로 평생 병원에 있어야 하는 형의 부탁과 눈물, 이런 과정을 통해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출산 2일을 앞두고 같이 갈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긴박감에 제작진과 시어머니의 설득은 출국 전날까지 계속됐다. 불안한 베트남 아내와 친정어머니의 상황 등 동시 촬영이 진행됐다.

 

극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처음으로 양가 가족들이 만났다. 이들이 도착한 날 4시간 후인 새벽 2시에 진통이 시작됐다. 호텔에서 전화를 받고 새벽 2시에 집으로 달려간 제작진은 촬영 렌트카를 타고 합류해 병원에 가서 출산하는 과정을 모두 촬영할 수 있었다. 그날 새벽 4시에 무사히 출산하고, 변한 남편과 가족들의 행복한 얼굴을 담아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지난 6월 15일 이 가족을 다시 만났다. 남편과 베트남 아내는 생후 3개월 된 딸과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된 사례였다. 자칫하면 가정을 이루지 못할 뻔 했던 가족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해와 화해를 하면서 온전한 가정을 이루게 된 것 같다. 당시 제작진 두 팀이 투입돼 베트남 현지에서 홀로 있는 아내의 상황과 국내에서 고민하는 남편, 그로 인해 애타는 시어머니 상황을 동시에 전달했다. (유 CP는 방송 후 파급력이 컸던 가족도 이 가족을 꼽았다. 시청자들은 이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뒷이야기를 많이 궁금해 했다. 그리고 그는 2015년 2월 12일 방송된 ‘착한 며느리의 비밀’, 2017년 4월 20일 방송된 ‘돈 필요한 친정, 줄 돈 없는 시댁’ 등 다수의 편을 기억에 남는 방송으로 꼽았다.)

▲ 남편과의 갈등으로 전전긍긍했던 임신 9개월 베트남 아내 이야기는 방송 후 큰 화제가 됐다. ⓒ 방송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다문화 가정의 많은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들이 집을 나갈까봐 불안해 한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거다. 이유 없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문제로 들여다보면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그램은 가족 관계라는 본질을 다루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볼 것이 아니라, 편견을 가질 게 아니라는 거다. 시어머니면 시어머니, 며느리면 며느리라는 인간 관계의 본질로 바라볼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우리 이웃의 문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작진 역시 가족들의 숨겨진,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담아내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삶의 공감’을 통해 더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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