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기자 부당전보? 더 큰 일 시켜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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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본부장 “타임오프 미부여 적법, 문제 있다면 노조 탓”

MBC 사측이 지난 2014년 MBC 교양제작국 해체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있었던 PD‧기자의 비제작부서 부당전보와 관련해 “PD와 기자의 능력이 필요한 곳에 보냈을 뿐”이라며 ‘부당전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은우 MBC 경영본부장은 6일 오후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의 제13차 정기이사회가 개최된 자리에서 “일부 PD‧기자의 전보는 회사의 사정에 따른 인사원칙의 결과”라며 “일 잘하는 PD‧기자들에게 더 큰 일을 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10월 MBC 교양제작국 해체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PD 6명과 기자 3명이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아 현업과는 무관한 스케이트장 관리, 협찬 영업 등의 업무에 투입됐다. 당시 MBC는 ‘업무상 필요에 의해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전보 대상자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전보발령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지난 4월 대법원에서 ‘MBC의 PD‧기자 전보 조치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앞선 1심과 2심도 MBC의 패소였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전보발령은 인사규정에 적힌 원칙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무상의 필요성이나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전보발령을 무효라고 한 제1심 판결의 평가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 상암MBC 사옥 ⓒMBC

이날 구 야권 추천의 유기철 이사는 이 경영본부장에게 “후배 PD‧기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고 난 키우기, 낚시 같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놀고 있다. 일을 해야 되는 사람들에게 일을 안 주니 그런 것”이라며 “경영 효율 측면에서도, 연봉은 다 주는데 이러면 안 되지 않나.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비제작‧비보도부서로 전보된 PD‧기자들에 관해 언급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그런 주장을 일부 (노동)조합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데, 회사도 인력 운용에 있어서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떤 식으로 법원에서 해석하는지 데이터도 축적돼 있는데, 가급적이면 기존 법원 판례나 이런 것들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 해서…(해결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구 야권 추천 이완기 이사가 “노사문제 소송에서 (MBC가) 대체적으로 계속 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고 묻자 이 본부장이 “회사가 이기고 있는 것도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다시 이 이사가 “대체적으로 패소가 많지 않느냐”고 추궁하는 등 설전이 오갔다.

이 이사는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적재적소, 욕구충족인데 PD‧기자들 엉뚱한 데 보내서 회사에 생기는 손실이 얼마나 크냐”며 “매년 방문진 경영평가보고서에서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한 번도 개선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는 지난해 방문진 경영평가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바 있다.

구 야당 추천 이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 본부장은 “회사가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PD‧기자들의 능력이 필요했다. 방송환경 속에서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과 포맷 개발을 해야 했다. 여러 가지 목적으로 그런 요소들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가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굳이 프로그램 잘 만들고 제작 잘 하는 PD를 그 쪽으로 보냈어야 하느냐’고 묻자 이 본부장은 “프로그램 잘 만드는 PD가 경영도 더 잘 할 수 있다. 더 큰 일 하라고 보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조합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근거에 대해 이완기 이사가 묻자 ‘언론노조 강령을 보면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이사가 “모든 노조엔 강령과 규약이 있는데, 그럼 모든 노조가 다 정치적이라는 것이냐”며 재차 묻자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노조가 정치적 목적으로 움직여서 그렇다고 하지 않느냐’고 대신 반박해 한동안 고성과 설전이 오갔다.

최근 MBC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를 부여하지 않아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한 지적도 있었다. 이 이사는 “노조가 근로조건‧환경, 교육문제, 임금문제, 이런 문제를 대표성을 가지고 타협‧교섭해서 결정하는 데 굉장히 많은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노조가 없으면 다 회사가 했어야 할 일”이라며 “따라서 타임오프는 (노조에 대한) 시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년 반이 지나도록 (타임오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연시키고, 노조 전임자들 다 복직시켜 올려 보내고, 뭐 하는 짓거리냐. 지금 (MBC에) 근로감독관이 나와 있는 것도 타임오프 문제, 노조 탄압때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타임오프 문제도 ‘적법한 절차로 이뤄졌고, 문제가 있다면 노조의 탓’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타임오프에 관해서 단체협약을 실효했지만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 본부)가 노조로서 일정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시기까지만 단협을 했던 것”이라며 “일정한 시기에 (MBC 본부가) 대표성을 상실하고 복수노조가 됐다. 새노조(2013년 출범, 언론노조 등 상급단체에 가입한 MBC 본부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입장표명)와 합의해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 시간 갑론을박이 오갔으나, 이사회 총평에서는 ‘합리적인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노사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합리적 노사관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방문진은 ‘이와 관련해 노조별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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